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이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화상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4·7 재·보궐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일괄 사퇴했다. /남윤호 기자 |
與, 쇄신 작업 돌입…대선 정국서 신뢰 회복 과제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싸늘한 민심을 확인했다.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에 참패했다. 불과 1년 전 압승을 거뒀던 총선과 정반대의 상황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민심 흐름이 '정권 심판'으로 급격히 기울면서 정권 재창출에 비상등이 켜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서울시장 보궐선거 개표 결과 오세훈 신임 시장이 57.5%를 득표해 박영선 민주당 후보(39.2%)를 큰 격차로 이겼다. 두 후보 간 격차는 18.32%포인트에 달했다. 표로 따지면 89만1452표 차이다. 경기 성남시 인구(93만 명)와 맞먹는 정도다.
민주당에 등 돌린 민심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오 시장은 25개 모든 자치구에서 박 후보를 앞섰다. 민주당은 대표적인 보수 표밭으로 불리는 강남 3구는 물론 민주당의 텃밭인 강북벨트와 서남권마저도 내줬다. 심지어 박 후보의 정치적 고향인 구로구 표심마저 오 시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민주당 지지층이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인구 1000만의 서울을 애초 예상보다 훨씬 큰 격차로 국민의힘에 내줬다. 정부·여당을 향한 혹독한 심판이라는 평가다. 부동산 실정과 각종 불공정 논란은 '샤이 진보'를 만들어냈다. 지난해 4·13 총선과 이전의 전국 단위 선거 때 '샤이 보수'와 반대되는 현상이다.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 국민적 공분과 배신감이 이어지는 상태로는 정권 재창출이 어려울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돈다. 임기 후반부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의 권력 누수도 우려된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탄핵 부담을 떨치고 정권 교체의 발판을 마련한 국민의힘이 바람을 탄다면 11개월 남은 대선의 향배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당 최대 위기에 봉착한 민주당은 곧장 수습에 나섰다. 지도부 총사퇴로 강수를 두며 대대적인 쇄신 작업에 돌입했다. 김태년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8일 대국민 성명을 통해 "이번 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철저하게 성찰하고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에 참패했다. 민심 흐름이 '정권 심판'으로 급격히 기울면서 정권 재창출에 비상등이 켜졌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김종인 비대위원장, 오세훈 서울시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남윤호 기자 |
민주당은 기존 당내 일정을 앞당겨 이날부터 일주일간 임시 비대위 기간을 거쳐 오는 16일 원내대표 선거, 다음 달 2일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꾸리기로 했다. 지도부 총사퇴에 따라 도종환 의원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분간 당을 이끈다.
이와 관련해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지도부 총사퇴만으로는 민심을 바꾸기는 어렵다"라면서 "지도부를 구성하면 당 쇄신을 통해 분위기를 바꾸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등 돌린 민심을 체감한 민주당이 신속하게 수습에 나서는 배경은 11개월 남은 대선에 대한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대선 정국으로 접어든 상황에서 국민의 불만이 이어진다면 정권 재창출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자칫 정권을 야권에 빼앗길 수 있는 가능성은 이미 표심으로 드러났다.
특히 20·30 젊은층이 정부·여당을 철저하게 외면했다는 점은 짚어볼 부분이다. 지난해 총선과 비교하면 젊은층의 표심은 야당으로 기울었다.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한 청년층들의 불만과 분노가 크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여권 인사의 특혜 입학·취업과 이른바 인국공 사태 등 불공정에 불만이 큰 청년들의 마음을 되돌리는 것이 중요해졌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언근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초빙교수는 "민주당은 부동산 실정 등 내로남불로 대표되는 것들 중 잘못한 것에 대한 충분한 사과와 잘못의 인정이 필요하다"며 "정책 의도와 방향이 좋다더라도 무조건 밀고 나가면 된다는 식 태도를 고쳐야만 국민이 정서적으로 정부·여당이 달라졌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hincomb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