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 "난감하네"...靑, 신현수·비정규직 '패싱' 논란에 '곤혹'
입력: 2021.02.20 00:01 / 수정: 2021.02.20 00:01
청와대는 지난 17일 신현수 민정수석 사의 표명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사의 표명은 사실이지만, 패싱은 없었다고 밝혔다. 신 수석이 지난해 12월 3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인사말을 하는 모습. /뉴시스
청와대는 지난 17일 신현수 민정수석 사의 표명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사의 표명은 사실이지만, 패싱은 없었다"고 밝혔다. 신 수석이 지난해 12월 3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인사말을 하는 모습. /뉴시스

<더팩트> 정치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 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여야, MB 국정원 사찰 공방…서울시장 후보 토론회 눈길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설 연휴가 끝난 이후 정치권은 바쁜 한 주를 보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명박(MB)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국정원)이 18대 국회의원 전원과 지방자치단체장, 문화계 인사 등에 대한 불법사찰 의혹을 제기하며 야당을 거세게 몰아붙였습니다. 박지원 국정원장이 지난 16일 국회에 출석해 MB 정부 국정원의 사찰 실태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히면서 논란은 더욱 확대됐습니다. 야당은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겨냥한 '정치 공세'라고 반발하는 등 여야의 공방이 치열합니다.

-여야의 서울시장 예비후보들 간 신경전도 격화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우상호·박영선 예비후보는 서로의 '주택 공급' 공약을 두고 철저하게 검증하며 기 싸움을 벌였습니다. 제3지대로 불리는 국민의당 안철수 예비후보와 무소속 금태섭 예비후보 간 토론회도 세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특히 토론에 약하다는 일각의 지적을 받았던 안 후보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관심사였죠. 과연 어떤 평가가 나왔을까요? 청와대도 시끌시끌한 한주였습니다. 검찰 고위 간부 인사로 촉발된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 표명이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신 수석의 거취에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외면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뒷말도 나옵니다. 먼저 청와대 소식부터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난감한' 靑, '신현수 사의' 파문과 文대통령의 '비정규직 노동자' 패싱 논란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임명 두 달도 안 돼 사의를 표명해 논란이 있었죠.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검찰 인사 갈등'을 중재하려던 시도가 무산되자 무력감을 느끼고 사의를 표명했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또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해결을 약속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피눈물'을 외면하는 일도 있었네요?

-그렇습니다. 먼저 신 수석 이야기부터 해보면 박 장관과 신 수석이 검찰 인사와 관련한 논의를 하던 중 박 장관이 일방적으로 본인의 구상을 밀어붙여 문 대통령 재가를 받았습니다. 신 수석이 패싱을 당한 셈인데요, 이 과정을 전후해 신 수석이 수 차례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그때마다 문 대통령이 만류했고, 신 수석은 청와대를 떠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박 장관이 신 수석을 패싱한 사실을 알고도 검찰 인사안을 재가한 것일까요? 아니면 사전 협의가 된 걸로 보고 재가한 것일까요? 신 수석의 굳건한 사의 의사를 보면 자신에 대한 대통령의 불신으로 판단하고 있는 듯도 한데요. 또 문 대통령이 계속 신 수석의 사의 표명을 물리치는 걸 보면 아직 신임하고 있는 것도 같고요. 알쏭달쏭합니다. 신 수석이 갑자기 휴가를 간 것은 어떤 의도로 봐야 할까요?

-네, 신 수석은 사의를 표명한 사실이 논란이 된 직후인 18~19일 휴가원을 냈는데요, 주말까지 포함해 4일간 향후 진로를 숙고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22일(월) 출근해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입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신 수석이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휴가를 간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신 수석의 거취에 대한 취재진 관심이 높아지면서 휴가 전날인 17일 그의 자택 앞으로 취재진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에 신 수석은 자택에도 들어가지 않고 다른 곳에서 휴식을 취한 뒤 다음 날 휴가원을 내기 위해 청와대로 출근했었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마음을 정했다면 이렇게까지 취재진을 피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빈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시위를 보고 그냥 지나쳐 뒷말이 나왔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빈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시위를 보고 그냥 지나쳐 뒷말이 나왔다. /청와대 제공

-청와대로선 난감하고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문 대통령 집권 5년 차 시작과 함께 임명한 청와대 민정수석이 한 달여 만에 또다시 법무부·검찰 갈등에 휘말려 '민정수석 패싱설'이 불거지고, 청와대를 나가려 한다는 것은 권력 내부 균열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비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내내 이어진 이른바 추·윤 갈등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사퇴로 일단락되면서 한숨 돌린 청와대 처지에선 또다시 검찰 인사를 둘러싼 정권 내 갈등이 불거진 게 상당히 곤혹스러울 것 같은데요, 청와대 분위기는 어떻죠?

