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도 "도움 안 된다"는데 임종석 또 "박원순 재평가하자"
입력: 2021.03.24 12:03 / 수정: 2021.03.24 12:03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연일 성추행으로 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한 재평가를 호소했다. 2020년 4월 2일 고민정 광진을 후보의 유세 현장을 찾아 지지 호소하는 임 전 실장. /김세정 기자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연일 '성추행'으로 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한 재평가를 호소했다. 2020년 4월 2일 고민정 광진을 후보의 유세 현장을 찾아 지지 호소하는 임 전 실장. /김세정 기자

연일 박원순 재평가 호소…민주당 내부 난처 분위기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4일 "아픔과 혼란을 뒤로하고 선거를 다시 치르는 이 시점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관련 문제들에 대한 성찰과 평가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전날(23일)에 이어 또다시 성추행 논란으로 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한 박 전 시장 재평가를 호소한 것이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등 민주당 내부에서도 난감해하는 모습이 감지된다.

서울시 정무부시장 출신으로 박 전 시장을 보좌했던 임 전 실장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우리는 또 내일을 살아야 하고 4월 7일 이후의 서울이 어떤 철학과 방향으로 나아가느냐는 우리 자신과 아이들에게 어떤 과거보다 중요하니까"라며 이같이 말했다.

임 전 실장은 2002년 제32대 이명박 서울시장부터 제37대 박 전 시장까지 20년 간 서울시장 이력을 나열한 뒤 역대 시장을 평가했다.

그는 "대체로 이명박, 오세훈 시장 시절에 속도와 효율이 강조되었다면 박원순 시장 시절에는 안전과 복지가 두드러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대규모 뉴타운 개발과 도심 초고층화 등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토목 행정은 이명박, 오세훈 시장 시절의 상징이다. 거기에 20개가 넘는 자율형사립고를 허가하여 일반고를 무력화하고 고교교육의 서열화를 악화시킨 일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임 전 실장은 "박원순 시장의 행정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많다"면서도 "'더디 가도 사람 생각하자' 안전한 서울, 깨끗한 서울, 걷기 좋은 서울이 시민의 새로운 요구였다. 박원순은 그런 요구에 순명하여 속도를 줄이고 안전을 강화하고 인도를 넓히고 서울심야버스를 도입하고 자동차 제한 구역을 늘리려 했다"고 했다.

이어 "건물 고도를 제한하고 경관 심의를 까다롭게 하고 문화재는 무조건 지키고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재창조해내려 무모함을 자처하기도 했다. 생활 공간속에 신재생에너지를 설계하고 도시 농부를 키우려 노력했다. 곳곳에 사람 냄새나는 마을 공동체와 공유경제를 장려하고 마을도서관과 북카페를 대폭 늘려나갔다. 복지와 문화 시설을 늘리는 데 힘을 쏟고 서울형 공공어린이집을 획기적으로 확대했다"며 박 전 시장의 성과를 나열하고 추켜세웠다.

그는 전날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박 전 시장을 미화하는 글을 올려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임 전 실장은 "박원순은 정말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라며 "청렴이 여전히 중요한 공직자의 윤리라면 박원순은 내가 아는 가장 청렴한 공직자였다. 호텔 밥 먹지 않고 날 선 양복 한 번 입지 않고 업무추진비를 반 이상 남기는 쪼잔한 공직자였다"고 했다. 이어 "박원순은 미래 가치와 생활 이슈에 가장 민감하고 진취적인 사람이었다"며 "딱딱한 행정에 사람의 온기와 숨결을 채우려 무던히 애쓰던 그의 열정까지 매장되지는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그리고 이제 드디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는, 뉴욕의 센트럴파크 부럽지 않을 용산 공원의 숲 속 어느 의자엔가는 매 순간 사람의 가치를 높이고자 치열했던 박원순의 이름 석 자를 소박하게나마 새겨 넣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뱍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임 전 실장의 박 전 시장 재평가 호소가 도움 안 된다고 했다. 지난 23일 국회 열린민주당 예방을 마친 뒤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는 박 후보. /이새롬 기자
뱍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임 전 실장의 박 전 시장 재평가 호소가 "도움 안 된다"고 했다. 지난 23일 국회 열린민주당 예방을 마친 뒤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는 박 후보. /이새롬 기자

민주당 내부에선 임 전 실장의 '박원순 재평가' 공개 호소가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최근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의 요구로 '피해호소인' 3인방이 박영선 후보 캠프에서 물러나 가까스로 진화한 상황에서 2차 가해 논란 재점화를 우려하고 있다.

박 후보도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피해 여성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상처를 건드리는 이러한 발언은 자제해주시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며 임 전 실장에 대해 "개인적 표현의 자유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하긴 그렇지만, 앞으로 그런 일 안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박 후보는 또 '임 전 실장의 글을 지지층 결집용이라고 해석하던데, 박 후보 입장에서는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보는 것인가'라는 진행자의 물음에 "그렇다"라고도 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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