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조국' 반성문…'제 2의 조금박해' 안 보인다
입력: 2021.04.16 00:00 / 수정: 2021.04.16 00:00
4·7 재보선 참패 원인으로 조국 사태 등을 언급했던 초선들에 대한 강성 지지층의 비난이 거세지자 초선 의원들도 침묵하고 있다.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2030의원 입장문 발표에 앞서 고개숙이는 전용기, 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장철민 의원. /남윤호 기자
4·7 재보선 참패 원인으로 '조국 사태' 등을 언급했던 초선들에 대한 강성 지지층의 비난이 거세지자 초선 의원들도 침묵하고 있다.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2030의원 입장문' 발표에 앞서 고개숙이는 전용기, 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장철민 의원. /남윤호 기자

'강성 지지층 대응' 새 지도부 당면 과제로 떠올라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패인(敗因) 중 하나로 이른바 '조국 사태'를 언급했던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관련 언급을 피하거나 차단하는 모양새다. 강성 지지자들의 문자폭탄 등 과도한 공세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새로 출범하는 지도부가 당내 다양하고 열린 소통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감을 얻고 있다.

15일 현재 재보선 직후 민주당에서 초선의원 중심으로 나왔던 '조국 반성문'은 자취를 감춘 분위기다. 열성 당원들로부터 수천 통의 문자 폭탄과 항의 전화를 받으면서 신중한 기류가 형성됐다. 한 초선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문자폭탄이 많이 오고 있다. 2030 초선 의원들은 훨씬 심한 것으로 안다"며 "문자는 평소보다 조금 더 받는 수준이지만 총선을 도와줬던 분들이 직접 전화하고 지역사무실로도 와 혼내셔서 (항의 수준이 달랐다)"고 했다.

20대 국회에서 조금박해라 불렸던 김해영 전 의원, 조응천 의원은 이번에도 소수 의견을 냈다. 2020년 6월 12일 최고위에서 발언하는 김 전 의원. /이선화 기자
20대 국회에서 '조금박해'라 불렸던 김해영 전 의원, 조응천 의원은 이번에도 소수 의견을 냈다. 2020년 6월 12일 최고위에서 발언하는 김 전 의원. /이선화 기자

오영환, 이소영, 장철민, 전용기 의원 등 2030 초선의원들과 함께 입장문을 냈던 장경태 의원도 최근 몇몇 당원들에게 조 전 장관을 비호하지 못해 사과한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9일 밝혔던 입장문과는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당시 초선의원들은 '조국 사태'를 당이 직면한 공정과 정의 문제의 시발점으로 분석했다.

그렇다 보니 민주당 내부에서는 '제2의 조금박해'가 보이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금박해'는 20대 국회에서 당내 쓴소리를 담당했던 소장파 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의 성을 각각 딴 말이다. 금태섭 전 의원은 조국 사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에 당과 반대 입장을 냈다가 징계를 받고 지난해 10월 탈당했고, 김해영 전 의원은 21대 총선에서 낙선해 원외에서 활동하고 있다.

'조금박해'의 존재감은 이번에도 돋보였다. 김해영 전 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초선 의원들이 용기 내 당 쇄신을 위한 불길을 지폈는데 불과 며칠 만에 이 불길이 매우 빠르게 식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국 사태'에 대해서도 "여러 패배 원인 중 하나인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일부 강성 지지층의 반발 행위에 대해서도 당 지도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같은 날 조응천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당 비대위에 "폭력적으로 쇄신을 막는 행위를 좌시하지 말고 소수 강성 지지층들로부터 다수 당원과 뜻 있는 젊은 의원들을 보호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금기어 혹은 성역화된 '조국' 문제는 보수정당의 '탄핵'과 같이 앞으로 두고두고 우리의 발목을 잡을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라며 "당 주류 세력들은 기득권을 붙잡고 변화를 거부하며 민심보다는 소위 '개혁'에 방점을 두는 것 같아 힘들다"고 꼬집었다.

당내 열린 소통 문화 조성은 새 지도부의 과제로 떠올랐다.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원내대표 후보자 합동토론회에서 왼쪽부터 박완주, 윤호중 의원. /남윤호 기자
당내 열린 소통 문화 조성은 새 지도부의 과제로 떠올랐다.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원내대표 후보자 합동토론회에서 왼쪽부터 박완주, 윤호중 의원. /남윤호 기자

일각에선 젊은 의원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의정평가나 정책결정 과정에서 당원 영향력이 강한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당내 열린 소통 환경 조성은 조만간 출범하는 새 지도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이날 당 대표 출마선언한 송영길 의원은 "특정 사안에 대해서 문자폭탄이 바람직하지 않다. 무슨 이야기를 하면 떼로 몰려서 입을 막는 행위는 당이 건전하게 발전하는 것을 막는다"고 했다.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완주 의원도 "건강한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상대에게 과도한 압박으로 느껴지게 하면 안 된다"며 "상대방을 존중함이 민주당스러움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민주당 당원은 다수가 문재인 대통령이 대표할 때부터 계속 친문계 중심으로 구성이 바뀌어서 (지도부가) 강성 당원 눈치를 본다. 예전 황교안 전 대표가 태극기 집회 세력에 전전긍긍하면서 끌려 다녔던 것과 차이가 없다"며 "강성 당원들은 앞으로도 그럴 텐데 당이 이들 중심으로 자꾸 끌려가선 안 된다.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끔 중심을 잡아주는 게 앞으로 당 지도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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