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돌아온 신현수, '사의 논란'이 남긴 상처들
입력: 2021.02.23 00:00 / 수정: 2021.02.23 00:00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자신의 거취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일임하기로 하면서 사의 논란이 일단락됐다. 하지만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왼쪽부터 신 수석, 문 대통령, 박범계 법무부 장관. /뉴시스, 청와대 제공, 남윤호 기자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자신의 거취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일임하기로 하면서 '사의 논란'이 일단락됐다. 하지만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왼쪽부터 신 수석, 문 대통령, 박범계 법무부 장관. /뉴시스, 청와대 제공, 남윤호 기자

文대통령 리더십 붕괴 '최악' 피했지만, '갈등 불씨' 남아

[더팩트ㅣ청와대=허주열 기자]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 논란'이 미완의 봉합으로 일단락됐다. 신 수석은 '사의 고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자신의 거취를 일임했다. 이에 문 대통령이 '유임·교체'에 대한 명확한 언급을 하지 않으면서 당분간 불편한 동거가 지속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 입장에선 대통령 인사권에 대한 참모의 항명 파문으로 임기말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신 수석 간 갈등이 여과 없이 외부로 표출됐고, '법무 vs 검찰' 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도 드러났다. 권력 내부 균열까지 봉합된 것은 아닌 셈이다.

문재인 정권은 지난해 추미애·윤석열 갈등이 1년 내내 이어지면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을 직접 경험했다. 집권 5년 차 성과를 내야 할 시기에 내부 갈등의 불완전한 봉합은 언제든 다시 터질 수 있는 폭탄이 있다는 뜻이다.

신 수석 입장에선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인사권과 관련한 문제로 박 장관과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청와대를 떠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다가 말을 바꾼 모양새가 됐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고위 참모로서 적절치 않은 행동이었다는 정권 안팎의 비판과 한 입으로 두말을 한다는 야권의 비판을 동시에 받는 상황을 스스로 만든 것이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2일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 신 수석이 문 대통령에게 자신의 거취를 일일하고, 직무를 최선을 다해 수행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신 수석의 입장 변경에 문 대통령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신 수석 사의 파문이) 일단락됐다"라면서도 "대통령께서 (유임이나 교체를) 결정할 시간이 남았다"고 말했다. 신 수석의 거취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주 만류하던 상황과는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신 수석이 문 대통령의 임기 종료까지 함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오는 7월 임기가 만료되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후임자를 찾는 과정까지나, 민주당이 검찰 수사권 견제를 위해 추진하는 '중대범죄수사청'(가칭, 수사청) 설립 토대 마련 등 검찰 개혁 시즌2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교체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집권 5년 차 검찰 개혁 성과를 응집할 타이밍에 인사 갈등으로 민정수석이 사퇴할 경우 야권에선 레임덕을 거론하면서 정쟁을 계속 시도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신 수석이 물러나면 본인에게도 불명예이고, 청와대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일단 유임한 후 윤 총장이 물러나는 시점을 전후해 청와대 사정라인을 손보면서 신 수석을 내보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이날 휴가에서 복귀해 문 대통령에게 거취를 일임한 신현수 민정수석.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이날 휴가에서 복귀해 문 대통령에게 거취를 일임한 신현수 민정수석. /뉴시스

박 정치평론가는 이어 "검찰 인사는 법무부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결정하는 것인데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가 대통령이 결정한 인사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한 것은 정권의 입장에서 신뢰를 잃게 한 행위"라며 "이번 봉합은 문 대통령의 부담을 줄이면서 검찰·국정 개혁을 추진할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적절한 타이밍에 교체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야권에선 신 수석이 사의를 철회한 뒤에도 레임덕을 거론하면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신 수석이 문 대통령에게 거취를 일임한 것은 놀라운 반전"이라며 "투명인간 취급을 받았으면서도 다시 복귀를 결심한 까닭이 궁금하다. 청와대로 복귀하며 앞으로 어떻게 법무부 장관을 평생 안 볼지는 더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배 대변인은 "신 수석에 의해 감찰 대상으로 지목됐다고 보도된 박 장관이 계속 자리를 지키는 것도 어불성설"이라며 "둘이 병존하는 어정쩡한 상황이 계속되는 한 청와대는 본격적인 레임덕 상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신 수석의 입으로 감찰 건의를 한 바 없다고 제가 확인했다"며 감찰설에 대해 적극 부인했다.

일각에선 지난해 11월 3일 주식 양도소득세 개편 등을 두고 민주당의 압박에 시달리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표를 냈다가 문 대통령의 반려에 아직까지 직을 수행하고 있는 것처럼 상당 기간 신 수석이 직을 유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신 수석의 복귀를 설득하는 과정, 박 장관과 신 수석의 검찰 중간 간부 인사 협의, 복귀한 모양새 등을 보면 교체를 위해서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라며 "당분간 민정실은 신 수석 체제로 계속 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청와대 안팎에선 신 수석 사의 파문으로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문 대통령이 앞으로 정치 현안과는 거리를 두면서 코로나 19와 경제위기 극복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문 대통령은 신 수석이 거취를 일임한 날 공개 회의에서 그에 대한 언급 없이 △백신 접종과 방역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 △벤처 창업가들의 기부 행렬 등의 사안에 대한 소신만 밝혔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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