-청와대 입장에서 가장 좋은 그림은 신 수석이 휴가를 끝내고 돌아와 마음을 다잡고 다시 업무를 재개하고, 박 장관은 앞으로 남은 검찰 중간 간부 인사에서 신 수석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법무부와 청와대 민정실 사이에 생긴 균열을 막는 모습일 것 같습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개인적으로 신 수석이 충분히 숙고하고 본래 모습으로 복귀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신 수석이 고심 끝에 다음 주 월요일 돌아와 사표를 내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힐 경우 문 대통령 입장에선 그를 놓아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 경우 문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뿐 아니라 인사 관리에도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낸 셈이 되기 때문에 향후 국정 운영에도 큰 악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문 대통령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했다는 말은 어떻게 된 일이죠?

-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민주화·노동·통일 운동에 평생을 바친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빈소를 찾아 10분가량 조문했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이 청와대에서 공개한 자료를 바탕으로 문 대통령이 유족에게 전한 말을 중심으로 관련 보도를 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현장에선 장례위원회 상임집행위원장인 김소연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운영위원장, 김수억 비정규직이제그만 공동대표가 '비정규직 피눈물', '노동존중이 어디 있습니까'라는 글귀를 추모 리본에 써서 들고 있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분들을 향해선 말씀을 하지 않으셨나요?

-네, 잠깐 멈춰 해당 글귀를 보기는 했는데, 별다른 말씀 없이 자리를 떠났다고 합니다. 문 대통령은 유족들에게 "(고인이) 후배들에게 맡기고 훨훨 자유롭게 날아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요, 고인께서 노동 운동에도 매진하셨던 점을 고려하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듣고 그냥 지나친 것은 노동자들 처지에선 아쉬운 대목입니다. 물론 대통령의 바쁜 일정 때문일 수도 있고, 평소 항상 그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말이지요.

더불어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이전 사찰 의혹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정보 공개를 주장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불법사찰 의혹을 증폭시켜 선거 판세를 유리하게 조성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더팩트 DB
더불어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이전 사찰 의혹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정보 공개를 주장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불법사찰 의혹을 증폭시켜 선거 판세를 유리하게 조성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더팩트 DB

◆국정원 사찰 정보 공개 꺼리는 이유 "이혼하는 부부 많을까 봐"?

-MB 정부 시절 국정원 사찰 의혹을 두고 정치권 공방이 뜨겁습니다. MB 정권 당시 청와대 지시로 18대 국회의원 전원과 정관계, 재계, 문화예술계 등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사찰이 있었다는 건데요. 여당은 국정원 사찰에 대해 '천인공노', '민주주의 유린' 등의 표현으로 강하게 비난하면서 진상 규명을 위해 사찰 정보를 공개하라고 국정원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정원은 정보 공개에 미지근한 모습인데요

-그렇습니다. 일단 지난 16일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예상을 깨고 사찰 문건 목록을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정보 공개를 마냥 거부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은 173석의 압도적 의석수로 정보 공개 청구를 강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민주당은 '국가정보기관의 사찰성 정보 공개 촉구 및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 결의안'을 발의했습니다. 사찰 피해자에게 사찰성 정보를 공개하고 폐기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 관련 상임위인 정보위에서도 재적위원 3분의 2 찬성으로 특정 사안에 대해 국정원 보고를 요구할 수 있는데 정보위원 12명 중 민주당 소속 의원이 8명이라 역시 민주당 단독 의결로 정보 공개 요청이 가능합니다. 국정원 역시 "정보위에서 의결하면 자료 공개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즉, 여당은 국정원을 향해 사찰 정보를 공개하라며 연일 엄포를 놓고 있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럼 정보 공개는 왜 곧바로 이뤄지지 않는 건가요?

