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 4·7 재보궐 서울시장 선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확정된다. 지난달 25일 KBS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 토론회에 앞서 사진촬영하는 박영선(오른쪽), 우상호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
범여권 단일화 작업 속도낼 듯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양보할 수 없는 4·7 재보궐 서울시장 선거의 더불어민주당 대표선수가 1일 판가름 난다. 박영선 예비후보는 "당심은 민심"이라며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승리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우상호 예비후보는 "500표 싸움"이라며 우세한 당원 조직력으로 막판 뒤집기를 기대한다. 민주당은 당 최종 후보를 확정한 후 김진애 열린민주당 후보, 조정훈 시대전환 후보와 범여권 단일화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당심이 민심" vs "500표 싸움"
박 후보는 경선에 뛰어들기 직전까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내 인지도와 대중성 면에서 우위를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 후보는 56그룹 등 당내 조직력에서 앞선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예비후보는 이처럼 자신의 강점을 앞세우며 각자 경선 승리를 자신했다.
박 후보는 지난달 26일 경선 활동을 마무리하며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본선에서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누구인지가 경선에서 가장 중요한 가늠자가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박 후보가 당원 투표에서는 탄탄한 조직력을 갖춘 우 후보보다 불리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번 선거에서는 서울 권리당원 약 18만 명과 서울시민 선거인단 6만 명의 온라인 투표로, 가중치 없이 각각 50%씩 반영해 후보를 결정한다.
이에 대해 박 후보 측은 권리 당원 숫자가 많아 조직력이 영향을 미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일반 여론조사와 크게 차이 나지 않을 것으로 분석한다. 박 후보는 "민심과 당심은 거의 동일하다"며 "당원들은 본선에서 승리할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민심은 서울시장으로서 믿음이 가는 사람에 대한 평가"라고 덧붙였다. 박 후보는 여성이라는 점도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여성 시장은 이 시대가 바라는 하나의 시장상"이라고 했다. 박 후보는 여성 가산점(10%)도 얻는다. 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경선 전망에 대해 "겸손하겠다"며 후보의 본선 경쟁력에 대해선 "녹록치 않지만 해볼 만하다"고 했다.
반면 우 후보는 당원 지지 우세를 기반으로 '막판 뒤집기'에 성공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우 후보는 지난달 2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바닥 분위기는 TV 토론을 거치면서 많이 반전됐다"며 "당원 50%에서는 제가 유리하다. 일반 선거인단 참여율은 매우 낮은데 민감도가 높은 지지층이 주로 투표에 참여한다"며 "400~500표 싸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선거인단 대상자는 최대 5번까지 전화 투표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지는데, 마지막 전화에 응하지 않으면 선거인단에서 빠진다. 당 적극 지지층이 선거인 여론조사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란 판단이다.
우 후보 캠프 관계자도 "이번 선거가 여론조사 방식이 아니라 선거인단으로 하기 때문에 지금 여론조사와 판이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당원 부분은 우리가 앞서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박 후보가) 가산점이 있더라도 우리가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의외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본선 경쟁력도 자신했다. 우 후보는 "제가 후보가 된다는 것은 태풍급 바람이 분 것"이라며 "야권 단일화보다 반전 드라마 바람이 훨씬 강해 깜짝 놀랄 결과 나올 것"이라고 했다. 또 자신이 본선 후보로 확정되면 이번에 공천하지 않은 정의당 지지자를 끌어안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두 후보의 정책 전략은 주요 타깃이 갈리면서 확연히 차이났다. 박 후보는 본선에서의 중도 확장성을 고려해 '미래비전'을, 우 후보는 핵심 지지층을 겨냥해 '민주당다움'을 강조했다. 지난달 26일부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우상호 서울시장 예비후보에 대한 최종 후보를 결정하는 권리당원 투표가 26일 실시되는 모습. /남윤호 기자 |
◆미래비전 vs 민주당다움…'2차 가해' 논란도
2주간 진행된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운동에서 박영선, 우상호 두 후보는 각각 '미래 비전'과 '민주당 정체성'을 강조하며 맞붙었다. 우 후보가 당 핵심지지층을 주요 타깃으로 했다면, 박 후보는 본선 경쟁력을 우선해 중도층 겨냥 전략을 펼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후보는 '서울시 대전환'이란 큰 틀에서 미래 서울의 모습을 각인시키는 데 주력했다. '21분 콤팩트 도시'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 거주민들이 21분 내 직장과 학업, 의료와 문화활동 등 생활 전반을 해결할 수 있는 생활권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21개 혁신성장 클러스터'를 조성해 권역별 다양한 혁신 기업을 육성하고, 서울형 디지털 화폐인 'KS-코인'을 만들어 서울을 '프로토콜 경제'의 중심도시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시절 중소기업을 지원해 백신 접종 효율을 높이는 최소잔여형(LDS) 백신주사기를 양산하게 했다는 점도 경선 운동 내내 강조했다.
박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친문(친문재인)인 정청래·김병기·윤건영·고민정 의원의 지원사격을 받았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후원회장을 맡고, 문재인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정경두·조명래·박양우 전 장관 등도 박 후보를 도왔다.
반면 우 후보는 '민주당다움'을 내세웠다. 그는 공약에도 민주주의, 진보, 경제민주화, 불평등 해소, 친서민 등 가치를 녹였다고 강조했다. 4조 원 규모의 '일자리 서울' 자금, 서울노동기준 마련 정책 등이다. 그는 '586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일찍 공개 지지를 선언했고, 송영길·정성호·박정·양기대·유동수 의원 등도 그의 캠프를 찾아 응원했다.
우 후보는 경선 운동 과정에서 '2차 가해' 논란으로 진땀을 빼기도 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언주 국민의힘 전 의원이 우 후보의 21년 전 '새천년 NHK 사건'을 문제 삼은 것이다. 해당 사건은 2000년 5·18 전야제 참석차 광주를 찾은 86그룹 정치인들이 '새천년 NHK'이라는 유흥주점에서 술자리를 가진 일이다. 우 후보는 "제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고 있는 일"이라고 사과했지만 다음 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자신의 롤모델"이라고 밝혀 2차 가해 논란이 일고 야당 후보들로부터 사퇴 요구까지 받았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되면 범여권 단일화 작업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달 25일 여의도 KBS본관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 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박영선, 우상호 후보가 토론에 앞서 사진촬영하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
◆"페어플레이" "정책 경쟁" 범여권 단일화 속도
민주당은 후보가 확정되면 곧바로 열린민주당, 시대전환과 차례로 2단계 범여권 단일화 협상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야권 단일화 작업이 진행 중이고, 정권 심판론 선거 분위기가 여전해 단일화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열린민주당은 단일화 조건으로 '공정한 경선 룰'과 '정책공약 공감대'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의 '박원순-박영선' 단일화 모델을 강조하고 있다. 해당 방식은 ▲TV토론 후 배심원 판정(30%) ▲여론조사(30%) ▲국민참여경선(40%)이다.
시대전환은 조속한 단일화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세 후보가 정책중심 토론으로 평가받자고 제안한 상태다. 조 후보 측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박원순 모델 같이 경선 룰로 싸우지 말고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단일화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책 서바이벌 토론으로 계급장 다 떼고 시민도 무작위로 뽑아 즉석에서 답변하는 식"이라며 "우리는 정책토론을 제안한 것 외에는 모든 게 열려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