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임대료 9% 인상' 논란 박주민, 시세보다 싸게 내놨나?(영상)
입력: 2021.04.02 05:00 / 수정: 2021.04.02 05:00
전·월세5%인상 제한 법안을 발의했던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유 아파트 임대료를 9% 인상해 내로남불 비판을 받고 있다. /이선화 기자
'전·월세5%인상 제한' 법안을 발의했던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유 아파트 임대료를 9% 인상해 '내로남불' 비판을 받고 있다. /이선화 기자

호수마다 시세 달라…"朴, 세입자 배려했다"

[더팩트ㅣ(중구)신당동=박숙현 기자] 세입자를 보호하겠다며 '전·월세5%인상 제한' 법안을 발의했던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임대료 9% 인상 논란이 뜨겁다. 그가 지난해 '임대차 3법' 시행 20여 일 전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 임대료를 약 9%(전·월세 전환율 4% 적용) 인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로남불' 지적이 나왔다.

박 의원의 사과에도 야권과 민심은 싸늘하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1일 박 의원을 향해 "세상이 주목하지 않아도 기꺼이 진심을 보였던 변호사 박주민, 국민의 신뢰를 얻었던 거지갑 국회의원 박주민은 이제 어디에 있나"라며 "앞에서는 사회정의를 외쳤지만 막상 자신의 말을 삶에서 실천하지 못했던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기 바란다"고 했다. 박 의원은 국회 회의실에서 잠을 자는 모습이 공개돼 '거지갑'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논란이 지속되며 4.7 재보궐 선거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한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은 이날 박 의원에게 공개 경고하며 진화에 나섰다. 박 의원도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캠프 홍보디지털본부장직에서 물러났다. 박 의원은 "국민과 당의 질책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국민이 느꼈을 실망감에 다시 한번 사죄드린다"며 "비록 직은 내려놓지만, 박 후보의 승리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은 어떠한 것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임대료 인상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깔끔하게 해소되지 않았다. 그를 둘러싼 논란은 △임대료 계약 시 시세보다 싼 임대료를 요청했는가 △임대료를 실제로 시세보다 싸게 줬는가 등 두 가지다. <더팩트>는 박 의원이 보유한 서울 중구 신당동 아파트 임대 계약을 체결한 부동산 관계자와 인근 부동산을 찾아 의혹들을 살펴봤다.

박 의원 보유 아파트 인근 다수 부동산 관계자들은 당시 시세와 비슷했다고 말했다. /신당동=박숙현 기자
박 의원 보유 아파트 인근 다수 부동산 관계자들은 "당시 시세와 비슷했다"고 말했다. /신당동=박숙현 기자

√팩트체크 1. 박 의원, 임대료 싸게 해달라고 요청했나..."세입자가 해달라는 대로 해주라고 해"

박 의원은 논란이 불거지자 "새로 임차인을 구하는 과정에서 임차보증금과 월세를 조정해 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이라며 "부동산 중개업소 사장님은 제 입장을 알고 있기에 시세보다 많이 싸게 계약하신다고 했다"고 해명했다. 이는 박 의원이 최소 시세보다 싸게 계약해 줄 것을 부동산 측과 상의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됐다.

사실일까. 박 의원 임대 계약을 진행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 김 모 씨는 <더팩트>에 "(박 의원이) '(임대료를) 싸게 해주세요' 이건 아니고 '들어오는 분이 싸게 해달라면 그렇게 해드려야죠'라고 했다. '자기도 월세 내다보니 너무 힘들다. 그러니 들어오는 분들 시세보다 싸게 해서 계약해달라고 하면 그렇게 해드리는 방법으로 해달라. 집만 깨끗하게 사용하면 된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들어온) 세입자분들은 (3억 보증금) 돈이 없으니 1억에 (월세) 얼마짜리 집을 찾았었다. 시세도 있는데 우리도 좀 싸야 손님들이 계약할 것 아닌가. 집주인한테 조금 싸게 해달라고해도 안 깎아주는 집주인 엄청 많다. 그런데 이 집주인(박 의원)은 깎아줬다"고 했다.

김 씨는 "기억에 집주인(박 의원)은 월세 180만 원을 이야기했던 것 같다. 시세보다 많이 쌌었다. 집을 너무 싸게 줬구나 생각해서 내심 계속 미안했었다. 그분들은 (세입자가) 집 고쳐달라고 하면 '당연히 해드려야지' 했었다. 의원 하기도 전부터 우리 말 잘 들어줬다. 우리는 그런 (집)주인 좋아한다. 감사했는데 이런 게(보도)가 튀어나오니까 '이건 또 뭐야'(싶은 것)"라고 했다. '세입자가 더 낮게 해달라는 요청은 없었나'라는 질문에 김 씨는 "그것(현재 계약 조건)도 감사하게 생각하죠. 시세가 월 200만 원이라 싸게 들어온 것을 본인들이 아니까"라고도 설명했다.

