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영석 "혁신 없는 통합으론 정권교체 안 돼"
입력: 2021.04.23 05:00 / 수정: 2021.04.23 05:00
국민의힘 당 대표 출마를 준비 중인 윤영석 의원은 안철수 국민의당과의 통합은 혁신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 의원이 당 혁신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국민의힘 당 대표 출마를 준비 중인 윤영석 의원은 안철수 국민의당과의 통합은 '혁신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 의원이 당 혁신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국민의당, 합당할 준비 안 돼 있어"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당이 혁신해야 한다. 우리 당이 수권정당으로서 국민께 믿음받을 수 있는, 사랑받을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혁신 없이 통합만 한다고 해서 정권교체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수권정당에 어울리는 대대적인 혁신에 나서야 한다."

당대표 출마를 준비 중인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3선·경남 양산시갑)은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혁신'을 거듭 강조했다. 국민의당과 합당 문제도 '선 전당대회 후 합당'을 주장했다. 윤 의원은 야권 통합의 중심에 국민의힘이 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윤 의원은 평소대로 밝은 모습이었다. 다만 최근 출마를 위해 당원과의 만남·언론 인터뷰 등에 부지런히 나선 탓에 힘찬 목소리가 조금 거칠어져 있었다. <더팩트>는 윤 의원과 약 30분 동안 당 대표 출마 이유, 당 혁신 방안, 야권 통합 등에 대해 물었다.

윤 의원은 더이상 외부인 아닌 당원이 직접 운영에 참여하는 정당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윤호 기자
윤 의원은 "더이상 외부인 아닌 당원이 직접 운영에 참여하는 정당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윤호 기자

◆"외부인 아닌 당원이 정책·의사결정 주도해야"

윤 의원은 당 대표 출마 이유로 '정당 민주주의의 위기'를 꼽았다. 그는 "국민의힘은 과거 100만 명이던 당원이 갈수록 줄어 이제는 30만 명 수준에 불과하다. 당원이 정당 정책과 의사결정을 주도해야 하는데 참여가 줄고 있다"며 "최근 4년여 동안 비대위원장 3명, 현역 국회의원 아닌 당 대표가 2명이었다. 정당 민주주의의 위기이자 한국 정치의 위기"라고 했다.

이어 "정치에 입문한 이후 일찌감치 큰 정치의 꿈을 키웠다. 3선 의원이 되면서 한국정치 발전을 위해 국민의힘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당 대표에 도전하게 됐다. 국민 기대와 수준에 걸맞는 정치를 구현해야 한다"며 "4차 산업시대의 전개에 부응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현실 정치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구시대적 사고와 메커니즘으로는 정권을 되찾기 어렵다"며 "완전히 새로운 비전과 정치 의지를 갖춰야 한다. 그래서 제가 당 대표가 되고자 한다. 당의 혁명적 변화를 이끄는 대표가 되겠다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있다. 한국 정치구조를 혁명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국민의힘을 바꾸겠다고 나선 당권주자는 중진·초선 의원을 비롯해 10명 안팎이다. 윤 의원의 차별화 전략은 무엇일까. 그는 "우리당의 뼈를 깎는 혁신에 중심을 두고 있고, 혁신을 해야지만 수권정당이 될 수 있다"며 "정책, 이념, 가치의 혁신이 필요하고, 우리 당의 시스템도 21세기형 디지털 플랫폼 정당으로 거듭나서 우리 국민과 항상 소통하고 연결된 정당으로 거듭나야 하기 때문에 '시스템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선 전당대회 후 통합론을 내놓고 범야권 모든 세력이 용광로처럼 하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남윤호 기자
윤 의원은 '선 전당대회 후 통합'론을 내놓고 "범야권 모든 세력이 용광로처럼 하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남윤호 기자

◆"국민의당과 합당 필요하지만 '새 지도부' 먼저"

윤 의원은 발언 내내 '혁신'을 강조했다. 때문에 새 지도부 출범으로 혁신을 이루고 범야권 통합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금 국민의당이 합당할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본다. 내부적으로도 의견 조율이 안 되고 있는 것 같고, 안철수 대표도 결국 대권후보로 나서기 위해서 통합의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장 합당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의힘 혁신과 자강을 위해 전당대회를 빨리 해서 새 지도부가 구성돼야지만 혁신이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후 합당을 하는 것이 국민의당 뿐 아니라 범야권 전체가 힘을 모을 수 있는 중심에 국민의힘이 서 있게 되는 길"이라고 했다.

