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박원순 계승' 파문…피해자 "가슴 짓누르는 폭력"
입력: 2021.02.11 15:46 / 수정: 2021.02.11 15:46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우상호 의원이 고 박원순 전 시장 배우자에 보낸 편지글이 2차 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월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8번째 정책 공약 아동·돌봄 정책을 발표한 뒤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는 우 의원. /남윤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우상호 의원이 고 박원순 전 시장 배우자에 보낸 편지글이 '2차 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월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8번째 정책 공약 '아동·돌봄 정책'을 발표한 뒤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는 우 의원. /남윤호 기자

野 "2차 가해…사퇴하라"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우상호 의원이 고 박원순 전 시장 배우자가 쓴 손편지에 공개적으로 동조하며 그의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말해 파문이 일고 있다.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가 직접 입장문을 내고 우 의원을 비판했다. 야당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며 우 의원의 후보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11일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 지원 단체에 따르면 피해자 A 씨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우 의원이 박 전 시장 유족을 위로한 데 대해 "유족에 대한 의원님의 공감이 피해자인 저와 제 가족에게는 가슴을 짓누르는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또 A 씨는 우 의원이 박 전 시장 정책을 계승한다고 밝힌 데 대해선 "공무원이 시장의 속옷을 정리하게 하고, 시장 가족들이 먹을 명절 음식을 사는 일들도 정책으로 계승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우 의원님이 시장으로 출마하려는 서울시의 소속 공무원이자 국가인권위, 검찰, 법원이 인정한 박원순사건 성추행 피해자인 제가 하루하루를 견뎌내며 겨우 살아내고 있다"며 "우 의원님의 글 덕분에 피해자인 저와 제 가족들은 다시금 가슴을 뜯으며 명절을 맞이하게 됐다. 의원님께서 이를 악물고 계시다니 일터로 영영 돌아오지 말라는 말로 들려 막막하기만 하다"고 했다.

우 의원은 전날 SNS에 올린 글에서 박 전 시장이 자신의 롤모델이자 민주주의와 인권을 논하던 동지였다며 "박원순 시장의 정책을 계승하고 그의 꿈을 발전시키는 일, 제가 앞장서겠다. 박원순이 우상호고, 우상호가 박원순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서울시 정책을 펼쳐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박 전 시장 배우자 강난희 씨가 손편지로 "아직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저와 우리 가족은 박원순의 도덕성을 믿고 회복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박 전 시장의 성추행 무고를 주장한 데 대해 동조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었다. 국가인권위에서 박 전 시장 성추행을 '인정한다'는 발표 후 공식 사과한 당 입장과도 배치된다.

SNS에도 우 의원의 언행이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후보로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SNS에도 우 의원의 언행이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후보로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야당에서 반발이 이어졌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내고 "박 전 시장의 잘못으로 치러지는 선거에 나오려면 예비후보로서 피해자와 천만 서울시민에 대한 사과가 우선"이라며 "우 예비후보의 태도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이자, 가뜩이나 불편한 서울시민 마음에 불을 지른 것"이라고 했다. 이어 "피해자와 서울시민 가슴에 대못 박은 우상호 예비후보는 자격이 없다. 즉각 사퇴하라"고 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한 나경원 전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적어도 이번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나선 후보라면, '박원순 찬양'을 입에 올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 자체가 2차 가해"라고 꼬집었다. 조은희 서울시장 예비후보도 "박원순 찬양으로 2차 가해 선두에 선 우 후보는 즉각 사퇴해야"한다고 비판했다.

SNS에서도 격앙된 반응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우 후보가 올린 페이스북 글에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700여 개 넘는 댓글이 달렸다. 일부 지지 댓글도 보이지만, 이들 중 다수는 우 의원의 언행을 지적하는 글들이다. 한 누리꾼은 "왜 재보궐하는지 아시는지 아시는 분이 이런 글을 쓰시다니 유감이다. 정신 차리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존경하지만 실망이다. 아무리 일을 잘했어도 넘지 말거나 하지 말아야 일들이 있다"고 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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