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수석 출신 文대통령 발목 잡는 민정수석들
입력: 2021.03.02 05:00 / 수정: 2021.03.02 05:00
민정수석 출신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민정수석들이 정권의 발목을 잡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조국·김조원·김종호 전 민정수석, 신현수 현 민정수석. /임세준 기자, 뉴시스
민정수석 출신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민정수석들이 정권의 발목을 잡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조국·김조원·김종호 전 민정수석, 신현수 현 민정수석. /임세준 기자, 뉴시스

4연속 인사 구설…靑 민정수석 잔혹사

[더팩트ㅣ청와대=허주열 기자] 청와대 민정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4년간 학자(조국), 감사원(김조원·김종호), 검찰(신현수) 등 출신을 바꿔가면서 4명의 민정수석을 썼지만, 모두 문제를 일으키면서 정권에 부담을 주는 존재로 전락했다.

민정수석은 국민 여론 및 민심 동향 파악, 공직·사회기강 관련 업무 보좌, 대통령 친인척 관리 및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 법률 문제 보좌, 민원 업무 담당 등 청와대 참모 중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권력의 가장 핵심적 권한인 '인사권'과 '사정권' 모두 대통령을 보좌해 행사할 수 있는 자리인 만큼 청와대 내에서도 실세로 손꼽힌다.

특히 문 대통령은 역대 민정수석 중 유일하게 민정수석직을 두 번 역임(2003.2~2004.2, 2005.1~2006.5)해 해당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임명한 4명의 민정수석 중 성공적으로 임기를 마친 인사는 없다. 모두가 다양한 사안으로 구설에 올랐다.

문재인 정권의 유일한 검찰 출신 민정수석인 현 신현수 수석은 당초 뛰어난 업무 역량과 인품으로 문 대통령의 임기 말까지 함께하면서 '민정수석 잔혹사'를 끝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신 수석은 임명 두 달도 안 돼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검찰 인사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소외된 뒤 수차례 사의를 표명했다. 그때마다 문 대통령이 만류했지만, 끝내 사표를 제출했고 대통령의 결단만 남은 상태다.

이 과정에서 '법무부 vs 검찰' 갈등에 이어 '법무부 vs 민정실' 갈등까지 드러나 권력 내부 균열이 외부로 노출됐다. 이에 청와대는 "박 장관과 신 수석 간 검찰 인사를 둘러싼 갈등이 있었고, 조율되지 않은 인사안을 박 장관이 대통령 승인을 받아서 발표해 신 수석이 사의를 표명했다"라면서 "휴가에서 돌아온 뒤 문 대통령에 거취를 일임해 일단락됐다"고 애매모호한 수습을 시도하다가 실패했다.

결국 신 수석은 법무부와 검찰 갈등 중재라는 본연의 임무에 실패한 데 이어 자신의 거취 문제로 문 대통령에게까지 누를 끼치고 있다. 당장 야권에선 신 수석 사퇴 파동으로 문재인 정권의 레임덕이 드러났다고 공세를 펼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수차례 사의를 표명한 뒤 사표까지 낸 신현수 민정수석의 거취를 두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수차례 사의를 표명한 뒤 사표까지 낸 신현수 민정수석의 거취를 두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제공

3대 민정수석인 김종호 전 수석은 임명 4개월 만에 추미애·윤석열 갈등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무리한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를 시도하다가, 법원의 제동에 걸리면서 징계안을 재가한 문 대통령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가 됐다.

이에 김 전 수석은 윤 총장 징계 사태와 관련된 청와대 주무 수석으로서 책임으로 통감하고 조기에 청와대를 떠났다. 이와 함께 김 전 수석은 추·윤 갈등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조율자의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대 민정수석인 김조원 전 수석은 13개월가량 재직하면서 별다른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다 다주택 논란으로 불미스럽게 사퇴했다. 다주택자를 죄악시하는 문재인 정권에서 김 전 수석은 청와대 고위직 중 유일하게 강남에 집 두 채를 가진 인사로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전 수석은 잠실 아파트를 시세보다 비싸게 내놓아 한 채 '매각 시늉'만 한다는 지적이 나온 뒤 매매 의사를 철회해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에 야권에선 '직' 대신 '집'을 택했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실제 '집'을 택한 김 전 수석은 청와대를 떠나면서 퇴임 인사도 하지 않고 떠나 퇴임하는 모양새도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 정권 초대 민정수석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가장 오랜 기간인 2년 2개월가량을 민정수석을 재직하면서 반복된 인사 검증 실패, 민정수석실 근무기강 해이, 남에게는 한없이 엄격하고 본인과 가족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주면서 세간의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의 굳건한 신임을 바탕으로 민정수석에 이어 법무부 장관까지 오른 조 전 수석은 아내와 자녀 등이 연루된 다양한 비리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아내 정경심 씨는 조 전 수석도 관련된 사안인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비리 등으로 1심에서 징역 4년 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문재인 정권 민정수석 잔혹사는 아직 진행형이다. 문 대통령은 사퇴 의사를 굽히지 않은 신 수석을 교체할지, 유임할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둘 중 어느 쪽으로 결론을 내려도 불행한 민정수석 역사는 지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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