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 줄다리기…안철수 또 '실기'?
  • 문혜현 기자
  • 입력: 2021.04.27 05:00 / 수정: 2021.04.27 05:00
국민의당은 26일 통합 논의에 대한 최종 의견을 모을 계획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새 원내대표가 선출되고 전당대회가 진행되면 합당 추진 동력이 상실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남윤호 기자
국민의당은 26일 통합 논의에 대한 최종 의견을 모을 계획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새 원내대표가 선출되고 전당대회가 진행되면 합당 추진 동력이 상실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남윤호 기자

지분 다툼·전당대회에 밀릴 듯[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국민의당이 이번주 당내 의견을 모아 국민의힘과 합당 논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의힘 새 원내대표 선출과 함께 지도부 구성을 위한 전당대회 준비가 시작된다면 합당 논의 추진이 어려워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26일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적어도 이번 주까지는 어떤 식으로든 양당 간 논의를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당은 지난 25일 서울시당 간담회를 끝으로 전국 순회 당원간담회를 마쳤다.

안 대변인은 "(전국 당원 간담회에서) 찬성이 3분의 2, 반대가 3분의 1 정도"라면서도 "찬성하는 분들조차도 조건부 합당에 대한 의견이 많아 비공개로 다시 최고위원들이 만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의힘) 새 지도부와의 논의는 어려움 없이 잘 풀어나갈 거라고 본다"며 합당 시기에 대해서는 "좀 더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적어도 27일까지 합당에 대한 의견 윤곽을 드러내 전달할 것이란 입장이다. 당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조건부 합당'에 대해 "우리 조직이 작다보니 자칫 잘못하다가 그동안 우리가 가치로 내세웠던 중도실용, 여러가지 노선이 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흡수되는 모양새의 합당은 있을 수 없다(는 의견)"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국민의당은) 지금 지지율 3위인 공당이다. 그나마 색깔도 점점 선명해져서 제갈길 가는 모양새인데, 이제 와서 흡수되듯이 합당해버리면 보수화되는 큰 패착이 올수 있다"며 "우리가 추구하던 가치를 다 녹여낼 수 있는 새로운 혁신을 꾀하는 정당으로, 야권 통합을 위한 합당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안철수) 대표도 그게 고민이고, 어떻게 녹여낼지가 합당의 과제"라고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은 합당을 찬성한다며 국민의당 입장을 요구한 상황이다. /남윤호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은 "합당을 찬성한다"며 국민의당 입장을 요구한 상황이다. /남윤호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은 이와 관련해 이날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 과정에 합당하겠다고 했으니 합당의사가 있는지 국민의당에서 확인해서 우리에게 답이 오면 우리는 합당을 찬성한다고 했으니 그쪽 결과에 따르는 것"이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국민의힘은 오는 30일 새 원내대표가 선출되는대로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아 전당대회 준비에 착수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국민의당과 통합 전당대회가 아닌 이상 전당대회 체제로 돌입할 경우 합당 논의를 추진할 동력이 적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종훈 명지대 교수는 통화에서 "통합 전당대회를 했더라면 (국민의당이) 훨씬 더 유리했을 거다. 그런데 그건 이미 실기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제가 보기엔 (국민의당이) 이번에도 타이밍을 놓친 것 같다. 이제 양당간의 협상이 진행 되면 지분을 갖고 실랑이를 벌일 거다. 국민의힘은 많이 양보하지 않으려고 할 거다. 국민의당은 양보를 받으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 입장에선 서울시장 단일화와 재보선에 승리했고, 정당 지지율도 일정 부분 나오고 있으니 굳이 양보를 많이 할 생각은 없을 거다. 협상 주도권을 국민의당이 갖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합당 논의가 길어질 경우 대선 직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안철수 대표(가운데)와 이태규 사무총장, 권은희 최고위원. /남윤호 기자
전문가들은 합당 논의가 길어질 경우 대선 직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안철수 대표(가운데)와 이태규 사무총장, 권은희 최고위원. /남윤호 기자

국민의당 쪽에서 추가 협상 카드를 내밀 가능성에 대해선 "없다. 만약에 서울시장 단일화 국면에서 (합당) 했더라면 지분을 더 챙길 수 있었을텐데, 이제는 그때와는 상황이 좀 다르다"며 "국민의힘 입장에선 새 지도부가 들어서고 나면 지금 이 국면에서 합당하는게 나은지도 반문하게 될 거다. 이대로 쭉 가다가 내년 대선에 임박해 국민의힘 후보가 독자적으로 승리하기가 어려워진다고 하면, 당 지지율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면 하더라도 그때 후보단일화를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도 "국민의당 내부 기류가 지금 그렇게 합당을 원하는 것 같지 않지 않다"며 "안철수 대표도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합당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통화에서 "양쪽 다 통합이나 합당을 하더라도 대선을 앞두고 할 것 같다.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지 않는 상황도 있다. 같이 통합해서 통합 전당대회를 치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며 "대선 때 가봐서 (알 수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변수도 있고 하니 이번 재보궐선거 치른 것처럼 통합 로드맵을 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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