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도 군대로' 與, 포퓰리즘? 병력 보충 대안?…논란 가중
입력: 2021.04.21 05:00 / 수정: 2021.04.21 05:00
차기 대권에 도전하는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남녀 모두 40~100일간 의무적으로 기초군사훈련을 받는 남녀평등복무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이새롬 기자
차기 대권에 도전하는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남녀 모두 40~100일간 의무적으로 기초군사훈련을 받는 '남녀평등복무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이새롬 기자

모병제·군가산점제 부활 등 현실성 떨어져…"설익은 정책"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정치권 일각에서 여성을 입대 대상에 포함하거나 군사 훈련을 받게 하자는 주장이 나오면서 해묵은 논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성차별 논란부터 실익 등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징병 관련 문제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인 가운데 정치권이 현실성 없는 정책으로 남녀 갈등만 부추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징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로 전환하자 얘기가 나온다. 국가가 국민을 대상으로 국가 방위의 의무를 강제로 지우는 병역 제도를 없애고 지원자들로 군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남성은 징병제, 여성은 장교와 부사관 등 간부로만 근무할 수 있다. 전문성을 갖춘 강한 군대를 양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징병제가 성차별이라는 시각이 있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남성 중심의 징병제가 여성의 전 삶에 걸쳐, 특히 일자리나 직장 문화와 관련한 성차별의 큰 근원"이라며 "군대에 여성이 많아지면서 여성 친화적인 조직으로 바뀐다는 것은 그 사회에 성평등 문화가 확대되는 데 굉장히 좋은 요소"라고 말했다.

여성이 개인 의사에 따라 사병으로 입대하면 양성평등의 관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온라인상에서는 국방과 안보의 개념을 여성의 일자리 확대로 연결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특성상 국토방위 의무를 다해야 하는 병력의 전투력이 중요하다는 취지다. '여성은 사병은 안 되고 간부는 되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아예 여성도 남성처럼 기초군사훈련을 받도록 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차기 대권에 도전하는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남녀 모두 40~100일간 의무적으로 기초군사훈련을 받는 '남녀평등복무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남녀 차별 논란을 종식할 수 있고 병역 기피 등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여당 일각에선 군 가산점제를 부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징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로 전환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은 물론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까지 더해져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팩트 DB
최근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징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로 전환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은 물론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까지 더해져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팩트 DB

문제는 현실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헌법재판소는 2010년, 2011년, 2014년 남자에게만 병역의무를 부과한 병역법은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또, 모병제를 위해서는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 중대한 절차를 넘겨야 한다.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는 헌법 제39조 1항의 '모든 국민’에 여성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1999년 제대 군인 가산점 제도도 역시 '위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아울러 이러한 제안들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더구나 국방은 국회보다 정부가 주도한다. 따라서 국회, 그것도 여당 일각의 주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2012년 이후 꾸준히 정치권에서 제기된 모병제 전환 등 군 관련 문제는 토론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등 논의를 거쳤지만, 현실화되지 못한 이유도 이러한 영향이 컸다.

때문에 여당 일부 의원들이 제안은 20대 남성을 겨냥한 정책이라는 시각이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지난 4·7 재보선 참패로 '이남자'(20대 남자) 표심이 돌아섰다는 판단에 궁여지책으로 나온, 시대에 맞지 않고 사회적 합의도 어려운 정책"이라고 지적하면서 "20대 남자들이 정부·여당에 돌아선 건 문재인 정부의 공정성과 사회 정의 훼손 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청년이 겪고 있는 취업·주거 문제 등은 여성이 군대에 간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정치권은 청년이 직면한 문제에 대해 대안을 내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별에 관계없이 원하는 사람이면 국방의 의무를 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20일 오후 9시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시켜 주십시오'라는 청원에 13만4976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장교나 부사관으로 여군을 모집하는 시점에서 여성의 신체가 군 복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는 핑계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며 "성 평등을 추구하고 여성의 능력이 결코 남성에 비해 떨어지지 않음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병역의 의무를 남성에게만 지게 하는 것은 매우 후진적이고 여성 비하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자는 보호해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나라를 지킬 수 있는 듬직한 전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여성에 대한 징병제 도입을 검토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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