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같은 듯 다른 '윤석열·신현수' 동반 교체 배경
입력: 2021.03.05 00:00 / 수정: 2021.03.05 00:00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윤석열 검찰총장(왼쪽)과 신현수 민정수석(오른쪽)의 사의를 수용하면서, 사정라인 최고위 인사 2명이 같은 날 문재인 정권과 멀어지게 됐다. 비슷한 모양새를 취했지만, 두 사람의 사퇴 과정과 파장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남용희 기자,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윤석열 검찰총장(왼쪽)과 신현수 민정수석(오른쪽)의 사의를 수용하면서, 사정라인 최고위 인사 2명이 같은 날 문재인 정권과 멀어지게 됐다. 비슷한 모양새를 취했지만, 두 사람의 사퇴 과정과 파장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남용희 기자, 뉴시스

사퇴 형식 유사…결단의 시간, 파장은 극과 극

[더팩트ㅣ청와대=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전격적인 사의 표명을 수용했다. 지난달 중순 사표를 제출했던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도 함께 교체했다. 그간 정권에 부담을 준 사정라인 최고위 인사 2명을 한꺼번에 정리한 셈이다. 사퇴 형식은 유사했지만, 인사권자의 결단 시간과 파장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먼저 같은 날 문재인 정권과 멀어진 두 사람은 직을 내려놓게 된 모양새가 비슷하다. 윤 전 총장과 신 전 수석은 자진해서 사의를 표명했고,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은 비슷한 시각 두 사람의 사의를 수용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후 2시 대검찰청 청사 현관 앞에서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저는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다"라며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사의를 표명했다.

윤 총장은 사의 표명 전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사직서를 제출했고, 박 장관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대통령께 총장의 사직의사를 보고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 문 대통령은 약 1시간 만에 윤 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3시 15분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라며 "법무부에 사표가 접수됐고, 사표 수리와 관련된 절차는 앞으로 행정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수석은 이날 오후 4시 재차 브리핑을 열고 "문 대통령이 신임 민정수석을 임명했다"고 전했다. 신 전 수석은 박 장관과 검찰 인사 관련 갈등을 빚다가 지난달 17일께 사표를 제출했다. 사표 제출 약 2주 만에 수리된 것이다.

이처럼 두 사람 모두 자진 사의 표명 후 문 대통령의 수용이라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과정과 파장은 다르다. 문재인 정권 인사들과 관련한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총괄했던 윤 전 총장은 지난해 내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충돌하면서 정권에 부담을 주는 존재가 됐다.

이에 추 전 장관은 근거가 부족한 사유를 내세워 윤 전 총장 징계를 추진했고, 문 대통령도 이를 재가하면서 동조했다. 하지만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면서 역풍을 맞았고, 윤 전 총장과 불편한 동거를 이어왔다.

이 과정을 겪으면서도 꿋꿋이 자리를 지켰던 윤 전 총장은 여권이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기 위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을 추진하는 것에 반발해 결국 직을 던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의 표명 1시간 만에 사의를 전격 수용했다. 이어 2주 전 사표를 낸 신현수 민정수석에 대한 교체 인사도 단행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2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의 표명 1시간 만에 사의를 전격 수용했다. 이어 2주 전 사표를 낸 신현수 민정수석에 대한 교체 인사도 단행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2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정권의 입장에선 부담스럽고 불편한 존재인 윤 전 총장이 스스로 나가겠다고 하니 곧바로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신 전 수석은 윤 전 총장에 앞서 사의를 표명했음에도 결단을 미뤄왔다. 임명된 지(올해 1월 1일) 얼마 되지 않았고, '법무부 vs 검찰' 갈등에 이어 '법무부 vs 민정실' 갈등까지 불거진 상황에서 정권이 입을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사표를 수리할 타이밍을 보면서 기다렸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날 오후 인사 관련 청와대 브리핑에선 신 전 수석이 신임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김진국 감사위원과 함께 나와 후임자를 직접 소개했다. 후임 민정수석이 이미 정해져 있었던 셈이다. 정권의 눈엣가시였던 윤 전 총장이 먼저 사의를 표명하니 즉각 수용하면서, 또다른 부담스러운 존재였던 신 전 수석도 이번 기회에 함께 정리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신 전 수석은 청와대를 떠나는 소감으로 "여러 가지로 능력이 부족해서 이렇게 떠나게 되었다"라며 "떠나가더라도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지켜보고 성원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권이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을 파괴하고 있다"며 날선 비판을 가한 윤 전 총장과 대조적이다.

윤 전 총장과 신 전 수석의 같은 듯 다른 사퇴 과정엔 여러 정치적 셈법이 작용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윤 전 총장과 신 전 수석을 한꺼번에 정리한 것은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깔아놓은 재난지원금, 가덕도신공항 등의 정권 주도 이슈가 덮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 이 문제를 빨리 수습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진행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 문제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며 "의도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어 "신 전 수석은 사퇴의 배경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윤 전 총장은 정권을 겨냥한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라며 "두 사람 사퇴의 파장은 다를 것이다. 중수청을 고리로 한 윤 전 총장 사퇴는 앞으로 검사장, 검찰 중간간부들의 줄사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윤 전 총장 혼자만의 사의로 끝나지 않을 수 있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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