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으로 국민 상처 줬다" 태세전환한 민주당
입력: 2021.03.30 11:30 / 수정: 2021.03.30 11:30
29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서 문재인 정부 정책에 대한 자성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날 중앙선대위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 /국회=남윤호 기자
29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서 문재인 정부 정책에 대한 자성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날 중앙선대위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 /국회=남윤호 기자

'막말 자제령'에 눈물 호소까지…"설득력 있으려면 잘못 제대로 파악해야"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4·7 재보궐 선거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네거티브 전략'에 집중하던 더불어민주당이 "죄송하다"며 고강도 반성 목소리를 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 이후 지지층 이탈로 고전을 면치 못하자 동정론에 호소하는 모습이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제대로 된 진단과 책임 조치가 선행돼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는 29일 공개적으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이날 선거대책위 회의에서 "집권 여당으로서 부동산 문제에 대해 진심으로 국민들께 사과해야 마땅하다"며 "투기를 억제하고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책이었지만 현실은 거꾸로 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책도 정책이지만 더 심각한 것은 우리 정부와 여당의 잘못된 자세"라며 "정부의 정책 책임자, 민주당 지도부는 부동산 폭등현실에 대해 '우리 정책이 옳다' '조만간 효과가 있을 것' '특정지역의 일시적인 문제'라는 식으로 대응해왔다. 현장에서 하루하루 절망적 상황이 펼쳐지는데 '우린 잘못한 거 없다' 이런 식으로 똑똑한 척만 했다. 이런 오만과 무감각이 국민 마음에 상처를 줬다"고 했다.

양향자 최고위원도 "부동산 정책의 아쉬움과 광역단체장들의 성희롱 문제 등 잘못과 무능에 진솔하지 못했다"며 "우리가 잘못한 부분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고, 용서도 구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 친문임을 강조했던 박영선 후보도 지난 28일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거리두는 모습을 보였다. /박영선 후보 캠프 제공
당내 경선 과정에서 '친문'임을 강조했던 박영선 후보도 지난 28일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거리두는 모습을 보였다. /박영선 후보 캠프 제공

민주당의 선거 전략은 공식선거운동에 돌입하면서 이낙연상임선대위원장을 필두로 변화를 보였다. 이 위원장은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25일 SNS에 '국민 여러분, 도와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잘못은 통렬히 반성하고 혁신하며, 미래를 다부지게 개척하겠다. 도와달라"고 읍소한 바 있다. 이후 지지율 반등 조짐이 안 보이자 지도부까지 앞다퉈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다.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도 지난 28일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입장을 밝히며 공공개발지에서의 민간 재개발, 재건축 일부 허용 약속 등 문 정부 정책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 지도부는 최근 당 소속 의원들의 거친 발언이 논란이 되자 '막말 자제령'까지 내렸다.

이와 함께 윤건영·고민정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은 반성과 함께 지지를 호소하는 영상과 사진을 SNS에 올려 공유하고 있다. 1분 남짓 분량의 이 영상에는 "기대가 컸기에 더 크게 실망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파란색이 미운 당신, 그 마음 쉽게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파란색 정부가 남은 기간 힘을 낼 수 있도록 박영선·김영춘 후보에 투표해 주십시오"라는 내용이 담겼다. 동영상에는 "당신은 빨간색이 어울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당신은 단 한 번도 탐욕에 투표한 적이 없습니다"라는 메시지도 담겼다. 이에 대한 야권의 비판에 대해 고 의원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이 만들어 가는 세상을 거꾸로 돌려놓을 순 없다. 잘못도 있고, 고쳐야 할 점들도 있지만, 포기하고 주저앉아 울고만 있을 순 없다"라고 지지층에 거듭 호소했다.

이처럼 민주당이 읍소 전략을 들고 나선 것은 네거티브 공세에도 반등하지 않는 지지율 추이가 배경으로 보인다. 칸타코리아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3월 27일 조사기간, 서울 유권자 803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5%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결과, 오 후보는 55.7%, 박 후보는 30.3%로 25%포인트까지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야를 막론하고 읍소전략은 선거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단골 메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인 2018년 제7대 지방선거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는 부산에서 사죄의 큰절을 하며 호소한 바 있다. 세월호 참사가 있던 2014년 6·4 지방선거 때도 당시 정몽준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남경필 경기지사 후보 등 광역자치단체 후보들이 서울역 광장에서 큰절을 했다. 민주당도 2004년 17대 총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기각 이후 분노한 민심을 추스르기 위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삼보일배 행진을 벌인 바 있다.

선거를 앞둔 읍소, 눈물 호소 전략은 자칫 중도층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민정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선거를 앞둔 읍소, 눈물 호소 전략은 자칫 중도층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민정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이 같은 전략은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수 있지만 자칫 반감을 사 중도층, 충성도 약한 지지층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 의원이 지난 28일 페이스북에 올린 지지 호소 글도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서울시를 끝까지 책임질 박영선 후보를 지지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지역구인 광진구 일대 유세 도중 시민의 위로에 눈물을 흘리는 모습의 사진을 공유했다. 그는 "조금은 쌀쌀한 날씨로 추위를 느끼던 중 한 분이 다가와 '응원합니다. 지치지 마세요. 우리 함께 힘내서 서울시를 꼭 지켜요'라며 안아줬는데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에 해당 글에는 응원하는 반응이 다수였지만 "진짜 슬프면 본인이 울고 있는 사진 안 올린다. 고민정 씨는 그냥 순간 욱해서 울었겠지만, 지금 자영업자는 본인들 자식 껴안고 종일 울고 있다" "박 전 시장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부르지 않고, 피해자를 찾아가 안아줬다면 피해자도 울지 않을까요?" "현 정권의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못하고 이성적인 논리로는 설명이 부족하니 감성팔이 수법을 쓴다" 등의 비판 댓글도 달렸다.

이날 김예령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대변인도 논평에서 "최악의 감성팔이를 시전했다"고 꼬집었다. 김 대변인은 "진선미, 남인순 의원도 서울 시내 곳곳을 누비며 시민들에게 박영선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정작 피해여성에게 단 한 번의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넨 적도 없던 이들이, 서울시민 앞에 눈물로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이 참으로 낯 뜨겁고 민망할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뻔뻔하고 염치없는 '피해호소인 3인방'이 바로 이번 보궐선거가 왜 치러지는 것인지, 왜 이번 선거에서 문재인 정부를 심판해야 하는지 증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그 눈물은 권력이 아니라 성범죄 피해자를 위해 흘려라"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지지율 반등을 위해선 말뿐인 사과가 아닌 확실한 문제 진단과 책임 조치를 내놓는 게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더팩트>에 "말로만 반성하면 안 된다. 지금 허겁지겁 막연하게 잘못했다고 하는 것은 별로 설득력도 없을 것"이라며 "진정으로 무엇을 잘못했고 어떤 정책이 잘못됐는지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원인을 제대로 짚지 못하면 그에 따른 해법도 잘못된다. 이 과정에서 관련자 책임 문제도 있다. 그냥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수뇌부였던 당 지도부나 정무 쪽이나 일사천리로 (부동산) 정책을 진행하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 민주당도 자유롭지 않다. 그냥 잘못했다고만 하는 건 (아쉽다). 국민이 받아들이기에 진정으로 가려운 것을 긁어드리고 대책도 정확히 하겠다는 믿음을 주려면 그런 게(책임 조치)선제적으로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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