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주요 인사들이 남북 관계 진전을 위해 북한과의 방역, 보건협력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3일 '다시 평화의 봄, 새로운 한반도의 길' 세미나에서 축사하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 /국회=박숙현 기자 |
與 대권잠룡들 "코로나19 위기지만 남북에 기회"
[더팩트ㅣ여의도=박숙현 기자] 여권 주요 인사들이 북한과의 방역·보건협력을 통한 남북 관계 진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코로나19 백신 북한 지원 공론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 교류협력 추진 분위기에 힘입어 여당이 발의한 남북보건의료 교류협력 관련법이 입법화할지도 주목된다.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열린 '다시 평화의 봄, 새로운 한반도의 길' 세미나에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46명이 공동 주최자로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 이원욱, 김민기, 서삼석, 기동민, 김승남, 정춘숙, 임종성, 박찬대, 진성준, 윤준병, 윤미향, 김원이, 박상혁, 고민정, 최종윤, 고영인, 조오섭, 윤영덕, 송갑석, 김영배, 고용진 의원 등 다수 의원은 토론회에 직접 참석했다. 남북 보건 협력에 대한 여권 내 높은 기대감을 드러낸 것이다.
이날 토론회는 남북 인도주의적 교류협력을 핵심으로 하는 남북 생명공동체의 실현 가능성과 추진 방향 등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북한의 식량난을 언급하며 "비료 문제는 인도적 문제요, 정치 문제는 거론하지 말고 인도주의 문제부터 거론해야 한다"고 했다.
여권 유력 대선주자들의 '남북 보건협력' 희망 메시지도 이어졌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영상 축사에서 "한반도에 다시 평화의 봄이 찾아오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남북이 함께 할 수 있는 일부터 착실히 해나가야 할 것이다. 전 세계 위협인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남북보건 의료분야 협력은 그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남북 관계가 지금보다 더 엄중했던 시절에도 메르스 같은 감염병을 이겨내기 위해 남북이 힘을 모은 적이 있다. 이번 시련도 남북이 지혜를 모은다면 위기 극복을 앞당기고 새로운 한반도 평화의 길도 열릴 것"이라고 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축전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은 어려운 숙제다. 남북 관계는 앞으로 나아가기보다 멈추기 쉽다. 그래도 이 길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 우리는 평화의 한반도 남북 관계의 긍정적 변화를 만들기 위해 흔들림 없이 걸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코로나19는 위기지만 남북에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코로나19에 대한 공동 대응은 남북 관계와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기류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선두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지사도 영상 축사를 통해 "남북 관계가 더 어려웠던 시절에도 신종플루나 메르스 같은 감염병 위기 앞에서 함께 공동 대응한 역사적 경험 있는 만큼 우리가 지혜를 모으면 남북 대화 물꼬도 다시 트일 것이다.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경기도 역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 장관은 "온전한 일상으로의 회복은 대한민국만이 안전해지는 것만으로 담보될 수 없다. 하늘과 땅과 바다로 마치 한 몸처럼 연결돼 있는 한반도에선 남과 북이 함께 안전해야만 진짜로 안전해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남윤호 기자 |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히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온전한 일상으로의 회복은 대한민국만이 안전해지는 것만으로 담보될 수 없다. 하늘과 땅과 바다로 마치 한 몸처럼 연결돼 있는 한반도에선 남과 북이 함께 안전해야만 진짜로 안전해지기 때문"이라며 "주변국과 전 세계가 그렇겠지만 특히 남과 북은 함께 안전해야만 한다. 정부는 한반도를 안전한 삶의 터전으로 만들기 위해 가장 시급한 코로나19 방역협력을 시작으로 남북관계 물꼬를 트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이를 토대로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보건의료, 재해재난, 기후환경 분야 등 포괄적 인도교육 협력으로 확대해 한반도 생명안전공동체의 기반을 다져나가고자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 정부의 제재 면제 개선 노력에 국제사회가 공감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장관은 "앞으로도 국제사회와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인도적 협력과 관련한 제재 면제가 더 신속하고 유연하게 보다 폭넓게 이뤄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가겠다. 지난해에 이어 인도적 협력과 관련한 제재면제 절차가 더 개선돼 포괄적 승인의 길이 열리길 희망하고 또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어 "나아가 여야 합의를 통해 정부가 추진하려는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안이 통과된다면 보건의료협력을 포함한 다방면 협력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고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안정적 토대가 더 크게 마련될 것"이라며 정치권의 관심과 협력을 당부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영호 의원도 개회사에서 "최근 국산 치료제 승인과 백신 접종 시작으로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철책 넘어 북녘땅에 감염병 창궐이 계속된다면 우리 국민 생명과 안전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남과 북이 생명공동체, 안전공동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루빨리 코로나19 방역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여권 내 남북 보건의료협력 필요 목소리가 커지면서 코로나19 백신 북한 지원 문제도 집중 조명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 북한 코로나19 백신 지원 입장을 처음 밝힌 이는 이 장관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부족할 때 함께 나누는 것이 더 진짜로 나누는 것"이라며 "(남북이) 치료제와 백신으로 서로 협력하자"고 했다. 정 총리도 지난 1월 "(코로나) 백신 물량이 남는다면 제3의 어려운 국가 혹은 북한 등에 제공할 가능성을 닫아둘 필요는 없다"고 했다. 다만 해외 제약사와의 계약 위반 소지 문제, 국내외 부정 여론 등으로 대북 백신 공급을 당장 추진하기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통일부도 "국내에 백신이 충분히 공급돼 접종이 이뤄져 국민 안전이 충분히 확보된 다음 논의해보겠다"는 입장이다.
남북 보건의료협력 관련 입법은 여당 지도부의 지지 하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7월 '남북 보건의료의 교류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으나 현재 상임위에 계류된 상태다. 해당 법안은 남북보건의료교류협력을 위한 사업에 보건의료 실태조사 및 정보교환, 보건의료인의 교육·훈련 및 보건의료기술 교류협력, 남북보건의료교류협력 위원회를 준비하기 위한 남측위원회 설치 등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