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김진애, '국회의원 사퇴' 배수진 왜?
입력: 2021.03.03 00:01 / 수정: 2021.03.03 08:23
김진애 열린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2일 국회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날 범여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위해 국회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후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는 김 후보. /국회=남윤호 기자
김진애 열린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2일 국회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날 범여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위해 국회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후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는 김 후보. /국회=남윤호 기자

단일화 시한 촉박…'당 대 당' 통합 염두에 둔 듯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김진애 열린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선거 출마를 위한 국회의원 사퇴기한(3월 8일)을 엿새 앞두고 의원직 사퇴를 전격 발표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시장 출마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서라는 표면적 이유 외에도 향후 더불어민주당과의 당 대 당 통합 협상,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승계 등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후보는 2일 사퇴의 변을 밝히면서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함께 승리하는 단일화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다"라고 이유를 들었다.

김 후보는 "범민주여권의 단일화는 정치게임만 하는 범보수야권의 단일화와 달라야 한다. 승리하려면 충실한 단일화 방식이 필요하고, 서울시민이 꼭 투표하러 나오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단일화 방식과 절차를 두고 민주당과의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배수진을 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은 지난달 중순부터 단일화 물밑 협상을 벌였는데, 이 과정에서 민주당 측이 국회의원 사퇴 기한인 8일 이전까지 단일화 방침을 정해두고 느긋한 태도를 보여와 '의원직 사퇴' 카드로 단일화 협상 주도권을 가져오려 한다는 해석이다.

열린민주당은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후보 단일화 시점을 8일로 못 박고 협상을 느긋하게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사퇴 기자회견 후 의원실 관계자와 사진촬영하는 김 의원. / 김진애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열린민주당은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후보 단일화 시점을 8일로 못 박고 협상을 느긋하게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사퇴 기자회견 후 의원실 관계자와 사진촬영하는 김 의원. / 김진애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김 후보는 열린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인 '열린민주당TV' 방송에서도 "누가 당선돼 든 후보의 정체성, 리더십, 정책공약에 대한 검증이 일어나야 하는데 솔직히 이번 민주당 경선은 충분하지 못했다. 그래서 범민주 세력을 보여주려면 (최소한) 박영선-박원순 단일화(모델)까지는 나아가야 한다고 처음부터 말했다"며 "기간도 충분해야 하고, 토론도 미리 짜인 각본이 아니라 트럼프-바이든처럼 자유 토론으로 하자. 토론 배심원단도 꼭 들어가야 한다. 또 당원 투표와 일반 시민여론조사도 들어갈 수 있지 않나. 이런 공정한 과정과 검증할 수 있는 형식을 거쳐야 흔쾌하게 승복하고 흔쾌하게 다 같이 하나가 돼 선거운동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어 "지난주에 사퇴를 발표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민주당) 경선 중이니까 그렇게 안 했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는 또 투명한 단일화 협상도 요구했다. 그는 "(단일화는) 단일화한다는 선언부터 시작해 토론을 제대로 하고, 방식을 어떻게 하는지 낱낱이 밝히면서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도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이 과거 정치권 문법과 논리에 매몰돼 있다고 생각했다. (민주당이) '의원직을 8일까지 사퇴해야 하는 데 어쩔 거냐. 시간은 우리가 주도한다' 이런 생각을 갖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의원직 사퇴'가 향후 당 대 당 통합을 고려한 것이란 시각도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김 후보 사퇴 결단에 대해 "그동안 민주당과 열린민주당 갈등이 조국 사태를 겪어오면서 서로 서운했던 관계였는데, 서울시장과 내년 대선을 앞두고 '하나가 되자'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 진정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보궐 선거 이후 당 대 당 통합의 물꼬를 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후보가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면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의원직을 승계한다. 지난해 4월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오거리 일대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열린민주당 김의겸(왼쪽) 후보. /이덕인 기자
김 후보가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면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의원직을 승계한다. 지난해 4월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오거리 일대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열린민주당 김의겸(왼쪽) 후보. /이덕인 기자

김 후보의 '사퇴 결단' 배경에 당내 김 전 대변인 승계 요구 목소리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 후보 사직서가 처리되면 지난해 총선에서 비례대표 4번이었던 김 전 대변인이 의원직을 승계하게 된다. 김 전 대변인은 당시 당선 예상권에 순위가 배정됐으나 열린민주당이 예상보다 득표율이 적게 나오면서 비례대표 3석만 당선돼 국회에 입성하지 못했다.

김 후보 사퇴 소식이 알려지자 김 전 대변인 승계를 축하하는 지지자 반응도 눈에 띈다. 김 후보의 의원직 사퇴 글에 한 누리꾼은 "열린민주당은 인적자원이 무궁무진하다. 김의겸의 의원직 승계로 또 다른 정치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다만 이에 대해 김성회 열린민주당 대변인은 "김 전 대변인은 전혀 논의대상이 아니었다"고 일축했다.

김 전 대변인 승계가 유력해지자 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김 전 대변인은 2019년 3월 부동산 투기 논란이 일자 청와대 대변인에서 물러났다. 이후 2019년 12월 흑석동 집을 1년 5개월 만에 8억8000만 원 시세 차익을 남겨 재차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황규한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부끄러움도 없이 '아내가 한 일이라 몰랐다'는 황당한 유행어를 남기고 총선 출마를 강행했던 그가 결국 국회의원직을 달게 됐다. 그저 정권에 충성하면, 아무리 불법을 저질러도, 아무리 투기를 해도 국회의원이 되는 세상"이라며 "열린민주당에 또다시 대통령의 측근을 자처하는 무자격 의원이 한 명 추가됐으니, 앞으로의 폭주는 불 보듯 뻔하다"고 했다.

민주당은 당초 의원직 사퇴기한인 오는 8일 이전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을 포함한 3자 단일화를 제안했지만, 김 후보 사퇴로 시대전환, 열린민주당과 각각 별도로 단일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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