당권 잡은 송영길, 쇄신·정권재창출 중책…기대와 우려
입력: 2021.05.06 00:00 / 수정: 2021.05.06 00:00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 대표가 그동안 청와대가 정책에 주도권을 가졌다면 앞으로는 당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선을 그으면서 친문 진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4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부동산 현황 관계부처 보고에서 발언하는 송 대표. /남윤호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 대표가 "그동안 청와대가 정책에 주도권을 가졌다면 앞으로는 당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선을 그으면서 친문 진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4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부동산 현황 관계부처 보고에서 발언하는 송 대표. /남윤호 기자

당직에 비주류 중용·친문 지도부 균형…불협화음 가능성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집권여당 당권을 잡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7 재보궐선거 참패로 확인된 민심 이반을 회복하기 위한 당 쇄신과 정권 재창출이라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 그가 강조해온 소통과 협의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계파 간 불협화음을 최소화하는 것이 최대 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5·2 전당대회에서 친문 주류를 대표하는 홍영표 의원을 가까스로 꺾고 지휘봉을 잡은 송 대표는 취임 이후 부동산과 백신 문제 해결에 나섰다. 4일 국회에서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코로나19 백신 수급 상황과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보고를 차례로 받았다. 두 핵심 현안에 대한 정책을 당이 주도해 민심을 달래겠다는 구상이다.

송 대표는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냐, 민주당 정부냐고 할 때 아무래도 민주당 정부라는 방점이 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정책도 당보다는 청와대가 주도한 것이 많았다"며 "당이 정책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점점 떨어지는 상황에서 당이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주요 핵심 당직에는 계파색이 옅은 인사를 중용하고 있다. 사무총장에 3선 윤관석 의원, 대표 비서실장과 수석대변인에는 재선인 김영호·고용진 의원을 낙점했다. 이들은 친문 색채가 옅은 비주류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주류 친문 성향 의원들 다수가 최고위원에 오르며 한쪽으로 쏠린 무게 추를 맞추는 듯한 모양새다.

'도로친문당' 비판을 상쇄하는 한편 당 화합을 고려한 인선으로 평가된다. 그도 그럴 것이 새 지도부가 출범한 직후부터 균열 조짐을 보였다. 3일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친문 성향 김용민 최고위원은 검찰·언론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했다. 민생 우선과 개혁 신중론을 언급해온 송 대표와 엇갈린 의견이다.

더불어민주당 새 당지도부가 윤호중 원내대표를 비롯해 최고위원단도 친문 일색으로 꾸려지면서 비주류로 분류되는 송 대표가 포위된 모양새다. 향후 각종 핵심 현안을 두고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남윤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새 당지도부가 윤호중 원내대표를 비롯해 최고위원단도 친문 일색으로 꾸려지면서 비주류로 분류되는 송 대표가 포위된 모양새다. 향후 각종 핵심 현안을 두고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남윤호 기자

부동산 정책 규제 완화를 두고도 계파 간 이견을 보였다. 송 대표는 주택자 실수요자에 한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상향·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일부 부동산 정책 변화를 예고했으나, 친문 측은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에서 반대하는 입장이다. 강병원 최고위원은 "종부세 완화는 잘못된 처방"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자칫 주요 현안을 놓고 주류와 비주류가 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개혁 입법과 부동산 정책 변화에 친문 진영이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어 향후 갈등이 심화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벌써 당 일각에선 송 대표가 강조한 '원팀' 기조가 초반부터 흔들리고 있는 점에서 국민의 눈초리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범친문으로 분류되는 한 재선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어떤 사안을 두고 여러 의견이 나올 수 있지만, 가급적 당이 단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재보선 이후 당 쇄신에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국민의 눈에 들 수 있도록 치열하게 토의하되, 의견을 잘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내년 3월 차리 대선을 앞두고 경선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9월로 예정된 '경선 연기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송 대표는 "특정 후보를 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바꿀 수는 없다"면서도 "모든 기준은 3월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되느냐 안되느냐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여지를 뒀다.

윤호중 원내대표 등 친문 다수가 지도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낙연 전 대표 등 여당의 대권 잠룡들이 본격 행보를 시작한 점 등 고려하면 향후 대선 경선 연기론이 점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대선 후보 간 진영 간 신경전이 격화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언근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초빙교수는 통화에서 "친문 진영에서는 대선 경선에서 흡족한 결과를 가져오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대안을 탐색하기 위해 (원칙을) 비틀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고 본다"며 "현재 유동적인 상황이지만, 향후 진영 간 힘겨루기를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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