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 선거를 치른 국민의힘은 최근 통합과 혁신을 위한 당 '내부 공사'가 한창이다. 그러나 당 내부 공사 과정에서 자중지란의 모습을 보이면서 그나마 얻었던 민심까지 떠나보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등 지도부가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
'통합' 지지부진…'탄핵 불인정' 발언에 과거회귀 '우려'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오래된 시장을 고치는 '시장 현대화 사업' 요즘 한창이다. 집 근처 시장은 새 지붕을 달고, 보도를 정비하는 등 현대화 사업 공사를 하고 있다. 골목을 지나다 보면 어떤 식당은 주변이 공사 중임에도 사람이 북적북적하고, 다른 식당은 조용하다. 개보수를 하는 공사 중에도 식당 주인의 솜씨에 따라 손님들의 방문 숫자가 다름을 보게 된다.
최근 정치권도 리모델링(개보수작업)이 한창이다. 목적은 민심을 잡아 내년 3월 치러질 20대 대통령 선거 승리를 위함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새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작업이 한창인데, 국민의힘은 출마 선언만 줄을 이을 뿐 정확한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국민의힘은 리모델링 공사를 둘러싸고도 갈팡질팡 중이다. 소음도 격해지고 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일선 의원들의 '설전'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꼬붕', '노욕' 등 거친 단어들이 매일 아침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를 유력한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통합을 둘러싼 주도권 싸움이라고 보고 있다. '인적 쇄신'이 가장 큰 변화의 수단인 만큼, '공정'과 '중도'를 모두 잡을 윤 전 총장을 포섭하려는 움직임이다. 김 전 위원장은 자신을 통해, 국민의힘은 외부의 개입 없이 입당하도록 손을 내밀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국민의힘 안팎에선 유력한 야권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둘러싼 설전이 격화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국민의당과 통합 논의도 이미 멀어진지 오래다. 4·7 재·보궐 선거 국면에서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추켜세웠던 오세훈 서울시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맞잡은 손이 무색한 상황이다. 21일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은 '합당 추진 상황'을 묻는 취재진 물음에 "똑같은 상황을 질문해서 뭐하나. 그쪽이 결론 내면 보고 우리가 판단하겠다"고만 답했다.
국민의힘의 리모델링은 사실 재보궐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고려한다면 내부 인테리어 공사 수준에서 머물러선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대표를 바꿔 새로운 전략을 구상, 민심을 계속 수렴해야한다는 것이다. 지금 작업은 리모델링같지만, 내년 대선을 생각하면 스포츠 프로팀의 '리툴링'(Retooling, 주축 구성원이나 주요 시스템은 유지하면서 몇몇 요소들만을 바꿔 새롭게 팀을 만드는 방식)이 아닌 '리빌딩'(Rebuilding, 대대적인 물갈이를 통해 완전히 새롭게 팀을 구성하는 방식)일 필요가 있다.
그런데 국민의힘의 상황을 보면 그마나 얻었던 민심도 떠나갈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과거로 돌아갔다거나, 오히려 더 악화된 모습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일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될 만큼 위법한 짓을 저질렀느냐"라며 탄핵이 부당하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남윤호 기자 |
과거 회귀의 대표적 사례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일부 의원의 발언이다. 당내에서도 논란이다. 지난 20일 국민의힘 중진 서병수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될 만큼 위법한 짓을 저질렀느냐"라고 발언해 당장 구설에 올랐다. 당내 게시판엔 서 의원을 징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초선 의원도 목소리를 냈다. 21일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SNS에 올린 글에서 "대통령이 탄핵을 받아 물러난 건 역사와 국민에게 큰 죄를 저지른 것"이라며 "탄핵을 받아 물러난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 그게 정당 정치고 책임 정치"라고 짚었다.
이어 "대통령 탄핵도 역사"라며 "역사는 선택적으로 수용해선 안 되며 일부를 부정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 의원은 "서 의원은 국민의힘 최다선이다. 사과를 간곡히 요청한다"며 "국민의힘이 진짜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식당 주인인 직접 리모델링 공사에 나섰지만 전과 다름없는, 오히려 전보다 더 나쁜 수준이 되어가고 있다면 남는 건 외부 전문가를 향한 'SOS'다. 지금 제 머리 못 깎는 국민의힘의 모습을 볼 때 수권정당은 불가능해 보인다는 시각도 있다. 대선까지는 불과 11개월 남았다. 하지만 시간은 늘 우리의 생각보다 빠르게 돌아간다. 그리고 뒤돌아 봤을 때 남는 건 후회뿐인 경우가 허다하다. '아직 시간 남았잖아'라는 착각에 빠진 국민의힘의 11개월 후는 어떤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