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취임 초·중반 핵심 측근으로 활동했던 인사들 중에는 불미스러운 사건·사고로 권력의 중심에서 멀어진 인사들이 적지 않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덕인·남윤호·배정한 기자 |
대통령이 가진 수많은 권한 중 핵심은 '인사권'이다. 청와대, 정부, 공공기관 고위직 인사권을 한 손에 틀어쥔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자리만 7000개에 달한다. 집권 5년 차 임기의 끝을 향해 가는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할 시기는 이제 1년 남짓 남았다. 지난 4년 문 대통령의 인사를 살펴보면 남은 임기에 이뤄질 인사도 미리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측근 중 어떤 이는 문제(?)를 일으켜도 자리를 옮겨가며 요직에 계속 기용됐고, 어떤 이는 잠시 멀어졌다가 핵심 보직을 맡아 돌아왔다. 반면 권력의 핵심에서 완전히 멀어진 이도 있다. 희비가 엇갈린 문 대통령의 사람들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신뢰의 한계?…文에서 멀어진 '조국·추미애·김현미·노영민'
[더팩트ㅣ청와대=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 집권 초부터 권력의 핵심부에서 함께했던 측근 중에는 자리를 바꿔가면서 요직에 기용된 인사들도 있지만, 자의 반 타의 반 권력에서 멀어진 이들도 적지 않다. 한 번 믿고 기용하면 웬만해선 사람을 바꾸지 않는 문 대통령 인사 스타일을 지킬 수 없을 정도로 각종 사건·사고에 휘말린 사례가 여러 차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들 중 일부는 화려한 영광을 뒤로하고 여러 의혹으로 재판을 받거나, 다음 정치 행보를 기약하기 어려울 정도로 타격을 받기도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한 때 '문 대통령의 남자'라는 별칭이 붙었을 정도로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됐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초대 민정수석을 맡아 검찰 개혁 밑그림을 그렸고, 인사검증 부실 의혹으로 수차례 논란을 야기했지만, 문재인 정부 2대 법무부 장관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은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으로 35일 만에 장관직을 내려놓았다. 조 정 장관의 아내 정경심 씨는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 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그의 5촌 조카 조범동 씨도 사모펀드 관련 의혹으로 1심에서 징역 4년 형을 선고받았으며, 본인도 공직자윤리법·사문서위조·증거위조교사 혐의 등 11개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중반 개혁의 아이콘으로 주목받았지만, 일가가 연루된 이른바 '조국 사태'로 나라를 둘로 쪼개는 극한 갈등을 야기한 뒤 문 대통령 주변을 떠난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과 검찰 개혁 조정법안 통과에 이르기까지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서, 그리고 또 법무부 장관으로서 했던 기여는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라며 "조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고초, 그것만으로도 저는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조 전 장관 후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추미애 전 장관도 끝이 좋지 않았다. 여당 대표를 지낸 5선 국회의원으로서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막강한 전투력을 가진 추 전 장관은 1년가량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공수처 출범의 기틀을 닦는 등 검찰 개혁의 틀을 완성했다.
이 과정에서 추 전 장관은 정권과 관련한 비리 의혹 수사를 하던 검사들에 대한 보복성 좌천 인사, 국회에서의 야당 무시·비하, 서울동부구치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 등으로 논란을 자초했다. 특히 윤석열 검찰총장과 1년 내내 갈등을 이어가면서 정권에 부담을 줬고, 윤 총장 직무정지 및 징계를 밀어붙인 것을 법원이 제동을 걸면서 사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윤 총장 징계안을 재가하면서 추 전 장관에 힘을 실어줬던 문 대통령은 윤 총장 직무복귀를 결정한 법원의 판단 이후 대변인을 통해 "결과적으로 국민들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자진 사의 형식으로 직을 내려놓기는 했지만, 무리한 '윤석열 찍어내기'가 실패하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퇴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서울고검 감찰부는 지난 8일 추 전 장관이 윤 총장 징계 주요 사유로 제시했던 판사 불법 사찰 의혹을 '무혐의' 처분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추 전 장관을 떠나보내면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윤 총장 징계안을 재가하면서 "추 장관의 추진력과 결단이 아니었다면 공수처와 수사권 개혁을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시대가 부여한 임무를 충실히 완수해준 것에 대해 특별히 감사하다"고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
대한민국 최초 여성 국토교통부 장관, 역대 최장수 국토부 장관으로 기록될 정도로 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웠던 김현미 전 장관도 아픈 손가락이다.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말한 문 대통령의 말을 실천하기 위해 김 전 장관은 24차례 부동산 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아파트값은 폭등했다.
김 전 장관은 그 책임론을 두고 '박근혜 정부 규제 완화 탓'을 하거나, '집값 11% 상승' 등 통계 왜곡 논란도 일으켰다. 또한 "30대 영끌 안타깝다", "동네(고양시) 물 많이 나빠졌네",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 등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결국 김 전 장관은 3년 반 재임 끝에 지난해 12월 LH 사장 출신 변창흠 장관에게 직을 넘기고 퇴임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주중 대사, 두 번째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난 노영민 전 비서실장도 문 대통령 임기 말까지 주변에서 함께 하지 못하고 다소 불미스러운 일로 청와대를 떠났다.
노 전 실장은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한 정부 방침에 따라 다주택 보유 청와대 참모들에게 집 한 채만 남기고 팔 것을 권고했으나, 정작 본인이 다주택인 것으로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논란이 일자 2주택 중 1채를 먼저 처분했는데, 집값이 싼 청주 아파트를 처분하고 재건축을 노릴 수 있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를 남겨둬 추가 논란이 일었다.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청와대는 반포 아파트를 판다고 했다고 잠시 뒤 청주 아파트를 판다고 수정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노 전 실장은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선 광복절 집회에 참석한 보수단체 인사들을 겨냥해 "살인자"라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고, 야당 의원들과 고성이 오간 설전을 자주 벌여 태도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임기 말까지 운명을 함께할 것처럼 보였던 핵심 친문 다수가 불미스러운 일로 대통령 주변을 떠나게 된 것이다.
이외에도 문재인 정부 초대 환경부 장관이었던 김은경 전 장관은 지난 9일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 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또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관여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으며, 청와대 출신 인사들 중에서 일부는 각종 의혹에 휘말려 검찰 수사를 받거나 재판을 받고 있다.
이는 전문성, 능력보다 의리를 중요시하는 문 대통령 인사 스타일이 자초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인사를 살펴보면 폭넓은 인재풀, 전문가들 중에서 선택하는 게 아니라 알고, 겪고, 함께 해온 사람들 중에서 사람을 쓰는 경향이 있다"라며 "인사청문회에서 각종 의혹으로 야당이 반대하는 장관급 인사 28명을 임명 강행했는데, 법과 도덕보다 '의리'를 중요시하면서 청문회에서 고생한 사람이 일을 더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상 (인사) 검증이 작동하지 않고 있는데, 그렇게 임명한 이들로 인해 정책 성과가 잘 나오지 않거나 크게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을 묻는 경우를 보기 어려운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일각에서 문 대통령이 리더로서 중심을 잡고 사람들을 뽑아서 쓰는 게 아니라 소위 586 운동권 세력 위에 얹혀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특유의 인사 스타일에서 나오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올 초 '포용'과 '통합'을 말하면서 586에서 벗어나서 폭넓은 사람들을 등용하는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남은 임기 인사도 바뀔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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