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차기 대선을 1년 앞둔 9일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향후 본격적으로 대선 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남윤호 기자 |
4·7 재보궐선거 반등 계기…野에 완패하면 '치명상'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 당대표직을 내려놨다. 차기 대선이 불과 1년밖에 남지 않은 만큼 향후 대권 행보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권을 잡기 전보다 약해진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최대 과제로 꼽힌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퇴임사에서 "앞으로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어느 곳에서 무엇을 하든 저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며 "우선 4·7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으로서 끝까지 소임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29일 대표에 선출돼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따라 192일 만에 물러났다. 민주당 지도부의 임기는 2년이지만, 대선 선거일 1년 전까지는 사퇴하도록 한 당헌 제25조 2항에 따라 임기를 남기고도 지휘봉을 내려놓은 것이다.
이 대표는 재임 기간 안정적인 리더십을 바탕으로 별다른 잡음 없이 당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검찰개혁과 중대재해처벌법 등을 여당 주도로 처리해 장기간 과제를 해결한 성과가 있다. 반면 동시에 주요 현안과 관련해 모호한 태도로 일관해 뚜렷한 색깔이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이슈 선점 효과에서 강력한 경쟁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월 '통합'을 내세우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론'과 코로나19 경제적 연대를 위해 '이익공유제'를 꺼내 들며 승부수를 띄웠으나, 오히려 지지율 하락세를 자초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지지율 반등이 시급한 과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정계 입문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대선판이 출렁이고 있는 데다 이재명(왼쪽) 경기도지사와 격차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 접견실에서 대화하는 이 전 대표와 이 지사. /이새롬 기자 |
최근 정계 입문 가능성을 열어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한 지지가 급증하면서 이 전 대표도 반등이 절실하다. 이재명·이낙연·윤석열의 '3강 구도'가 깨졌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다. 이 지사와 좀처럼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의 급부상으로 선두권과 격차가 꽤 벌어진 상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5일 전국 성인 남녀 10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8일 공개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 이 전 대표(14.9%) 지지율은 윤 전 총장(32.4%)과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이 지사(24.1%)에게도 9.2%포인트 뒤처졌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4월 재보궐선거가 반등 계기가 될 수 있다. 당 중앙선대위원장으로서 서울·부산시장 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당원들의 지지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야당 텃밭인 부산을 내주더라도 정치적 상징성이 큰 서울을 수성한다면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반대로 서울과 부산을 야권에 내준다면 이 전 대표에게 화살이 날아올 수 있다. 일종의 책임론이다. 이 전 대표를 향한 당내 여론은 싸늘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대표가 퇴임사에서 재보궐선거의 승리를 언급한 것도 비슷한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이번 보궐선거는 이 대표에게 '양날의 칼'인 셈이다.
오는 7월 당내 경선 전 민주당 핵심 세력인 '친문'을 끌어들이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뚜렷한 친문주자가 대권가도에 합류한다면 친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기 어렵게 된다. 이미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꺼내든 이후 친문의 공세를 받았던 점을 고려하면 이낙연 대망론은 더욱 옅어지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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