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향한 '촛불 민심' 변화…'쓴소리·실망감' 표출
입력: 2021.04.15 00:00 / 수정: 2021.04.15 00:00
문재인 정권 탄생에 1등 공신인 촛불 민심이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 강한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정권 탄생에 1등 공신인 '촛불 민심'이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 강한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촛불세력의 강한 경고음…지지율 추락에 담긴 실망감

[더팩트ㅣ청와대=허주열 기자]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대통령'을 자임했던 문재인 대통령에게 '촛불 민심'이 제동을 걸고 있다. 문재인 정권을 탄생시킨 핵심 동력이었던 촛불 민심이 정권과 거리를 두고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야심 차게 추진한 정책들에 대한 반감도 거세 국민 눈높이에 맞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남은 임기 동안 국정 동력 상실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범국민 촛불집회에 앞장섰던 종교계와 시민사회 재야인사들은 지난 13일 4·7 재·보궐선거 참패를 계기로 문재인 정권의 철저한 반성과 쇄신을 촉구했다. 정지강 재단법인 희망제작소 이사장, 김근상 전 대한성공회 대주교, 이충재 전 한국 YMCA 사무총장, 채수일 전 한신대 총장 등 100여 명으로 구성된 '쇄신과 촛불 개혁을 위한 범시민전국연대'는 이날 긴급 성명서를 통해 "문재인 정부는 뼈를 깎는 반성과 읍참마속으로 기득권을 내려놓고 겸손과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 "재보선 결과에 반성하고 쇄신하고자 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라며 "당 입장, 정권 입장에서 벗어나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면 그 해답이 보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회전문 인사, 내 편 인사, 5대 중대비리 인사는 안 된다"라며 "민생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청렴, 강직하고 개혁적인 새 인물을 발탁해 배치해야 한다"고 인적 쇄신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도 짧은 기간 최저치 기록을 경신하면서 하락세가 가팔라지는 모양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5~9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2일 발표한 4월 1주 차 주간집계를 보면 문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33.4%로 전주 대비 1.2%포인트 하락한 최저치를 기록했다. 직전 최저치는 지난달 3주 차(34.1%)였다.

반면 부정평가는 전주 대비 0.5%p 상승한 62.9%로 집권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0%p,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역대 대통령 대부분이 집권 5년 차에 10~20%대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레임덕(임기말 권력 누수)에 빠졌던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최저치 기록 경신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은 심상치 않은 조짐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제공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제공

이처럼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은 '정책의 실패', '공정성의 위기', '오만한 태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9~10일 여론조사를 실시해 14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현 정부 지지율이 하락한 이유'에 대한 질문에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불신'이 41.2%,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폭발한 공정성 위기'가 32.3%, '내로남불식 태도와 오만함'이 30.4% 등으로 조사됐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민주당 지지층에서 부동산 정책 실패(46.8%)와 공정성 위기(39.4%)를 지목한 경우가 더 많았다는 것이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이는 문 대통령을 지지했던 이들도 현 정권의 정책과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청와대는 정책 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을 예고했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일 현 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것과 관련해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그는 "주택시장이 2월 중순부터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거래량이 많지 않고 매물이 늘어나고 매매 가격과 전세 가격의 상승률이 떨어지고 있다.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 시기"라고 했다.

다만 청와대는 일부 수석과 국무위원들에 대한 인적 쇄신은 준비하고 있다. 인적 쇄신 대상과 규모에 대해선 철저히 함구하고 있지만, 시기는 이르면 내주쯤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실상 마지막 카드인 인적 쇄신에서도 국민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지지율 하락세는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 야권 관계자는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당에 180석을 몰아줬던 민심은 1년 만에 집권 세력의 무능과 위선, 오만과 내로남불에 준엄한 심판을 내렸다"라며 "촛불 민심을 배반하고 기득권 세력이 되어버린 문재인 정권에 대한 배신감을 느끼는 이들에게 뼈를 깎는 쇄신으로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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