-사생활 침해 우려가 가장 큰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지난 16일 국정원 브리핑 후 기자들에게 "자료 공개를 하지 않는 이유가 뭔지 아느냐"며 "(국정원 측이) 사석에서 말한 건데 (공개하면) 이혼하는 부부가 많을 거라고 한다. '정보가 예민한 것들이 많구나'(생각했다) 그 말 만큼 딱 들어오는 게 없었다"고 조심스럽게 말해주었습니다. 정보위 국민의힘 간사인 하태경 의원도 국정원이 사찰 자료 문건조차 제출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 "한 개인에 대한 문서파일이 여러 개 있는데 목록만 봐도 그 내용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러니 민감한 개인정보가 될 수 있다. 개인이 동의하면 할 수 있겠지만 이걸 무단으로 공개하게 되면 대규모 명예훼손 소송으로 갈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민식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지난 16일 김대중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불법도청 내용을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하태경 의원. /남윤호 기자
박민식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지난 16일 김대중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불법도청 내용을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하태경 의원. /남윤호 기자

-그래서 국회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정보 공개를 청구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는 흐름인데요.

-네, 현재까지 김두관 민주당 의원, 진선미 의원, 배진교 정의당 의원,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 이정희 전 의원 등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안민석, 안규백 의원 등 민주당 중진들은 정보 공개를 청구할지 아직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영선 서울시장 예비후보도 정보 공개 청구 의사에 대해 "(사찰 대상에) 내가 대표적인 사람이었고, 국정원 직원이 거의 따라다녔다. 노골적으로"라며 "(청구 여부는) 나중에 말씀드리겠다"고 했습니다. 민주당 차원에서도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정보 공개를 요구해야 한다며 독려하는 분위기입니다.

-정보위에서만 공개하고 바로 폐기하면 개인정보 유출 문제도 최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일단 개개인에 대한 정보를 찾는 것 자체가 생각보다 쉽지 않은 듯합니다. 국정원 출신 김 의원은 브리핑하면서 국정원 자료보관시스템에 대해 취재진 대상으로 강연(?)을 해줬는데요. 예를 들어 '홍길동'이라는 인물에 대한 사찰 정보를 찾고 싶을 때 '홍길동'만 입력한다고 자료가 바로 다 나오는 게 아니라고 합니다. 국정원 자료는 불법이든 적법이든 세 가지로 보관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생산된 자료를 전담 관리하는 자료 전담관리단, 각 부처나 각 파트에서 생산해 국정원 데이터베이스에 보관하고 있는 적법 자료 등은 바로 파악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장 예민하고 은밀하게 불법적으로 생산한 자료는 서버가 분리된 소위 '멍텅구리 컴퓨터'로 작성하는데 이 자료를 생산한 부서에서 자료를 불법적, 비공식적으로 소유하고 있는지 없는지부터가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겁니다.

-김 의원은 그래서 국정원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정보를 찾는 과정에서 다수에게 부득이하게 개인의 사찰 정보가 노출되는 점도 문제입니다. 그래서 정보 찾는 인력을 최소화하면서도 어려운 불법 정보를 찾아야 하는 상황인 겁니다. 때문에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정보 공개를 청구해도 국정원 내부 진상조사위의 정보 수색·분류 실무 작업 시간은 꽤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야권은 여당의 'MB 국정원 사찰 의혹' 띄우기가 4·7 재보궐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박형준 국민의힘 예비후보를 겨냥했다고 주장하는데요.

-네, 각종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박 후보가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기 때문입니다. 야당은 또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의 사찰 여부도 공개하자고 맞불을 놓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사찰 피해자들이 국정원을 향해 불법사찰 문건을 공개하라고 소송을 낸 것이 지난해 11월 대법원 판결이 나면서 공론화된 것이라며 갑작스러운 정치공작이 아니라고 반박합니다. 또 어느 정권 상관없이 국정원의 불법사찰 의혹을 모두 밝히겠다는 입장입니다. 아무래도 민감한 시기인 만큼 여당 말대로 정말 선거를 겨냥한 게 아니라면 '국정원 불법사찰' 진상규명은 정치권이 선거 이후로 미루면 어떨까 싶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왼쪽)·우상호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가 17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TV에서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후보 TV토론을 마친 뒤 함께 손하트를 만들며 기념촬영하는 모습. 이날 두 후보는 주택 공급 공약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국회사진취재단
더불어민주당 박영선(왼쪽)·우상호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가 17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TV에서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후보 TV토론을 마친 뒤 함께 손하트를 만들며 기념촬영하는 모습. 이날 두 후보는 '주택 공급' 공약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국회사진취재단

