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의 맛] '부드러운 학자' 안철수…높은 인지도와 기대감 사이
입력: 2021.03.12 05:00 / 수정: 2021.03.12 11:34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재건축 공약에 시민들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난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안 대표. /남윤호 기자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재건축 공약에 시민들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난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안 대표. /남윤호 기자

4·7 보궐선거를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 서울시장 후보들은 민심을 잡기 위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후보들은 한 표를 위해 전통시장부터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향한다. 후보들이 움직이고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다. 후보와 마주한 시민은 억지웃음을 짓기도 한다. 그렇게 밀물처럼 왔다 썰물처럼 빠지기 일쑤다. 선거운동의 기본 패턴이다. <더팩트>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정국에서 각 후보들이 거쳐 간 장소를 다시 찾는 [후보의 맛]을 통해 '플레이팅(첫인상)', '레시피(정책능력, 숙련도)', '리오더(추가주문, A/S)' 등 음식 맛으로 진짜 민심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통 큰 주택공급 약속…부푼 '재건축 기대감' 충족할까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말투도 조곤조곤 하시고 부드러운 느낌이었다."-실내체육업계 운영진 A 씨

"학자같은 느낌이 들었다. 말에 논리가 있었다. 정치인으로서 변화하는 모습이 실감나게 다가왔다."-용산 공인중개사 B 씨

"안철수 대표의 공약은 잘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여권 경선, 국민의힘 경선은 봤는데 이분은 TV에서 잘 못봐서 그런 것 같다."-송파구 주민 C 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향한 유권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다. 안 대표의 온화한 이미지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지만 평소 어떤 공약을 내놨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안 대표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부터 정치권의 주목을 받았다. 이듬해 18대 대선에 출마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를 시작한 그는 2017년 대선,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도 출마해 시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었다.

안 대표는 당초 서울시장 불출마 의사를 보였지만, 지난해 12월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후 금태섭 전 의원과 '3지대 단일화'를 거쳐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야권 단일화 절차를 앞두고 있다. 오는 18~19일 후보등록을 앞두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후보들 간 민심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에 대항해 우위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 5~6일 중앙일보 의뢰로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전화면접 조사한 결과 범여권에서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범야권에서 안철수 후보가 단일후보로 나설 경우 안 후보가 47.3%로 박 후보(39.8%)를 오차범위(±3.1%) 밖에서 7.5%포인트 앞섰다.

범여권에서 박영선 후보가 단일후보로 나서고, 범야권에서 오세훈 후보가 단일후보로 나설 경우에는 오 후보가 45.3%로 박 후보(41.6%)를 오차범위 내에서 3.7%포인트 앞섰다(유선 14.9%·무선 85.1% 전화면접 조사 방식으로 진행,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또 안 대표는 여느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재개발·재건축 현장을 가장 많이 찾았다. 그는 '5년 내 74만6000호 공급'을 약속하면서 후보들 중 가장 크게 부동산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실내체육업계 종사자 간담회, 노후 아파트 방문, 직장맘들과의 대화 등 일반 시민들과의 만남을 통해 정책을 청취하는 모습도 보였다. <더팩트>는 안 후보가 방문했던 실내체육업장, 용산구 한남동 뉴타운 개발 지역, 송파구 노후 아파트를 찾아 부동산 정책 등 의견을 들었다.

안 대표를 만난 실내체육업계 운영진 A 씨는 안 대표를 부드러웠다고 평가했다. 지난 6일 실내체육업계 운영진들과 현장 간담회에 참석한 안 대표. /국민의당 제공
안 대표를 만난 실내체육업계 운영진 A 씨는 안 대표를 "부드러웠다"고 평가했다. 지난 6일 실내체육업계 운영진들과 현장 간담회에 참석한 안 대표. /국민의당 제공

◆부드러운 느낌 안철수…"학자 같다" 플레이팅 |★★★★☆

안 대표와 함께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실내체육업계 운영진들과의 현장 간담회'에 있었던 필라테스 업체 대표 A 씨는 안 대표에 대해 "마스크를 쓰고 있긴 했지만 말도 조곤조곤 하시고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안 대표가 실내체육업계 운영진들 이야기를 잘 들었다"며 "저는 이번에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한 업종들이 재난지원금을 받게 정리해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는 "실내체육업이 아니라 자유업으로 분류돼 있었다가 코로나19 때문에 갑자기 (실내체육업에) 편입된 요가·필라테스·볼링과 같은 업종들이 재난지원금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 경우도 여러 차례 있다. 전화를 수차례 하고, 제출 서류를 수십개 내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안 대표는 앞서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에 대해서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다른 실내체육업계 종사자 D 씨는 "시간 제한 때문에 오히려 사람이 몰리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런 부분은 개선돼야 한다. 운영제한에 대한 큰 틀이 다시 정해져야 한다"고 했다.

지난 2월 안 대표가 용산에서 개최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공인중개사들과의 현장 간담회'에 있었던 공인중개사 B 씨는 안 대표에 대해 "학자스러운 느낌이 들었다"면서도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모습이 실감났다"고 평했다.