야권 통합을 위한 원외 인사들의 복당 및 합당에 대해 윤 의원은 "범야권 모든 세력이 용광로처럼 하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우리 당에 앞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감사원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홍준표 의원, 금태섭 전 의원과 같은 모든 범야권 인재들이 힘을 모아야지 정권교체를 이뤄낼 수 있다. 그렇게 새로운 정부를 구성해서 국정운영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에 대해서도 "박 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이 나면 사면하는 것이 맞다"며 "지금 전직 대통령들의 불행은 한국 정치가 극복해야 할 문제기 때문에 사면하는 것이 맞다. 앞으로 그러한 보복정치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국민의힘 중도 확장 방안으로 청년 문제 해결을 제안하고 우리 사회 사다리를 복원하는 당대표가 돼야 한다고 했다. /남윤호 기자
윤 의원은 국민의힘 중도 확장 방안으로 청년 문제 해결을 제안하고 "우리 사회 사다리를 복원하는 당대표가 돼야 한다"고 했다. /남윤호 기자

◆태극기 세력? "중도로 확장…203040 대거 등용할 것"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선 '강성 지지층' 리스크가 화두로 떠올랐다. 지지자들은 일부 개인적인 의견을 내놓은 의원들을 향해 문자·메일 폭탄 등을 보내는 등 비난의 수위가 도를 넘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국민의힘에 '태극기 세력'이 있다.

야권 통합을 이뤄야 할 차기 당대표는 '태극기 세력'을 어떻게 봐야 할까. 윤 의원은 "우리 당이 중도로 더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확실히 했다. 그는 "중도 확장할 수 있는 여러 정책들, 20·30·40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나 집값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우리 사회 사다리를 복원하는 당대표가 돼야 한다. 우리 당이 정책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7 재보궐 선거 결과를 놓고 '국민의힘이 잘해서 이긴 게 아니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우리 국민의힘이 한국정치의 시대교체, 저는 세대교체보다 시대교체라고 한다. 20세기형 정치에서 21세기형 디지털 정책으로 우리가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그래서 젊은이들이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입법·발의라던지 정책제안을 아주 활성화하는 디지털 플랫폼 정당으로 변모해야 한다"며 "내년도 대선을 앞두고 새로운 디지털 혁명, 정보통신 혁명, 인공지능 시대에 20·30·40 청년들을 대거 등용해서 새 정부에서 중요한 역할할 수 있도록 하겠다. 차기 지방선거에서 지방 의회나 단체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육성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선대위원장 추대 등과 관련해선 "지금은 국민의힘이 힘을 길러서 스스로 자립하고, 자강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의원은 인터뷰 내내 혁신·자강과 같은 의제를 언급하고 당의 중요 정강 정책과 당헌 당규 개정에 당원 의사가 즉각 반영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남윤호 기자
윤 의원은 인터뷰 내내 '혁신'·'자강'과 같은 의제를 언급하고 "당의 중요 정강 정책과 당헌 당규 개정에 당원 의사가 즉각 반영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남윤호 기자

◆대세는 '디지털 정당운영'…"당원 의사 반영해야"

윤 의원은 '디지털 정당 체제'에 큰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정당이 온·오프라인으로 당원·국민의 요구와 시민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일상적으로 담아내고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지금은 4차 산업 시대이자 정보통신 혁명시대다. 당원투표를 활성화해야 한다. 최소한 30만 책임당원에게는 의사결정 참여를 일상화해야 한다. 정보통신과 블록체인 기술 발달로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모바일 디지털 투표가 가능하다. 이를 활성화해서 당의 중요 정강 정책과 당헌 당규 개정에 당원 의사가 즉각 반영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상을 바꾸는 힘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테크놀로지다. 4차산업혁명과 디지털화, 스마트화가 세계의 정치, 한국의 정치를 바꿀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과 빅데이터는 정당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국민과 일반 당원도 발의해서 과반수 이상 찬성을 얻으면 당론화해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렇게 해야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시대가 열린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또 국민의힘이 '헝그리 정신'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1야당 지도자는 문재인 정권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파괴행태에 강력하게 저항해야 한다. 당 대표가 앞장서야 한다. 당원이 당을 중심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경제 ·사회복지 정책, 국민 분열과 갈등을 통합하는 정책, 저출산 고령화 위기와 남북관계 ·외교 안보 등에 대안을 제시하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 이를 제시하지 못하면 국민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다. 당 대표가 되면 '섀도우 캐비닛(shadow cabinet. 예비내각)'을 구성해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윤 의원은 끝으로 "현재 국민의힘은 원칙이 안 보인다.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에 제대로 대응조차 못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본소득은 시기상조인데도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끌려가기만 한다. 수권정당으로서 모습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집권도 어렵다"며 당 자강과 혁신을 거듭 강조했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누구? 1965년 경상남도 양산 출생.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해 미국 듀크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1993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고용노동부와 서울시청에서 일했다. 2012년 19대 총선 새누리당 당적으로 당시 송인배 민주통합당 후보를 누르고 경남 양산시에 당선됐다. 이후 국회 산자위원으로 활동하며 원내부대표, 원내대변인직을 역임했다. 20대, 21대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당선돼 3선 의원이 됐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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