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압승' 취업길 열려도…국민의힘, 인사 적체 '심각'
입력: 2021.04.26 05:00 / 수정: 2021.05.04 21:23
4·7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했지만 인사 적체는 풀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8일 김종인 국민의힘 당시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당선이 확실해진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사진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는 모습. /남윤호 기자
4·7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했지만 인사 적체는 풀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8일 김종인 국민의힘 당시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당선이 확실해진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사진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는 모습. /남윤호 기자

오는 '대선·지방선거'에 희망…"이겨야 한다"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4·7 재·보궐 선거는 국민의힘 '압승'으로 끝났다. 선거가 끝나면 당선자와 함께 '정무직·별정직 공무원' 인사이동도 활발하게 일어난다.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에 연달아 패배한 국민의힘 '인사 적체'가 크게 풀리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총선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절반을 조금 넘은 의석 수를 가져오면서 대부분 보좌진들이 자리를 잃었다. 이들은 대부분 직급을 낮춰 다른 의원실로 가거나, 민주당·정의당 등으로 당적을 옮기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 재보궐선거 이후엔 서울·부산 정무부시장 등 일부 인사이동이 예고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행정1·2부시장에 각각 조인동 기획조정실장과 류훈 도시재생실장을, 정무부시장에 김도식 국민의당 대표 비서실장을 내정한 상태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경제수장인 경제부시장에는 김윤일 일자리경제실장을 승진 임용했다. 정무특별보좌관에 이성권 전 국회의원, 경제특별보좌관에 박성훈 전 경제부시장을 지난 22일 임명했다.

이밖에 광역단체장이 임명할 수 있는 계약직 공무원, 즉 '자리'는 적게는 수십, 많개는 수백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자리는 대부분 선거 캠프에서 공을 세우거나 소질이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로 채워진다. 다만 이번 선거가 전임 시장 사퇴로 치러진 보궐선거인 만큼 이번 임기까지 계약된 사람들이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두 시장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더 큰 '일자리 시장'이 열릴 거란 관측이 나온다. 박 시장 캠프와 오 시장 캠프는 하위직에 근무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인사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국민의힘 경선 이후부터 오 시장 캠프에서 일했던 관계자 A 씨는 인사 관련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부분 캠프 인력은 처음엔 '봉사'로 시작한다. 지난 22일 <더팩트>와 A 씨는 "본선거에서 승리가 확정되고, 다음날 캠프 폐회식과 식사를 했다. 그 뒤에 전달사항 등은 없이 흩어졌다. '이게 뭐지? 연락을 주려나?' 생각했지만 그런 것도 없었다. 그냥 끝나버렸다"며 "저희들 입장에선 사실 봉사라고 하지만 추후의 일을 기대하는 사람이 있었을 거다. 누군가는 봉사만을 원했겠지만 기대감이 없을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인력을 사용하다 단물 빼고 보내버린 것 같다. 서운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제 사수인 분에게 물어본 적도 있다. '인사가 아직 안 끝났다. 기다려봐라'란 답변이 돌아왔다. 누구는 일자리가 확정됐고, 안 됐고를 공지로라도 알려줬으면 한다. 정해진 건 아니지만 '수고했다. 이번에는 함께한다 혹은 못한다'라는 문자 한 통이라도 줄 거라고 생각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오세훈 캠프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하위 직급 인사들은 자리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8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당선 세리머니하는 오 시장. /남윤호 기자
오세훈 캠프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하위 직급 인사들은 자리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8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당선 세리머니하는 오 시장. /남윤호 기자

A 씨와 같이 '봉사직' 혹은 일당을 받으며 일했던 캠프 인원은 약 4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민주당 쪽은 캠프 사람들이 시민단체에 들어가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인력 자체가 다르다. (보수는) 어떻게 보면 무급이고, 봉사고 하니 아마추어적"이라며 "언뜻 듣기로는 민주당 쪽 캠프 사람들은 일을 괜찮게 하면 시민단체에서 일하다가 선거철이 되면 다시 나와 돕는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A 씨는 "반면 보수 쪽은 '봉사하러 왔나. 끝났나? 그럼 가라'는 식이다. 끊임없이 소모되는 거다. 그래서 캠프 능력 차이가 다르다"며 "이곳 특징이 높은 분들이 자기 자리와 세력을 만들면 그걸로 끝이 난다. 밑에 일했던 사람들에 대해 관심이 없다. 그래서 조직이 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당시 캠프 중책을 맡았던 다른 관계자 B 씨는 "인사는 시장님 고유 권한이고 시장님이 다 결정하는 건 당연하다"면서 "일을 하는 게 우선이다. 기본적으로 굵직한 인사는 다 하신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통화에서 '캠프에 있었던 사람들이 인사 관련 통보가 없다는 불만이 많다'는 물음에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아니면 이 상태로 갈 수도 있지 않겠나"라며 "단지 비서실만 일부 캠프에 있었던 직원들이 들어가 활동할 거다. 제 생각은 크게 불편함이 없지 않겠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후 일자리 시장이 열리는 것에 관해 B 씨는 "그건 정부가 바뀔 경우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일 거다. 여기는 서울특별시라는 하나의 자치단체지 않나. 그 숫자는 분명히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또 요즘은 시장님이 전임 시장 사업을 다 백지화시키지 않겠다고 선언하셨잖나. 그래서 제 생각이지만 인사와 관련해서도 전임 시장 때 임명된 사람이 임기가 남아있다고 하면 무리하게 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회 관계자들은 내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각당 인사 순환 정도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더팩트 DB
국회 관계자들은 내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각당 인사 순환 정도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더팩트 DB

때문에 현실적으로 4번의 선거 패배에 따른 국민의힘 인사 적체는 크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관계자 C 씨는 "서울·부산 선거여서 국회에서 많이 가진 않았다"며 "원래 오 시장이 데리고 있던 사람들이 있다. 옛날 시장 시절도 그렇고, 국회의원 시절, 지난 총선 광진구 선거를 함께한 핵심 몇 명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그 사람들이 대부분 서울시로 갔고, 그 하위직에 대한 발령 등이 구체적으로는 나오지 않았다"면서도 "서울시장이 임명할 수 있는 자리 자체가 많다고 하니 캠프에서 활동했던 분들이 순차적으로 이동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회 보좌진들이 (서울시에) 직접 가는 건 쉽지 않을 거다. 사실상 대선을 기다리는 것밖에 없는 것 같다"며 "대선 때 국민의힘이 이기면 청와대로 가는 사람들이 생긴다. 많이 가면 10여명 까지 간다"고 했다.

결국 오랜 패배로 생긴 인 사 적체는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C 씨는 "지금 (국민의힘) 분위기가 좋다고 생각되니 올해 연말부터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생길 거다. 광역의원, 도의원, 광역시의원 등에 보좌진이 출마한다. 자신이 속했던 의원 지역구를 가는 경우도 있고, 동네를 가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나가게 된다면 일자리 순환이 크게 일어난다"고 말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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