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을 거뒀다. 서울·부산시장을 모두 차지했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당 지도부와 방송사 출구조사 발표를 지켜보는 모습. /남윤호 기자 |
<더팩트> 정치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 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與, 일주일 비대위 체제 뒷말…야권 합당 주목
[더팩트 | 정리=신진환 기자] -4·7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을 거뒀다. 서울·부산시장을 모두 차지했다. 그것도 더불어민주당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 특히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서울시장을 10년 만에 탈환했다. 박빙 승부를 예측했던 민주당의 판단과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정가에서는 임기 1년짜리 서울·부산시장 선거였지만, 민심 풍향계로 보는 시선이 많다. 향후 대선 지형에는 어떠한 변화가 있을까. 이번 보궐선거의 전후를 다뤄보자.
◆민주당의 틀릭 판세 예측…"너 때문에 졌다" 실랑이도
-민주당이 이번 보궐선거에서 박빙의 승부를 벌일 것이라고 한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지. 이낙연 전 중앙상임선대위원장이 선거일 전날인 지난 6일 3%포인트 내외의 박빙 승부 또는 이길 것이라고 자신했었잖아. 뚜껑을 열어 보니, 완전히 틀렸어.
-7일 오후 8시15분 지상파 3사(KBS·MBC·SBS) 출구조사가 나왔을 때야. 서울과 부산 모두 국민의힘 후보에 크게 밀린다는 출구조사 발표가 나오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어. 개표방송이 시작되고 5분 뒤부터 의원들은 하나둘씩 말없이 상황실을 빠져나가더라고. 특히 민주당 유튜브 '델리민주'에서 개표 방송을 한다고 했었어. 하지만 15분 만에 끝났어. '졌구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
-사실 선거일(7일) 전 사석에서 민주당 보좌진과 의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기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다수였지. 한 보좌진은 "10%포인트 이상 차이로만 안 지면 선전한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서울시장 선거에선 약 18%포인트, 부산시장 선거에선 더블스코어에 가까운 격차가 난 것은 정말 예상하지 못한 것 같았어. 또 캠프에선 안 그래도 침체된 분위기에 부채질하는 일도 있었다고 해. 일부 캠프 관계자들 사이에서 "너 때문에 졌다"며 실랑이가 벌어졌다는 거야.
김태년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4·7 재보선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확인한 후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당 지도부는 8일 재보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일괄 사퇴했다. /이새롬 기자 |
-그런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주인공인 박영선 후보가 당사가 아닌 캠프를 먼저 찾았다고?
-원래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개표 상황을 지켜보기로 돼 있었는데, 출구조사에서 사실상 패배가 확실해지자 실무진 위로 차원에서 간 게 아닐까 싶어. 박 후보는 출구조사 발표가 나온 지 1시간 뒤쯤인 오후 9시 15분쯤 캠프에 도착했는데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민주당 의원들과 실무진이 서서 10여 분간 계속 박수를 치더라. 박 후보는 예상 밖 덤덤한 표정으로 주먹 인사하고.
-조금 특이했던 게 캠프 측에서 후보자가 캠프 관계자들과 약 5분간 이야기를 나누겠다면서 사진, 카메라 기자들과 펜기자 등 언론인을 바깥으로 내보내더라고. 살짝 듣기로는 박 후보가 말하는 도중에 큰 박수가 3~4차례 나왔었어. 이번 선거 결과로 가장 쓰라린 사람이니 아쉬움과 고마움을 표현하지 않았을까 싶어.
-반대로 국민의힘은 처음부터 분위기가 좋았지. 서로 인사도 주고받고 왁자지껄했어. 그런데 서울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당시 후보는 긴장한 표정이었어. 눈빛이 약간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은 그런 눈빛이었어. 절제된 느낌이랄까?
지난 7일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정진석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4·7 재보선 출구조사 결과를 바라보며 손을 잡고 있다. /남윤호 기자 |
-과거를 보면 오 시장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수밖에 없었을 것 같아. 2010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여론조사에서 오 시장은 한명숙 민주당 후보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지.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2만6000여 표 차이로 가까스로 당선됐어. 아마 이러한 경험이 있어서 방심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닐까 싶어.
-나름의 축제 분위기 속에서 볼썽사나운 장면도 연출돼 뒷말이 많았지. 송언석 의원이 당사 개표상황실에서 본인의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사무처 국장 및 팀장급 당직자에게 발길질과 욕설을 했는데, 이 장면이 몇몇 기자들에게 목격됐지. 국민의힘 당직자들은 성명을 내고 공식 사과를 요구했고, 결국 송 의원은 지난 8일 당직자 폭행에 대해 사과했다고 해.
-청와대도 어느 정도 재보선 결과를 예상하는 눈치였어. 출입기자단에서도 여러 예측을 했는데, 대체로 한 자릿수 격차를 예상했었지. 두 자릿수 패배면 문재인 대통령이 곧바로 레임덕으로 빠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희망 섞인 패배 기대였지 않나 싶어.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김진애 전 의원으로부터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을 승계받은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해 환담을 나누고 있다. /이새롬 기자 |
◆'당선자 못지 않다'...재보선 최대 수혜자는 누구?
-사실 선거 전 이런 이야기가 돌았어. 선거에서 승리하는 후보가 아닌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최대 수혜자라는 말. 왜냐면 서울·부산시장은 임기가 1년이야. 그런데 김 의원은 임기가 3년이나 되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김진애 전 의원으로부터 비례대표직을 승계받은 그는 지난달 25일 승계 절차를 마치고 국회에 입성했지. 이번 선거는 부동산 실정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짙었는데, 부동산 투기 논란에 휩싸였던 김 의원이 가장 큰 수혜를 본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더라고.
