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아래)과 조율이 안 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검찰 고위 인사안을 재가한 이후 사의를 표명했던 신 수석이 22일 "문 대통령에게 거취를 일임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측은 "신 수석 사의 논란이 일단락됐다"고 강조하면서도 유임·교체에 대해선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 남윤호 기자, 뉴시스

靑 "대통령 결단 남아"…일각선 파장 축소 모양새 만들기 지적도

[더팩트ㅣ청와대=허주열 기자] '청와대를 떠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던 신현수 청와대 정무수석이 일단 직무를 계속 수행하기로 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함께할지는 미지수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2일 오후 춘추관에게 기자들과 만나 "신 수석이 문 대통령에게 자신의 거취를 임임하고, 직무를 최선을 다해 수행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신 수석은 최근 검찰 고위 인사를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박 장관이 조율되지 않은 인사안을 독단적으로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 후 재가를 받아 발표한 뒤 민정수석 역할에 한계를 느끼고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사의를 만류하자, 지난 18일 휴가를 떠나 나흘간 숙고의 시간을 가진 뒤 22일 다시 청와대로 출근했다. 휴가를 떠날 당시만 해도 신 수석은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고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 매체에 따르면 신 수석은 휴가 중에도 주변에 "박 장관과 같은 사람과는 더는 일을 못 한다. 다시는 볼 일이 없을 것이다", "저는 이미 동력을 상실했다"는 강경한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신 수석이 (휴가 기간) 박 장관과 검찰 중간 간부 인사를 협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직접 만나서 한 것인지, 비서관 수준에서 한 것인지를 모른다"고 말했다.

사의 논란이 불거지던 지난 18일 갑자기 휴가를 떠났던 신현수 청와대 정무수석은 나흘 만인 22일 청와대로 돌아와 "문 대통령에게 거취를 임임하고, 직무를 최선을 다해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신 수석이 지난해 12월 31일 취임 인사말을 하는 모습. /뉴시스

청와대 측의 설명은 박 장관과 신 수석 사이가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처럼 나쁘지는 않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 수석이 계속 직무를 수행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사의를 반려한 문 대통령에게 거취를 일임한 것은 유임된 것으로 봐도 되는가"라는 질문에 "(사의 논란이) 일단락됐다"고 강조한 뒤 "신 수석 사의 표명, 문 대통령 반려가 있었고 이후 신 수석이 거취를 문 대통령에게 일임했으니 문 대통령이 결단이 남았다"라며 "무슨 결정을 언제 할 것인지는 참모가 할 말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신 수석 유임·교체 모두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신 수석의 거취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신 수석 사의 상황이 일단락된 상태에서 새롭게 (문 대통령이) 신 수석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신 수석이 스스로 그만두는 것은 문재인 정권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결정하는 모양새를 만들어 파장을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다시는 박 장관을 보지 않을 것처럼 말한 신 수석이 문 대통령에게 거취를 일임하겠다는 것은 청와대를 나가더라도 스스로 그만두는 게 아니라 문 대통령이 결정하는 모양새를 만들려고 하는 것 아니겠나"라며 "윤석열 검찰총장, 최재형 감사원장의 뒤를 이어 소신대로 하는 괜찮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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