◆우상호·박영선 '부동산' 격돌…"디테일이 부족해"

-우상호·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가 지난 15일과 17일 두 차례 TV 토론회에서 맞붙었습니다. 주거와 부동산 시장 안정화와 관련해선 서로의 공약을 놓고 정면으로 격돌했는데, 신경전이 치열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두 사람은 지난 15일 첫 TV 토론회에서 상대의 부동산 공약을 두고 날 선 검증을 벌었습니다. 우 후보는 박 후보가 야심 차게 내세운 '수직정원' 공약을 집중적으로 공격했습니다. 수직정원 공약은 대량의 나무가 들어선 수직 정원형 공간에 스마트팜과 1인 주거텔을 설치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중국 쓰촨성에 설치된 수직정원이 방치된 사례를 들며 "흉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박 후보는 우 후보의 핵심 공약인 '공공주택 16만호' 공약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습니다.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를 덮고 그 위에 신규 택지를 만들어 주택을 지어 공급하겠다는 공약인데요, 박 후보는 조망권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우 후보 공약대로면 질식할 것 같은 서울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질식' 표현 자체가 좀 세 보이죠?(웃음)

-두 후보 모두 부동산 공급 정책에 신경을 쓴 모양이네요. 아무래도 서울 집값이 워낙 비싸기에 서민들의 주택난이 큰 문제점이죠. 2차 TV 토론은 어땠죠?

-1차 토론회처럼 비슷한 양상이었습니다. 우 후보는 박 후보의 '수직정원도시' 문제를 집요하고 파고들었고, 박 후보는 우 후보의 주택 공급 공약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또 다른 모습도 연출하기도 했는데요, 야당을 협공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K방역의 성과에 대해선 뜻을 모았습니다.

민주당 박영선·우상호 서울시장 경선후보가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100분 토론에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토론을 하는 모습. 공약에 대한 구체성이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사진취재단
민주당 박영선·우상호 서울시장 경선후보가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100분 토론'에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토론을 하는 모습. 공약에 대한 구체성이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사진취재단

-우 후보가 "방역 문제는 전 세계에서 칭찬하는 일인데 야당 후보들은 어떻게 해서든 흠집 내려고 공격하고 있다"며 분위기를 띄우자, 박 후보도 "저도 야당이 모든 걸 쟁점화해서 마치 서울을 권력 쟁탈전하는 장소로 만들어가는 것, 이것은 서울의 미래를 위해서 굉장히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맞장구를 쳤습니다.

-'원팀' 정신을 잊지는 않은 모양이군요(웃음). 내부 다툼을 심하게 하면 당에 이로울 게 없다는 판단이 깔렸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도 서로에 대한 정책에 대해 검증하는 과정에서 비판은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두 사람을 두고 '우·박' 남매라고들 하지 않습니까? 앞으로 경선 레이스 과정에서 어느 정도 선을 지키며 경쟁할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입니다.

-취재진도 두 후보의 토론회를 지켜봤을 텐데, 반응은 좀 어떤가요?

-대체로 아쉽다는 반응이었습니다. 1차, 2차 토론회가 거의 판박이 수준이라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아무래도 두 토론회에서 부동산과 민생에 관련된 주제를 다뤄 반복되는 느낌을 받은 듯합니다. '디테일'도 부족했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각종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1호선과 여의도 도로의 지하화로 인한 교통난은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등 '각론'이 부실했다는 평이 나왔습니다. 물론, TV 토론회는 제한 시간 내에 발언해야 하기 때문에 설명에 제약이 있다는 점은 고려할 부분입니다.

-여당 후보들의 주택 공급 공약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어요.

