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선거유세에 열린민주당 패싱?…"김진애는 온라인 집중"
입력: 2021.03.31 05:00 / 수정: 2021.03.31 05:00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선거 유세에 김진애 열린민주당 전 의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 15일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2차 토론회에 참석한 박 후보(왼쪽)와 김진애 열린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선거 유세에 김진애 열린민주당 전 의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 15일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2차 토론회에 참석한 박 후보(왼쪽)와 김진애 열린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산토끼' 중도층 공략하나…'김종인 큰별 마케팅'도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야권 단일화를 성사시킨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합동 유세로 세몰이를 하는 가운데,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선거유세 현장에 단일화 상대였던 김진애 열린민주당 전 의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일각에선 '산토끼'인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해 이른바 '열린민주당 패싱'을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김 전 의원은 지난 17일 박 후보와의 단일화 결과 발표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민주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같이 승리하는 선거를 만들어가자"며 "서울시민들이 일상을 회복하고 희망을 떠올릴 수 있도록 저도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30일 현재까지 박 후보가 김 전 의원과 합동 유세한 일정은 없다.

또 다른 범여권 단일화 상대였던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가 지난 11일 박 후보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으며 합류한 것과 대조적이다. 조 대표는 서울시 1인 가구를 위한 서울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다. 박 후보 측의 요청이 먼저 있었다. 조 대표는 "박 후보가 진정으로 서울시민을 위한 정책 선거를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조 대표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5일 박 후보 유세 출정식에도 참석해 "미래가 어떻게 바뀌는지 아는 시장, 박 후보가 그런 시장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박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현장에선 김 전 의원도 발언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열린민주당 관계자는 김 전 의원이 온라인 유세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김 전 의원에게 캠프 합류를 요청하지 않는 등 거리두기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4.7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 박 후보 유세 출정식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열린민주당 관계자는 김 전 의원이 온라인 유세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김 전 의원에게 캠프 합류를 요청하지 않는 등 거리두기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4.7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 박 후보 유세 출정식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열린민주당 측은 김 전 의원이 온라인 유세에 집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열린민주당 관계자는 "(박 후보 캠프 합류) 관련해서 민주당으로부터 들은 바가 없다"며 합동 유세에 대해서도 "이번 주에 민주당으로부터 제안받은 게 아직 없다. 이런저런 이벤트를 만들어서 하긴 할 건데 일정 조율 중"이라고 했다. 이어 "사실 온라인에서 어떻게 도와주느냐의 싸움이라고 생각해서 (이것을) 우리가 할 몫이라고 보고 김 전 의원도 열심히 지원하고 있다"며 "오프라인이 옛날만큼 중요하지 않아서 그런 정도 수준에서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전 의원은 SNS 등 온라인상에서 활발히 박 후보 선거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지난 25일 페이스북에 "박 후보, 김영춘 후보의 건투를 기원한다. 코로나 선거라 각별히 랜선운동과 토론이 더 중요하다"고 적었다. 지난 29일에는 민주당이 집중 공세를 퍼붓고 있는 오 후보의 '내곡동 땅' 현장 측량 참여 의혹에 대해서도 "이런 게 정확히 '이해충돌'"이라고 비판하며 박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다만 열린민주당과의 선거운동에 소극적인 민주당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7일 "열린민주당의 주요 인사들과 지지자들이 열심히 박 후보,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들 지원하고 있는 것 아시지요?"라며 "열린민주당tv에는 박영선-김진애 필승짤을 올려놨다. 델리민주tv와 박영선tv에는 올라와 있지 않다. 올리시면 좋을 텐데"라고 적었다.

열린민주당 공식카페인 '열린민주주의 Cafe' 게시판에도 한 지지자는 "이번 선거에 더불어민주당은 꼭 이겨야겠다는 생각이 없는 것 같다"며 "진짜 절실히 이겨야겠다고 생각했다면 열린민주당과 단일화 이후 박영선 후보만 달랑 보내서 사진 찍고 왔을까"라고 했다. 이어 "열린민주당 당원들은 민주진보진영의 핵심들이 있는 곳"이라며 "예전처럼 열정적으로 주변 지인분들에게 전화를 하거나 투표할 때 지인분들 독려하며 손잡고 가진 않을 것이다. 아직도 오만에 가득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각성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런 민주당의 거리두기는 '산토끼'라 불리는 중도 진영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박 후보가 최근 연이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과거 인연을 강조하는 것도 중도층 확장 전략 연장선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후보는 최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과거 인연도 강조하고 있다. 이 역시 중도층 공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지난 17일 한 행사에서 만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박 후보는 최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과거 인연도 강조하고 있다. 이 역시 중도층 공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지난 17일 한 행사에서 만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박 후보는 김 위원장이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별의 순간'을 언급하자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5년 전인 2016년 김 위원장께서 '박 의원이 활동하는 것을 보고 저분이 앞으로 큰 별이 될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말씀을 하셨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이 이를 부인하자 박 후보는 전날(29일) 다시 김 위원장이 자신에게 '큰 별' 발언한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반면 당내 경선 과정에서 '친문'을 자처했던 박 후보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그는 전날 TV토론에서 "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많은 분이 부동산 때문에 가슴속에 응어리진 것을 제가 다 풀어드리겠다"고 말했다. 문 정부 부동산 정책과 결이 다른 민간의 재건축·재개발 사업 허용 공약도 강조하고 있다.

일각에선 당내 경선과정에서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등 전직 장관들이 박 후보 캠프에 대거 합류할 때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빠져 있었던 점도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로 성난 부동산 민심을 의식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김 전 장관 합류 논의는) 전혀 없었다"며 "김 전 장관이 합류하지 않았다고 해서 거리 두려고 한다고 보는 건 과하다"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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