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것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라고 고개를 숙인 가운데 어떤 변화로 남은 임기 국정을 이끌어 나갈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이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
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국정 기조' 변함없다면 '사람'이라도 제대로 바꿔야
[더팩트ㅣ청와대=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의 4·7 재·보궐선거 참패와 관련해 고개를 숙였습니다. 차기 대선의 전초전 격인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여권 후보가 압도적인 격차로 패배하자,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입니다"라고 사과한 것입니다. 임기 종료를 앞두고 치러진 마지막 중간 평가에서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에 대한 책임감을 통감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어쨌든 선거는 끝났고, 아직 문 대통령에게는 1년이라는 시간이 남았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최종 평가는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재보선 이후 처음으로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평가를 되돌릴 여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 8일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공동 조사(전국지표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한 40%, 부정 평가는 1%p 하락한 55%로 나타났습니다(조사기간, 지난 5~7일, 조사대상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04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이는 역대 정부의 같은 시기 지지율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물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한 서울에선 문 대통령 긍정 평가가 전주 대비 2%p 하락한 32%, 부정 평가는 2%p 상승한 64%로 집계돼 서울의 냉랭한 민심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남은 임기를 성공적으로 보내기 위해선 꼭 필요한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국민의 중간 평가가 나빴던 부분에 대한 '변화'입니다. 이와 관련해 민심을 자극한 부동산 정책 등 정책 기조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기조 변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관련한 질문에 "코로나19 극복,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 부동산 부패의 청산 등이 이번 선거를 통해 나타난 국민의 절실한 요구라고 판단하고 있다"라며 "이런 국민의 절실한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은 흔들림 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다음 주 특별방역점검회의(12일)와 확대경제장관회의(15일)를 긴급 소집했는데, 이 자리에서 기존 국정 현안을 다잡기 위한 논의가 오갈 예정입니다.
앞서 언급한 전국지표조사에서 국민 80%는 '부동산 정책을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고, 잘못된 점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53%), '공직자들의 불법 투기'(31%), '국민 정서와 다른 여권 인사의 부동산 거래'(6%)를 꼽았습니다. 또한 후반기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86%가 '수정해야 한다'(전면 수정 35%, 일부 수정 51%)고 답했습니다.
여론과는 다르지만, 국정 기조 변화는 없다고 하니 문 대통령의 남은 반전 카드는 '인적 쇄신' 정도일 것 같습니다. 마침 차기 대권에 관심이 있는 정세균 국무총리 교체를 시작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사퇴가 예정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자의 반 타의 반 최장수 경제부총리로 재직 중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일부 국무위원 교체가 조만간 단행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새롭고 참신한 인물, 친문 회전문 인사가 아닌 '진짜 전문가'로 이 자리를 채운다면 어쩌면 1년가량 남은 시간은 지금의 혹평을 바꿀 충분한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우리만 옳고, 야당은 적폐 세력에 불과하다'는 오만한 인식부터 바꿔야 합니다.
1세대 정치평론가인 유창선 사회학 박사는 최근 출간한 저서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에서 문재인 정부의 정치에 대해 "우리만이 옳다는, 성찰과 회의를 모르는 독선의 정치"라고 평가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선 "586세대가 중심인 집권 세력이 갖고 있는 도덕적 우월의식 때문"이라며 "586세대는 독재 정권에 맞서 학생운동이나 민주화 운동을 하며 대의를 위해 헌신했는데, 문제는 그 자부심이 오만과 독선, '내로남불'로 변질됐다. 그들은 '우리는 언제나 선하다'는 착각에 빠져, 진영 내 누군가의 문제가 드러나도 그 잘못은 쉽게 이해되고 정당화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20대들이 등을 돌린 이유에 대해 "불공정 시비가 누적되면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이들의 반감 또한 쌓여온 것"이라며 "조국 사태부터 박원순의 죽음, 추미애와 윤석열의 갈등에 이르기까지 (문재인 정권) 기성세대는 모든 것을 진영 논리에 따라 판단했고, 20대가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20대들에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젊은이들의 가슴에 상처를 준 불공정 행위를 한 인사'이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시장이라는 권력을 이용해 성추행을 한 인사'에 불과하지만, 정권 차원에서 이들을 옹호하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국가의 중요한 인사권을 틀어쥔 문 대통령이 법무부·국토부 장관 등 요직에 정치적 거리나 친분보다 '능력'만을 본 인사를 했다면 지금 정권의 발목을 잡는 여러 악재들은 사전에 걸러졌을 수도 있습니다. 또 국민 다수가 '실패한 인사'라고 지적하는 부분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했다면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 개각에서 또다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고 적재적소에 능력만 본 적임자를 기용하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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