-오 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 국민의당도 인정했잖아. '우리가 잘해서가 아니라 민주당이 못 해서 이긴 것'이라고. 하지만 부동산 투기 논란의 진원지가 됐던 사람이 국회에 입성하게 된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는 것이지.
-야권 후보 단일화를 이루고 오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원한 안철수 국민의힘 대표도 이미지를 탈바꿈했다는 평가야. 사실 야권 후보 단일화가 불발되지 않겠냐는 전망도 적잖았는데, 결국엔 '정권 심판'이라는 대의명분에 의기투합했잖아. 중도·보수층에 눈도장을 확실히 찍지 않았을까?
-그리고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정치권에서 '생명 연장'을 꿈꿀 수 있게 됐다는 관측이 많아. 다음 대선 전 국민의힘이 러브콜을 보낼 수 있는 또 하나의 나침반을 던져놓고 간 셈이 됐잖아. 국민의힘 일각에선 '오세훈은 후보로 안 된다'는 부정적인 기류가 있었는데, 김 위원장이 '될 것'이라고 했고, 실제 오 시장이 당선됐어. '여의도 최고 전략가는 나다'라는 걸 증명한 선거였지 않았나 싶어. 또 선거 이후 처음 약속대로 곧바로 당권을 내려놓으면서 마무리도 깔끔했어.
-다른 측면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수혜자로 분류되기도 해. 대선 국면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유력 대권주자로 힘이 쏠릴 수밖에 없잖아. 민주당의 참패로 이낙연 전 대표는 치명상을 입었고. 결국 이 지사가 계속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 같아.
-민주당이 "저희가 부족했다"며 국민에 사과했잖아.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말이야. 비대위원장을 도종환 의원이 맡는데, 민주당이 변한 게 없다는 지적이 많아.
더불어민주당 도종환(오른쪽)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오영환, 장철민, 장경태, 이소영, 전용기 의원 등 2030 의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고개 숙인 민주당 비대위…야권 합당은 언제쯤?
-맞아. 도 의원이 비대위원장이 된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관측이 있어. 오는 16일 경선을 통해 원내대표를 선출하면 그 사람이 새 비대위를 맡고 도 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 내려가거든. 그런데 도 위원장이 원내대표 경선을 준비하는 역할에서 끝나기 때문에 과연 비대위가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어.
-민주당 내부에서 갈등이 표출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조응천 의원이 8일 페이스북에 "우리 당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데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분은 가급적 당내 선거에 나서지 마라"고 썼잖아. 사실상 '친문 후보'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대체적이야. 이제 대선이 채 1년이 안 남았는데 공개적으로 '친문'을 겨냥한 발언이 나오고 있다는 점은 의미가 있어 보여. 또 '소신파'로 분류되는 김해영 전 최고위원은 조국 사태와 관련해 "조국 전 장관을 왜 그렇게 지키려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잖아. 앞으로 '친문 책임론'이 당 일각에서 조금씩 나오지 않을까 싶어. 실제 그런 징후들이 조금씩 보이고 있고 있고 말이야.
-여당, 야당 모두 중도를 잡는 대표가 필요하다고 봐. 박영선 후보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15곳에서 40% 이상 득표했어. 민주당 지지자들이 투표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는 대목이지. 반대로 오 시장은 제일 낮은 곳이 관악구였는데, 50%의 득표를 기록했어. 강남구는 70%가 넘었고. 이를 보면 중도층이 민주당에 완전히 등을 돌렸다고 봐야겠지. 내년 대선에서 이기려면 중도를 잡아야 하는데, 민주당은 친문으로 가고, 국민의힘의 경우 보수 향수를 자극하는 사람이 당권을 잡으면 다음 대선도 중도의 선택은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야. 여야는 모두 중도 확장성이 있는 대표가 꼭 필요해.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당선이 확실해지자 상황판에 당선 스티커를 붙인 후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주호영 원내대표, 김종인 비대위원장,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남윤호 기자 |
-야권 얘기로 넘어가 볼까?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통합은 언제쯤 할까?
-전당대회 전이 될지 후가 될지 시기의 문제 같아. 국민의힘에서는 국민의당과 통합 전당대회를 치러 합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 국민의힘 일각에서 당 대표와 원내대표로 거론되는 한 중진 의원은 김종인 전 위원장이 당을 계속 맡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것 같더라고.
-다음 전대 승자를 예측하기엔 이른 시기인 거 같아. 여기서 하나 짚어볼 부분이 있는 듯해. 김 전 위원장이 '수구꼴통'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광주도 방문하고, 전통 수구 보수를 배제하려는 노력도 기울였잖아. 다음 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중도 외연 확장인데, TK 보수 인사가 당권을 잡는다면 다시 과거로 회귀한다는 우려가 클 것 같아.
-재보선이 끝나면서 사실상 대선 정국에 접어 들었다는 평가야. 이제 여야는 대선을 정조준하고 있지. 여야 모두 내부에선 원내대표 경선, 전당대회를 준비하면서 대외적으로는 치열하게 정국 주도권 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제발 민생도 챙기면서 협치 하는 모습도 보였으면 좋겠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문혜현 기자(이상 정치팀), 장우성 정치사회 에디터, 임영무 기자, 배정한 기자, 이새롬 기자, 남윤호 기자, 이선화 기자, 임세준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