-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그러더군요. 재원 마련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공약대로 부동산 공급을 한다더라도 서울시 전체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인지는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마냥 뜬구름 잡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좀 더 근본적인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놓는 것이 시민을 위한 길이라고 했습니다.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국민의당 안철수(왼쪽) 예비후보와 무소속 금태섭 예비후보가 18일 상암동 채널A 사옥에서 열린 단일화를 위한 토론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토론에 약하다는 일각의 지적을 받았던 안 후보의 이날 토론을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국회사진취재단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국민의당 안철수(왼쪽) 예비후보와 무소속 금태섭 예비후보가 18일 상암동 채널A 사옥에서 열린 단일화를 위한 토론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토론에 약하다는 일각의 지적을 받았던 안 후보의 이날 토론을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국회사진취재단

◆안철수·금태섭 첫 단일화 토론, 달라진 안철수?

-지난 18일엔 서울시장 보궐선거 제3지대 단일화를 위한 토론회가 있었죠? 안철수 국민의당 예비후보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있었다고요?

-네, 지난 대선 토론 때부터 '토론에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안 후보가 얼마나 다른 모습을 보여줄지 정치권의 기대가 상당히 몰렸습니다. 상대는 검사 출신인 금태섭 예비후보라 '더욱 비교되지 않을까'라는 의견도 있었고요.

-두 후보는 100분간의 토론에서 문재인 정부 4년 동안의 평가를 내놓고 정치, 경제, 코로나19 등 민생 현안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습니다. 이날 금 후보는 자신의 공약 사항을 알리는 것 이외에도 대선 후보였던 안 후보가 당초 불출마 입장을 번복한 것, 지난 2012년 대선 이후 달라진 점 등을 지적했는데요. 안 후보가 '구 정치인'인 점을 부각해 새인물론을 강조하려는 전략으로 읽혔습니다.

-또 안 후보의 손을 잡고 정치를 시작했던 금 후보는 대표적인 약점을 공세하기도 했는데요. 안 후보가 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는 점을 주장하며 몰아세웠습니다.

-안 후보는 이날 대체로 '순발력 있게 대응했다'라는 평가를 얻었습니다. 취재진 사이에선 "평소 긴장하면 말을 더듬거나 실수하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정말 열심히 대비했다고 하던데 달라지긴 한 것 같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다만 정치권의 판단은 조금 엇갈렸는데요. 대선 경쟁자인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안 대표를 향해 "안 후보가 서울시는 말 잘하는 해설사보다 일 잘하는 해결사가 필요하다는 말은 기막힌 레토릭(수사)이었다"며 "결단력도 돋보이고 압축된 언어 사용능력은 대단한 진전이었다"고 높게 평가했습니다. 반면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안 대표의 동공이 자주 흔들렸다"며 "귀에 걸리는 말도 없었고 속 시원한 표정도 없었고 시종 커버링을 올리고 뒷걸음치는 겁먹은 복서 같은 느낌이었다. 안철수는 역시 TV 토론을 못한다"고 혹평했는데요.

-상반된 두 인사의 평가엔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홍 의원에 대해선 경쟁자인 안 후보가 급을 낮춘 것에 대한 반색을 드러낸 거란 해석이 있었고요. 정 의원은 민주당 간판 공격수인 만큼 안 후보를 깎아내린 것 아니냐는 분석입니다. 국민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네요(웃음).

-토론회에서 금 후보가 안 후보에게 "같이 퀴어 퍼레이드에 가실 생각이 있느냐"고 묻기도 했는데요. 여기에 안 후보는 '보고 싶지 않을 권리'도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해 후폭풍이 일었습니다. 그러자 안 후보는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면서도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지난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퀴어 축제 장소는 도심 밖으로 옮기는 것이 적절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에 정의당은 논평을 내고 "성소수자를 동등한 시민으로 보지 않는 안 후보의 인권감수성이 개탄스럽다"며 "성소수자 시민에 대한 혐오와 분열을 조장하고, 서울시민들의 기본적 권리를 마치 선택인 것처럼 발언한 것에 대해 각성하고 상처 입은 성소수자들에게 사과하라"고 질타했습니다.

-특히 "대한민국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왜 도심에서 열려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절망적 발언"이라며 "퀴어문화축제가 축제의 고유 역할을 넘어 운동성을 지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문혜현 기자(이상 정치팀), 장우성 정치사회 에디터, 임영무 기자, 배정한 기자, 이새롬 기자, 남윤호 기자, 이선화 기자, 임세준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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