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퀴어축제'는?…보궐선거 쟁점화에 정치권은 침묵
입력: 2021.02.23 05:00 / 수정: 2021.02.23 05:00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서울광장 퀴어축제 허용 이슈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박영선·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오세훈·나경원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왼쪽 위부터 시게방향). /더팩트 DB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서울광장 퀴어축제 허용' 이슈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박영선·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오세훈·나경원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왼쪽 위부터 시게방향). /더팩트 DB

박영선 "권리 존중"·우상호 "당선 후 검토" vs 오세훈 "시장이 결정 못해"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서울광장 퀴어축제 개최 허용 이슈가 급부상하고 있다. 거대 양당 후보들은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본선 경쟁이 시작되면 '퀴어축제' 등 젠더 이슈가 진보·보수 진영 표심을 가를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성소수자 이슈가 보궐선거판을 흔들고 있다. 제3지대의 안철수·금태섭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토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광장 퀴어축제에 대해 "도심 밖에서 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히고, 부산시장 후보인 국민의힘 이언주 전 의원이 "동성애를 반대할 자유가 존중돼야 한다"고 가세하면서다.

지지율 상위권을 달리는 거대 양당 후보들도 분명한 입장을 요구받고 있다. 하지만 후보들은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고 있다.

우선 국민의힘 후보들은 소수자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면서도 도심 퀴어축제 개최 허용 문제는 별개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세훈 예비후보는 이날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차별을 금지해야 한다는 큰 원칙에 당연히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퀴어축제가 서울광장이나 광화문광장 인근 도심에서 열려 논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서울시에는 서울시광장사용심의위원회라는 결정 기구도 있고 규정도 있다. 이 기구에서 심의 사용 규칙을 기준으로 결정할 문제로, 시장 개인이 해도 된다, 하면 안 된다를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나경원 예비후보 측도 성 소수자 인권은 중요하지만 도심 퀴어축제를 불편해하는 시민들의 권리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서울광장 퀴어 축제'와 관련해 "유엔 결의에 의해서도 그런 사람들 권리를 보장해줘야 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상당수 거부반응이 있어서 공개적인 장소, 소위 서울시청 광장 앞에서 그런 걸 해야 하느냐는 건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면서 "거기에 대해 거부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고, 찬성하는 사람도 있어서 일괄적으로 뭐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입장을 보류했다.

지난 2017년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7 퀴어문화축제 개막식. /더팩트 DB
지난 2017년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7 퀴어문화축제' 개막식. /더팩트 DB

서울퀴어문화축제는 2000년대 서울 대학로에서 개최되다 고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시절인 2015년부터 서울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이후 2017년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공식적으로 참여하고 불교 조계종 국가사회위원회가 참여하는 등 규모와 위상이 커졌다. 축제 개최 여부는 오 후보 말대로 '서울시 열린광장 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운영위는 전문가, 시의원, 시민단체 대표 등 15인 이내로 구성돼 있다. 다만 운영위원을 시장이 임명 또는 위촉하기 때문에 사실상 시장의 의지와 판단이 중요하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태로 서울시장 공백을 만든 민주당은 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박영선 예비후보 측은 <더팩트>에 "제 기본 원칙은 차별은 있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분들의 권리 역시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대가 포용적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서울시민과 함께 지혜를 모아보겠다"는 박 후보 입장을 전해왔다. 우상호 후보 측은 "여러 의견을 보고 현실가능한 것들은 (당선) 되고 나서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양당 후보들이 정치공학적 유불리를 따지느라 분명한 의사 표시를 하지 않고 '간 보는 정치'를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여당 예비후보를 향해 "이번 사안은 단지 퀴어축제 허용 여부로 진보 보수를 가르는 단세포적 이분법 시각이 아니라 시장에 당선된다면 공공의 이익과 관점에서 시정을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소신과 철학의 문제"라며 "적어도 여당의 서울시장 후보라면, 소수의 권리와 다수의 의견이 충돌할 때 어떻게 할 것인지,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하는 각각의 권리들이 충돌할 때 어떤 원칙과 기준에 의해 갈등을 조정하고, 사회적 공론과 합의를 만들어 갈지에 대한 입장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지난 2017년 4월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국회에서 국방안보 특보단 출정식에 성소수자 단체가 항의 시위를 하는 모습. /더팩트 DB
지난 2017년 4월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국회에서 국방안보 특보단 출정식에 성소수자 단체가 항의 시위를 하는 모습. /더팩트 DB

당 내부에서도 '비겁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상민 의원은 전날(2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박영선, 우상호 후보는 성소수자, 퀴어축제에 대한 입장을 아직까지 밝히지 않았다는데 비겁하게 회피해서는 안 된다. 분명히 밝힐 것을 요구한다"며 "차별에 대한 인식, 감수성 정도는 지도자의 핵심적 덕목이고 유권자로서는 선택을 결정하는 반드시 알아야 할 중요한 자료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성소수자 이슈는 진보와 보수 진영이 확연히 대립하는 사안이다. 특히 개신교계를 중심으로 한 보수 진영 표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선거철마다 정치인들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 서울광장 퀴어축제 개최를 허용한 박 전 시장마저도 동성애 차별 금지 등을 담은 서울시 인권헌장을 2014년 채택했다가 개신교계와 보수 진영의 강한 반발로 이틀 후 폐기한 흑역사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017년 대선 토론에서 '동성애에 반대하느냐'는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 질문에 "좋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가 "동성혼을 합법화할 생각은 없지만, 차별에는 반대한다"고 발언을 수정해 빈축을 샀다. 문 대통령은 서울광장 퀴어축제 행사에 대해선 "서울광장을 사용할 권리에서 차별을 주지 않는 것"이라고 긍정 답변했었다.

퀴어축제 도심 개최 허용 문제는 서울광장 활용 공약과 맞물려 있어 향후 재·보궐선거 본선 과정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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