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체육계 폭력 근절"…與, 스포츠윤리센터 지원 강화
입력: 2021.02.19 05:00 / 수정: 2021.02.19 05:00
더불어민주당이 체육계 폭력 근절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8월 출범한 스포츠윤리센터의 기능과 예산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1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열린 모습. /남윤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체육계 폭력 근절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8월 출범한 스포츠윤리센터의 기능과 예산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1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열린 모습. /남윤호 기자

당 차원 특위·TF 구성해 점검할 듯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최근 프로배구 선수의 학교폭력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체육계 폭력 사태에 정치권이 제도개선 의지를 다지고 있다. 여당은 체육계 인권 전담 기구인 스포츠윤리센터의 기능과 예산 지원 강화 중심으로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은 재차 불거진 체육계 폭력 문제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연일 대책 마련을 주문한 관심 사안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문제가 근절될 수 있도록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한 데 이어 다음 날에도 "폭력이 근절되도록 관련 부처와 기관에서 각별하게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한목소리를 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성적 지상주의에 따른 각종 인권침해를 뿌리 뽑아야 한다"며 "엄정한 대응과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겠다"고 대책 마련을 예고했고, 김태년 원내대표도 지난 16일 스포츠계 폭력 근절을 '국가적 책무'로 규정하며 관계부처에 종합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당 차원에서는 태스크포스(TF)나 특위를 구성해 정부와 현안을 점검하고 대책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관련 당정 협의는 아직 잡고 있지 않다. 어떻게 할지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면서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 중심으로 특위를 만들어 대안을 마련하는 쪽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회 차원의 대안은 지난해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으로 출범한 스포츠윤리센터의 기능과 예산을 확대하는 방향이 될 전망이다. 국회 문체위 민주당 간사인 박정 의원은 통화에서 대책 방향을 묻자 "첫째는 스포츠윤리센터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일은 많은데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예산이 부족한 부분은 국회 차원에서 뒷받침해야 할 것 같다. 또 이런 부분을 장관이 자주 챙겨봐야 할 것 같다"며 "또, 대한체육회도 (해당 사안이) 스포츠윤리센터로 넘어갔다고 나 몰라라 할 게 아니라 체육회가 더 열심히 일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일들이라 현재 손쓸 방법은 없지만 미래에 또 안 일어나리란 보장이 없다. 그래서 철저하게 현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제도 개선만으로 되는 건 아니다. 현장에서 선수와 지도자들이 느껴야 한다. 성적 지향주의로 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지난 2019년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체육계 인권침해 및 비리를 조사하는 문체부 산하 스포츠 인권 전담 기관이다. 설립 이후 마련된 이른바 '최숙현 법'에 따라 출석 요구, 진술 청취, 자료 등의 제출 요구권과 직권 조사권, 수사기관 신고·고발권, 공무원 파견 요청권, 피해자 임시보호시설 설치 등 권한과 기능도 대폭 강화됐다. 다만 여전히 센터 내부에서조차 채용비리, 직원 간 갑질·폭언 등으로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19년 조재범 쇼트트랙 코치의 성범죄, 2020년 고(故)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에 이어 최근 배구 종목에서도 폭력 문제가 불거졌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폭력 사태에 대한 조사 강화와 거부 시 처벌 강화, 성적 지상주의 타파 등이 논의된다. 학교폭력 논란의 중심에 선 프로배구 이재영(왼쪽)과 이다영 선수. /남용희 기자
2019년 조재범 쇼트트랙 코치의 성범죄, 2020년 고(故)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에 이어 최근 배구 종목에서도 폭력 문제가 불거졌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폭력 사태에 대한 조사 강화와 거부 시 처벌 강화, 성적 지상주의 타파 등이 논의된다. 학교폭력 논란의 중심에 선 프로배구 이재영(왼쪽)과 이다영 선수. /남용희 기자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은 센터의 운영 기능과 예산 지원을 대폭 강화해 기관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키우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보인다. 황희 문체부 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 체육계 폭력 대책 방안으로 스포츠윤리센터 전문조사관, 상담원, 인권감시관 등 인력 보강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스포츠윤리센터 운영 예산은 올해(53억 원)보다 대폭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 스포츠윤리센터에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조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벌칙을 부과하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다. 현재 관련법에는 이를 어겼을 경우 벌칙 규정이 없다. 이와 관련,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7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해 문체부 장관이 비위 관련 정보를 요청했을 때 체육단체가 특별한 사유 없이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1000만 원 과태료를 처분하도록 하는 안을 발의했으나 반영되지 못했다. 박 의원은 스포츠윤리센터에 특별사법경찰관(이하 특사경·전문 분야 수사를 위해 행정공무원에게 수사권을 부여한 것)제도가 도입돼야한다고도 주장한 바 있다. 당시 심사보고서에서 문체위 전문위원도 "관계부처의 정보 제공요청에 몇몇 체육단체 등이 협조를 거부해 개정안이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점이 있다"며 "해당 개정안은 체육계 폭력, 성폭력을 근절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긍정 평가한 바 있다.

정부도 시행령 등 세부 규정을 손볼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는 올 상반기 내에 대한체육회 회원 종목 단체에 대표팀 선발 제외 규정 기준을 대폭 강화하도록 권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폭력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 국가대표팀에서 제외하는 기준을 기존 자격 정지 3년에서 1년으로 강화하는 방식이다.

체육계 폭력 근절을 위해 인권교육, 의식 개선, 인권감시관 운영 등 사전 예방 활동에 대한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지난해 11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 논의 당시 문체위 소속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스포츠윤리센터에서 전국에서 벌어지는 사항을 관리하는 데 상당히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스포츠인권 옴부즈맨을 제안하기도 했다. 시도별로 인권감시관을 배치해 자치단체에서 체육계 인권 실태를 사전 조사할 수 있게 하자는 제안이다.

체육계 일각에선 성적 지상주의에 따른 기존 엘리트 육성시스템을 전면 혁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위해 21대 국회에서는 지난해 8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해당 개정안에는 법 목적에 '국위선양'을 삭제하고 대신 '체육활동으로 연대감을 높이며 체육인의 인권 보호 및 공정한 스포츠 정신으로 국민 행복과 건강한 공동체의 실현'을 추가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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