김 씨는 또 박 의원이 이전 계약 때도 세입자를 배려하는 편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처음에도 시세가 (1억에) 190만 원, 200만 원 거뜬했는데 175만 원인가 엄청 싸게 받았었다. 이후 (이전 세입자가) '3억 원으로 바꿔달라'고 했는데 집주인은 당연히 싫지. 그런데 세입자가 해달라고하니까 (박 의원이) 3억 원에 100만 원으로 했다. 그분들(이전 세입자)도 감사하게 살았다고 4년 있다가 나갔다. 편한대로 가라고 (박 의원이) 공백까지 둬가면서 이사 원하는 대로 해드리고 날짜까지 다 맞춰줬다. 그리고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온 것"이라고 했다.

박 의원의 임대 계약을 진행했던 부동산 중개업자 김 모 씨는 그가 세입자를 배려했다고 말했다. /박숙현 기자
박 의원의 임대 계약을 진행했던 부동산 중개업자 김 모 씨는 그가 세입자를 배려했다고 말했다. /박숙현 기자

√팩트체크 2. 박 의원, 임대료를 실제로 시세보다 싸게 줬나..."호수마다 달라"

박 의원은 지난해 7월 3일 서울 중구 신당동 아파트(84.95㎡)를 보증금 1억 원, 월세 185만 원에 계약했다. 기존 임대료는 보증금 3억 원, 월세 100만 원으로, 당시 전·월세 전환율(4%)을 적용하면 임대료를 9.17% 올려받은 셈이다. 현행 전·월세 전환율 2.5%를 적용하면 인상률은 26.6%다.

논란이 되자 박 의원은 "(시세보다) 월 20만 원 정도만 낮게 계약이 체결된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시세보다 싸게 계약했다는 주장이다.

다만 박 의원이 거래했던 지난해 7월 당시 해당 면적 월세 시세는 보증금 1억 원에 170만~190만 원대로 확인된다. 그가 계약한 보증금 1억 원에 월 185만 원은 시세 평균값인 셈이다. 통상 아파트는 높은 층일수록 임대료도 올라가는데 박 의원 보유 아파트는 6층이다. 그런데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2월 12층에 있는 동일 면적 아파트가 박 의원과 같은 조건으로 거래된 사례가 있다. 물론 서울 중구 아파트 전셋값이 지난해 2월에서 7월 사이 소폭 상승(0.48%)하긴 했지만, 박 의원 계약 조건이 시세보다 저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박 의원 계약일과 비슷한 시기의 지난해 6월 동일 면적 10층 집이 보증금 5억8000만 원에 월세 30만 원으로 거래되기도 했다. 당시 전환율 4.0%를 적용하면 6억7000만 원이다. 박 의원 임대 조건을 전세 보증금으로 전환하면 6억5500만 원으로, 역시 시세보다 싸게 거래했다고 보기 쉽지 않다.

현장에서도 박 의원의 "시세보다 쌌다"는 해명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박 의원이 보유한 신당동 아파트 인근에 있는 A 부동산은 "(박 의원 임대 조건은) 그 당시 시세와 비슷한 거다. 사실 다 주인 마음이다. 주인이 얼마 받아달라고 하면 받아주는 거다. 요즘에는 부동산에서도 얼마에 해드리겠다고 안 한다. 우리가 남 집을 어떻게 마음대로 하나"고 말했다.

B 부동산은 "그 당시 시세는 190~200만 원 정도였는데 그분은 185만 원에 했으니까 비싼 건 아니다"라고 했다. C 부동산은 "적정 시세였다고 본다"고 했고, D 부동산도 "그때 30평대가 1억에 190만 원 정도까지 갔었다. 185만 원이면 (그 당시) 시세다. 크게 무리인 건 아니다"라고 했다. E 부동산은 "그냥 시세보단 비싸지 않게 놓은 것 같다. 동 호수마다 다르니까"라고 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시세는 가구가 위치한 동의 입지나 층수 등에 따라 변동 폭이 있지만, 박 의원의 주장처럼 '시세보다 싸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다만 임대 계약을 진행한 김 씨의 의견은 조금 달랐다. 그는 "그 당시 (시세는) 월 200만 원이었다"며 "아파트 연도에 따라 (시세 차이가 난다) 여기(박 의원 보유 호수)가 가장 깨끗한 집이었다. 층수에 따라(서도 차이 난다)"라고 했다.

박 의원은 기존 계약갱신이 아닌 신규 계약을 맺어 '임대차 3법'에 따른 전·월세 상한 적용 대상이 아니다. 다만 세입자 부담을 덜어주자며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추진해 전·월세 인상률을 5%로 제한해놓고, 자신은 임대료를 그보다 높게 올린 터라 '내로남불'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임대차 3법에 대해선 박 의원 임대 계약을 진행했던 김 씨도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는 "(전·월세 인상률을 5%로) 안 정했으면 좋은 건 맞다. 저희도 공감한다. 3법 만들어놓으니까 사람들은 (법 시행 전) 다 기회 됐을 때 올리니까, 올라가면 계약 시키기도 힘들고 이사하는 사람도 많고 나왔다 들어갔다 한다"며 "신당동이 원래 매매는 많이 나오지 않는다. 투기가 아니고 살기 위해 모이는 동네들이라 막 오르락내리락 하는 건 아닌데 3법 이후로 (아파트 매매가) 지금 조용해지긴 했다. 많이 줄어들었다"고 토로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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