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이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자성 목소리를 냈다. 9일 국회 소통관에 열린 재보선 결과에 대한 공동 입장문 발표를 마친 뒤 인사하는 민주당 초선의원들. /남윤호 기자 |
"민주당은 오만한 기득권 정당" 자성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이 4·7 재·보궐선거 참패를 계기로 뒤늦게 반성하며 당 혁신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 초선의원 81인은 9일 오후 공동 입장문을 내고 "이번 보궐선거에서 보여주신 국민의 질책을 아프게 받아들이고 통렬하게 반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0개월간 초선의원들로서 충분히 소신 있는 행보를 보이지 못했다는 비판에 대해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보궐선거와 관련해 "민주당은 당헌·당규에 따라 이번 보궐선거에서 후보 공천을 하지 않았어야 한다"라며 "그러나 우리는 국민적 공감 없이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해 후보를 낸 뒤 귀를 막았다"고 자성했다. 이어 "초선의원들로서 그 의사결정 과정에 치열하게 참여하지 못한 점 반성한다"며 "진심 없는 사과, 주어와 목적어 없는 사과, 행동 없는 사과로 일관한 점을 깊이 반성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초선의원들은 "어느새 민주당은 '기득권 정당'이 돼 있었다"며 "우리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과신, 일단 시작하고 계획을 만들어가면 된다는 안일함, 우리의 과거를 내세워 모든 비판을 차단하고 나만이 정의라고 고집하는 오만함이 민주당의 모습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저희 초선의원들부터 달라지겠다"며 "당 혁신의 주체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은 "정책 전반과 당의 운영 방식, 업무관행, 태도 등에 대해 철저하게 점검하고 쇄신안을 마련하겠다"며 "이를 위해 초선의원 전체 모임을 공식화하고, 당 혁신 논의를 위한 조직을 결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초선의원총회를 수시로 개최하고, 성역 없이 끝까지 토론하겠다"고 밝혔다.
한준호 의원은 당내 초선 정례 모임에 대해 "이름은 정하지 않았다. 더불어초선 모임이다. 월요일(12일) 7시 30분에 다시 모여 그날 최종 명칭을 정할 것"이라며 "저희가 치열하게 논의한 내용을 쇄신안으로 마련해 당 지도부에 알리고 촉구하겠다. 원내대표 선거와 전당대회 전 가능하면 초선 주최 토론회와 요구사항 전달식을 최대한 해볼 것"이라고 했다.
향후 차기 지도부 구성 방향과 관련해 이용우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진 건 변화하는 국민 열망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다. 남 탓하고, 그들이 원하는 걸 읽지 못하면 그 당의 조직은 그들만의 당이 될 수밖에 없다"며 "당 지도부도 변화를 읽어내고 이해할 수 있는 당 지도부 변화가 있어야 한다. 지도부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잘 읽을 수 있는 사람인가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새 지도부에 초선이 도전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고영인 의원은 "당에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 의원 중에 다수를 점하는 초선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 가능하다면 최고위원 등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의견"이라고 했다.
앞서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이날 오전에도 여의도에서 모임을 통해 선거 참패 원인 분석과 함께 당의 전면적 쇄신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선 "청와대에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는 하지 말라고 요구해야 한다", "새 지도부에 젊은 초선이 도전해야 한다" 등의 발언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초선의원 가운데 20~30대 청년의원 5명(오영환·이소영·장경태·장철민·전용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별도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이들은 "돌아선 국민 마음의 원인은 저희를 포함한 민주당의 착각과 오판에 있었음을 자인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지난 1년간 우리는 경험이 부족한 초선의원임을 핑계 삼아 어렵고 민감한 문제에 용기 있게 나서지 못했고 정부와 지도부의 판단에 의존했다"며 "가장 혁신적이고 당내의 주류적 관행과 기득권 구조에 비판적이었어야 할 우리 청년 의원들까지도 오만했고 게을렀고 용기가 없었다"고 자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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