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영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4일 재보선 참패 이후 당내 쇄신 움직임에 대해 "불길이 매우 빠르게 식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6월 12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김 전 최고위원. /이선화 기자 |
조응천 "'조국'은 보수당 '탄핵'처럼 우리 발목잡을 것"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당내 소장파로서 20대 국회에서 '미스터 쓴소리'로 불렸던 김해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재보선 참패 이후 당 쇄신 움직임과 관련해 "초선 의원들이 용기 내 당 쇄신을 위한 불길을 지폈는데 불과 며칠 만에 이 불길이 매우 빠르게 식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부산 공직자 부동산 비리조사 특위 이행 촉구' 기자회견을 연 자리에서 '당 쇄신 방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2030 젊은 초선의원이 상당히 용기 냈다. 지지층에게 비판받는 부분이 가장 두려운데 큰 용기 낸 분들에게 박수 보내고 싶다"며 "민주당이 국민으로부터 상당히 신뢰를 잃고 있다. 이 상태로는 대선, 총선, 지방선거가 아니라 당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지경"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이 국민에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좀 더 적극적인 쇄신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원외에서도 계속 필요한 목소리를 내고, 원외 인사들과 논의하며 당에 필요한 쇄신방안을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그는 일부 강성 지지층의 반발 행위에 대해서도 "문자폭탄도 정치적 의사표현의 하나이긴 한데 유튜브에 특정 정치인 전화번호를 찍어 조직적으로 하루 수천 통씩 문자폭탄을 보내는 수준에 이른다면 이것은 정치적 의사표현을 넘은 것"이라며 "당내 다양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문제들이다. 이 부분에 대해선 당 지도자 반열에 있는 분들이 단호하게 자제를 촉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 차원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윤호중, 정청래 의원 등 당 중진들이 '조국 사태는 21대 총선 때 심판받았다'는 입장에 대해서도 "그 해석에 동의 못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총선은 당시 코로나 방역을 해외 다른 국가들보다 잘해 많은 의석을 확보한 것"이라며 "이번 보궐선거 결과가 조국 사태만으로 패배한 건 아니다. 그러나 여러 패배 원인 중 하나인 건 분명한 사실이다. 특히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비해 공정을 중요한 가치로 보는 정당이란 믿음이 있었는데 그 믿음이 흔들린 시발이 된 사건이다. 조국 사태에 대해 분명하게 판단하고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반성이 진정성이 있으려면 구체성을 갖고 사과해야 한다. 어는 논의를 금기시하고 못 하게 하는 대상이 있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차기 지도부에 "정치인이라도 얼마든지 잘못 판단하고 잘못 주장할 수 있다. 이후에라도 본인이 잘못 판단하고 잘못 주장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 그 주장 철회하고 분명하게 입장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며 "당이 확실히 쇄신하려면 젊은 의원들, 초재선 의원들이 당의 얼굴로서 큰 역할들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20대 국회 때부터 김 전 의원과 함께 소장파로 분류된 조응천 민주당 의원도 당에 쓴소리를 던졌다.
조 의원은 4·7 재보선 참패 원인 중 하나로 '조국 사태'를 거론했던 초선 의원들을 향해 강성 지지자들의 문자폭탄, 권리당원 성명 등 비난이 쏟아지자 당 비상대책위원회에 "젊은 의원들을 보호하라"고 호소했다. 조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어제 나온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일동' 명의의 성명서는 어렵게 입을 뗀 초선 의원들을 주눅 들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폭력적으로 쇄신을 막는 행위를 좌시하지 말고 소수 강성 지지층들로부터 다수 당원과 뜻 있는 젊은 의원들을 보호하라"고 했다.
그는 "(성명서에) 배은망덕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조국 전 장관을 적극 지지하는 일부 강성 지지층들 없이는 국회의원이 될 수 없었다는 전제가 깔린 것이라면 참으로 오만하고 전근대적인 발상"이라며 "(비대위는) 당 쇄신을 가로막는 폭력적 언행을 수수방관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조 의원은 "맷집이 약한 많은 의원이 진저리치며 점점 입을 닫고 있다"며 "당이 점점 재보선 패배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금기어 혹은 성역화된 '조국' 문제는 보수정당의 '탄핵'과 같이 앞으로 두고두고 우리의 발목을 잡을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라며 "당 주류 세력들은 기득권을 붙잡고 변화를 거부하며 민심보다는 소위 '개혁'에 방점을 두는 것 같아 힘들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