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일부 초선 의원들이 완강하게 검찰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끌려가는 모양새가 연출,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 징후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왼쪽부터 김정민 최고위원, 이낙연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남윤호 기자 |
野, 민주 강경파 맹비난…김남국 "강경파? 아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더불어민주당 일부 초선 의원들이 완강하게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청와대가 끌려가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이후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권력 누수)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수사·기소 분리 및 검찰의 직접 수사권 폐지 추진을 주도하는 민주당 강경파에 대한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은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설립을 골자로 하는 검찰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친문(親문재인) 강경파 여권 초선 의원들이 결성한 모임 '행동하는 의원 모임 처럼회(처럼회)'가 이끌다시피 하고 있다. 김남국, 김승원, 김용민, 민형배, 최강욱, 황운하 의원 등이 회원으로 있다.
이들에게서 검찰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에 이어 검찰의 권력 분산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에는 검찰이 가진 수사권을 폐지하고 수사 전담 기구를 만들어 형사사법체계를 재편하려고 하고 있다.
실제 중수청을 신설해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을 이관하고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는 내용의 '중수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황운하 의원이 지난달 8일 대표 발의했다. 아울러 처럼회는 지난달 4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본회의를 통과한 법관 탄핵소추안 처리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잡음도 새어 나온다. 중수청 설치와 관련해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달 24일 공개 석상에서 문 대통령의 '속도 조절' 의중을 전한 이후에도 여권 강경파 의원들의 입법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 추가적인 검찰개혁에 당청 간 다른 인식을 두고 야당은 문 대통령의 레임덕 징후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6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야당과 일부 언론이 (처럼회를) '강경파'라고 칭하는 것은 맞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중수청 신설 속도를 조절하라는 맥락으로 유 비서실장도 이야기했다"며 "(당내) 강경파들이 굉장히 강하게 나가고 자기 세를 결집하고 그래서 임기 말에는 (레임덕이)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 나경원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속도 조절 따위는 없다는 친문 강경파가 대한민국 운전석에 앉아 위험한 질주를 하고 있다"며 "지난 역사에서 국가를 위태로운 지경에 빠트린 이들이 바로 급진세력이다. 친문 강경파 앞에 민주당은 물론 청와대도 눈치만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강경파가 문재인 정부의 국정 동력을 잃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김남국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보수 야권에서 문 대통령의 '레임덕'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짧게 언급한 뒤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는 이미 검경 수사권 조정을 논의할 때부터 장기적 과제로 함께 논의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야당과 일부 언론이 (처럼회를) '강경파'라고 칭하는 것은 맞지 않다"라며 "처럼회는 열심히 (개혁 외) 다른 분야까지 활동하고 있으며 당 지도부와 함께 정치 상황 등을 들여다보는 등 국회 밖에서 보는 것과 실제는 다르다"라고 말했다.
정치권 밖에서도 처럼회의 행보가 청와대의 '하명'과 거리가 멀다는 취지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당·정·청은 함께 가는 사이지만, 다음 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당과 정부의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 청와대의 견해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며 "대통령의 뜻이면 당이 무조건 '네, 알겠습니다'라고 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당내 일부 의원들이 중수청 설치 등을 밀어붙이는 것은 대통령의 레임덕을 가져오게 하는 것이 아니라 검찰개혁에 대한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다수 세력이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이기에 친문 강경파가 독단적으로 일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shincomb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