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갈비탕 한 번씩 '구독경제'" vs 우상호 "엄마·누나, 강변 살자"
입력: 2021.02.18 00:00 / 수정: 2021.02.18 11:37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이 17일 두 번째 토론에서 격돌했다.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 시장후보지원자들의 국민면접 방송촬영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는 박영선·우상호(오른쪽) 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국회사진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이 17일 두 번째 토론에서 격돌했다.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 시장후보지원자들의 국민면접' 방송촬영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는 박영선·우상호(오른쪽) 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국회사진취재단

與 서울시장 후보 토론 2차전…훈훈 분위기 속 '부동산' 공약 격돌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4월 재보궐 선거가 49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선거에 출마한 우상호·박영선 예비후보는 17일 열린 2차 TV토론에서 서울 시민 최대 관심사인 부동산 정책을 두고 상대 후보 공약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 오갔다. 동시에 정부의 코로나19 K-방역에 대해선 한마음으로 지지를 보내고, 상대의 성과를 칭찬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이어갔다.

우상호·박영선 두 예비후보는 이날 오후 연합뉴스TV에서 주최하는 토론회에 참석해 약 70분가량 지난 1차 토론 때와 마찬가지로 각자의 부동산 공약 등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우 후보는 첫 번째 토론에 이어 이번 토론에서도 박 후보의 '수직정원' 구상에 대해 '흉물'이라며 저격했다. 그는 "수직정원 공약은 수정돼야 한다"며 "나무 5000 그루를 넣을 수 있다고 했는데 돌봄센터, 도서관, 주택, 스마트팜 이런 것들이 다 들어가지 않나. 전문가에 물어보니 이게 다 들어가려면 최소 40층~45층 구조가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너 분 전문가에 물어봤는데 서울 시내, 특히 강북에는 30~40층 정도의 대규모 수직정원을 넣을 수 있는 땅은 없고, 비슷한 모델인 쓰촨성에도 처음에 800가구가 입주했다가 열 가구 남았다고 한다. 하도 모기가 들끓어서 어렵다(고 한다). 또 나무가 5000 그루면 가을에 낙엽 떨어지는 것 치우느라 건물이 난리가 날 것이란 걱정을 한다. 이게 흉물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TV토론에서도 두 후보는 부동산 정책 부문에서 날카로운 공방을 이어갔다. 지난 9일 자신의 선거캠프에서 <서울 도시공간의 대전환 - 수직정원도시>라는 주제로 세번째 시민보고를 하고 있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국회사진취재단
두 번째 TV토론에서도 두 후보는 '부동산' 정책 부문에서 날카로운 공방을 이어갔다. 지난 9일 자신의 선거캠프에서 <서울 도시공간의 대전환 - 수직정원도시>라는 주제로 세번째 시민보고를 하고 있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수직정원은) 최근 소위 말하는 선진도시의 새로운 트랜드"라며 "이런 하나의 랜드마크를 형성해 서울이 생태계 환경문제를 우선시하는, 탄소배출을 줄이는 상징으로서의 수직정원 도시를 이야기하는 것이지 30층~40층 높이로 짓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우 후보가 "조경 전문가가 말해줬는데 나무와 나무 간격이 2m 나와야 한다. 그걸 계산해보니 (30~40층)"이라고 재차 저격하자 박 후보는 "누구한테 물어봤는지 모르겠지만, 수종을 무엇으로 택하느냐에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디테일을 토론하는 것은 성급한 질문"이라며 맞섰다.

팽팽한 신경전은 박 후보가 우 후보의 강변 고층아파트 공약 관련 조망권을 문제 삼으면서 이어졌다. 박 후보는 "강변도로에 짓는 아파트의 경우 한강 강변 조망권은 서울 시민 모두에 있는 것인데 고밀도로 높게 올라가게 되면 앞이 다 막혀서 특정한 사람에게만 조망권을 줄 수 있다. 강변 뒤쪽에 있는 낮은 주택 아파트에 많은 사람이 불만을 가질 수 있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우 후보는 "조망권을 해치지 않는 경우엔 아파트 층수를 올리고 그 외에 답답해 보인다 싶을 땐 6층 정도의 타운하우스 정도로 편안하게 만들어 명품 주택을 지으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왜 한강 조망권이 부자들만의 것이어야 할까. 서민들도 좀 강변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며 동요 제목인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를 외치기도 했다.

