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가 선출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협치 등 국회 운영 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국회=남윤호 기자 |
'대여 투쟁 방식·내부 개혁'도 관심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국민의힘 새 원내사령탑에 영남 출신 4선 김기현 의원이 당선되면서 원내 운영의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김 원내대표는 울산 남구을 지역구로 영남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평소 합리적 중도 성향으로 대여 투쟁보다는 '협상'에 방점을 찍은 상태다.
국민의힘은 30일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결선 투표를 거쳐 김 원내대표를 최종 선출했다. 김 원내대표는 첫 투표(재석 101명)에서 34표, 결선 투표(재석 100명)에서 66표를 얻었다. 그는 당선 일성으로 "결코 편향된 모습으로 당을 끌어가지 않고 제가 꿈꿨던 비주류가 당의 대표가 되고, 그러면서 역동성이 넘치는 다이내믹한 국민의힘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영남당'이란 우려를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는 가장 먼저 더불어민주당과 추가 원 구성 협상, 전당대회 준비위원회 구성, 국민의당과 합당 논의에 나설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앞서 민주당의 법사위원장 제청 건에 강하게 항의한 바 있다. 김 원내대표는 대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원내 운영에 나서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지게 됐다.
이와 관련해 김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원 구성은 민주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돌려주고 말고 할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 돌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 사항"이라며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여전히 자신들이 범법자의 위치에 있겠다고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원 구성 협상과 관련해 "돌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 사항"이라고 단언했다. /남윤호 기자 |
이어 국민의힘과 합당에 대해 "조금 전 토론회에서도 말했지만 합당을 위한 합당은 바람직하지 않다. 양당이 통합을 공식 입장으로 내놨고 그 약속을 지킬 거다. 그 시기와 방법, 절차 부분에 대해 지금까지 진행된 사항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다음에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과의 통합 협상 실무진을 꾸리지 않고 전당대회까지 기다릴 것인가'란 물음엔 "그동안 진행됐던 게 무엇이고 앞으로 과제가 무엇인지 보고 나서 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합당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거쳐야 할 프로세스나 방법, 시기는 가장 시너지 효과가 많이 나는 선택이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싸워 얻어낼 것은 무엇인가'란 질문이 나오자 "우리 당이 여당과 싸워야 할 것은 민생 문제가 대부분"이라며 "정당에 이익이 될 것이냐는 부차적이고, 국민에게 어떻게 행복을 드리고 이 난국을 극복할 것인지, 그것에 배치되는 것은 강력하게 나설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당장 민주당과 원 구성 협상을 놓고 줄다리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윤호중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협상 여지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정치권에선 김 원내대표가 민주당과 어떻게 관계 설정에 나설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강경 투쟁에 나설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남윤호 기자 |
이에 대해 양승함 전 연세대 교수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일단 우리한테 이제는 줘야 할 것 아니냐고 자기 몫을 주장해야 한다"며 "그러나 주지 않는다면 의회 내 다수의 횡포에 대해 비판적인 말을 해야 한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의회를 깨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양 전 교수는 "강경일변도로 가는 게 강한 야당은 아니다. 진짜 강한 사람은 그렇게 강경일변도로 가지 않는다. 협상도 하고 유연하게 보여야 한다"며 "지금 코로나19 상황에서 강경하게 나가고 의회 기능을 마비시키면 국민이 용납할 것 같나. 소수가 힘은 없지만 감시하고 비판하는 역할만으로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원내대표에 대해 "국민의힘에 가장 중요한 건 당의 체질 개선, 당의 개혁이다. 김 원내대표는 비교적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향후 역할을 두고 "과거사 정리, 더 중요한 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잘 끌어들일 수 있느냐다. 이 관계도 합리적으로 잘해야 한다. 전반적으로는 국민의힘이 과거로 회귀하지만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의 당사자인 김 원내대표가 여당과 강 대 강 구도로 갈 거란 전망도 나왔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국회 운영은 지금보다 더 강 대 강 대치로 갈 것"이라며 "그건 김 원내대표뿐 아니라 누가 나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내년이 대선이고 여야 협치 가능성은 난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평론가는 "김 원내대표 같은 경우 PK(부산·경남) 출신인 데다 울산 선거 의혹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에 사실 강한 대여투쟁의 선봉에 있는 사람이지 않냐"라며 "내년 대통령 선거를 의식해서라도 더 강하게 여당과 각을 세우면서 지지기반을 결집하려고 하는 의도를 확실히 굳혀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 구성 협상과 관련해선 "여지가 있을 것 같다"라면서도 "(법사위원장 외에) 법사위원장만큼 중요한 상임위를 요구하면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moon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