그는 "부동산 정책 등에 대해 민간의 고충을 들으려는 의지가 보였다"며 "야권 후보로 부동산 문제 등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된다"고 했다.

한남 뉴타운 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서울 용산구 대사관대로 길. 공인중개사 B 씨는 5년 내 74만호 공급이 가능하다면서도 서울역 지하화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문혜현 기자
한남 뉴타운 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서울 용산구 대사관대로 길. 공인중개사 B 씨는 "5년 내 74만호 공급이 가능하다"면서도 "서울역 지하화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문혜현 기자

◆'74만6000호' 가능성…역사 지하화 '글쎄' 레시피 |★★★☆☆

안 대표는 이번 임기 1년과 재선 뒤의 4년 동안 '74만6000호 주택 공급'을 약속했다. B 씨는 이에 대해 "제일 중요한 건 가용한 토지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지, 둘째는 가용한 토지를 민간과 협업해 개발할 수 있는지, 마지막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간을 제대로 선정했는지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안 후보 이야기에서 공감한 건 관 주도가 아니라 민간과 협업을 통해 진행한다는 것"이라며 "특히 한남 뉴타운이나, 성수 뉴타운 같은 경우는 민간 위주 사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안 대표가 재선하면 (주택 공급) 가능성이 있을 거라 본다. 보통 택지개발을 하게 되면 용적률이나 높이 제한을 완화해주면 된다"며 "3구역 같은 경우 높이를 20m 정도만 완화시켜준다면 1500세대가 추가될 수 있다. 거기서 절반만 임대아파트를 만든다고 해도 현재 876세대가 있으니 대략 2300세대를 공급하는 효과가 있어 상당히 (민관이) 서로 윈윈하는 전략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B 씨는 안 대표가 내놓은 '서울역 지하화로 테크시티 조성'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일본이나 다른 선진국을 보면 지상화하는 경우도 있다. 1층에 기차가 지나고 그 위에 구조물을 설치해 올린다. 홍콩 같은 경우는 기차가 아파트 중앙으로 지나간다. 중간에 아파트 주민들이 기차를 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역사를 지하화 하는 건 교통이나 기술적인 문제가 있어 조금 어려울 것 같다. 그것보단 지상에 올려 하는 게 더 현실적인 안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그렇게 하면 교통 흐름을 방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제안했다.

B 씨는 "중요한 건 정부는 공공임대 쪽으로 가는 게 맞고, 재개발·재건축 등은 민간이 주도하되 관에서 정책 지원이나 법률적 협조가 이뤄지는 거다. 그래야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장 권한으로 충분한 재개발·재건축이 가능하느냐'는 물음에 그는 "서울시 산하 SH 공사가 있기 때문에 시장 권한 내에서 일정 부분 서울 주택 공급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국토부 산하인 LH는 정부가 주도하는 주택 및 임대아파트 공급을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장미아파트 주민들은 재건축을 빨리 해줄 수 있는 사람을 뽑을 것이라며 안 대표 당선 가능성을 내다보기도 했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장미아파트 7동. /문혜현 기자
장미아파트 주민들은 "재건축을 빨리 해줄 수 있는 사람을 뽑을 것"이라며 안 대표 당선 가능성을 내다보기도 했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장미아파트 7동. /문혜현 기자

◆"안철수 후보라면 가능할 것 같아요" 리오더 |★★★★☆

재건축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됐던 송파구 장미아파트 인근에서 만난 주민 C 씨는 "재건축을 빨리 해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뽑을 것"이라면서 "(민심을) 잘만 잡으면 안 대표도 가능성 있을 것 같다. 민심이 많이 돌아섰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안 대표의 공약을 들어본 적이 아직 없다. 여권 경선, 국민의힘 경선은 봤는데 이분은 TV에서 잘 못봐서 그런 것 같다"면서도 "정책을 좀 살펴보고 현실 가능한지 따져봐야겠다"고 말했다.

이어 장미아파트 등 노후 아파트 재건축 문제에 대해 "전임 시장 때는 임대주택을 많이 해야 한다고 해서 주민들이 다수 반대했다. 공공재건축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인식이 있다"면서 "디자인 등 세세한 부분에서 문제삼았던 것도 있다. 다른 쪽 5단지 재건축할 때 '공모전에서 어떤 사람 작품이 아니면 못 해준다, 50층 이상 상가주택은 안 된다'는 등 이야기가 있어서 지켜보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의 (권한을) 빼앗아가는 식으로 하고, 정부에서 좌지우지 해버렸다"며 "전임 시장은 제약을 너무 많이 뒀다. 시장 마음대로 하면 안 된다. 사유재산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바람을 말했다.

B 씨는 차기 서울시장이 가져야 할 부동산 정책에 대해 "지금 부동산 개발을 지엽적으로 하기보단 서울 전체에 대한 마스터 플랜을 제시해야 한다"며 "청년·중년·장년을 구분해 세분화된 주택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공원이나 SOC가 부족할 수 있다.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공적인 공간을 많이 만들어 각 구별로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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