코로나19 극복 부문에서는 우 후보가 박 후보의 보건의료 공약인 '원스톱 헬스케어 시스템 구축'에 대해 "민영화로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자 박 후보가 "공공의료시스템에 데이터가 플랫폼화되는 것이라 의료민영화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라며 반박하기도 했다. 원스톱 헬스케어 시스템은 데이터 플랫폼 역할을 하는 '서울시 보건의료 데이터센터'를 설립해 센터 한 곳에서 환자가 종합 진료를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의료서비스 개념이다.

두 후보는 야당의 K방역 성과 흠집 내기에는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서로의 정책에 대해 분위기를 띄우는 모습도 보였다. 17일 자신의 여의도 선거캠프를 방문한 곽상언 변호사와 인사 후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는 우상호 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남윤호 기자
두 후보는 야당의 K방역 성과 흠집 내기에는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서로의 정책에 대해 분위기를 띄우는 모습도 보였다. 17일 자신의 여의도 선거캠프를 방문한 곽상언 변호사와 인사 후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는 우상호 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남윤호 기자

이번 토론에서는 지난 15일 열렸던 첫 TV토론회에서 상대방의 공약에 대해 "질식할 것 같다", "서울시 대혼란" 등 날 선 말들이 오갔던 때보다 긴장감은 다소 줄었다.

두 후보는 K-방역의 성과에 대해선 뜻을 모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우 후보가 "방역 문제는 전 세계에서 칭찬하는 일인데 야당 후보들은 어떻게 해서든 흠집 내려고 공격하고 있다"며 야당의 코로나19 백신 수급 쟁점화를 언급하자 박 후보도 "저도 야당이 모든 걸 쟁점화해서 마치 서울을 권력 쟁탈전하는 장소로 만들어가는 것, 이것은 서울의 미래를 위해서 굉장히 바람직하지 못하다. 서울시장 선거가 정쟁화되면 서울 미래 100년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동조했다.

또 우 후보가 공공 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서울시립대 공공의과대학 설립 추진을 역설하며 "항시적으로 대비하는 공공병원 시스템과 공공인력공급시스템을 같이 만들어야 한다"고 하자 박 후보는 "우 후보 공약과 제 공약을 합치면 만점짜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상대 후보를 칭찬하는 장면도 나왔다. 박 후보는 토론 내내 자신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시절 추진한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백신 특수 주사기가 이날 미국 FDA(미국식품의약국) 공식 승인을 받았다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백신 주사기를 들고 있는 본인의 사진을 가져와 여러 차례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 후보도 이 주사기 만든 중소기업을 칭찬해달라"고 하자 우 후보가 "(박 후보가) 주사기 이야기를 너무 자주 해서 그렇긴 하다"면서도 "백신 있어도 주사기 없으면 보급을 못하는데 정말 잘하신 일이다. 칭찬드리겠다"며 웃었다.

민생 부문 토론 과정에선 분위기가 한층 무르익었다. 박 후보가 자신의 소상공인 공약인 '구독경제'를 설명하며 "소상공인이 코로나 같은 대재앙이 와도 매출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구독경제를 활성화하고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게 주요 공약이다. 21분 거리 안에 있는 소상공인과 협약을 맺어 (어머니를 위해) 일주일에 한 번 갈비탕을 받아보겠다고 하면 소상공인은 일정한 매출이 유지되기 때문에 코로나 걱정을 안 해도 되고 소비자들은 싼값에 물건을 구입하게 되는 일거양득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우 후보는 "오늘은 갈비탕을 시켜 먹지만 내일은 설렁탕, 곱창볶음도 먹고 싶다. 한 달 내내 갈비탕을 시키는 구독경제가 가능하겠나"라며 "그래도 어머니한테 일주일에 한 번씩 갈비탕을 강요하는 건 좀 심한 것 아닌가. 좋아하는 것 드시게 해야 한다"라고 반응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두 후보는 오는 25일 KBS에서도 TV 토론을 할 예정이다. 다음 달 1일에는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최종 확정된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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