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색무취'라고?…선명성 드러내는 이낙연의 변화
입력: 2021.02.09 05:00 / 수정: 2021.02.09 05:00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여러 현안에 대해 뚜렷한 소신을 밝히고 의제 선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남윤호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여러 현안에 대해 뚜렷한 소신을 밝히고 의제 선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남윤호 기자

명확한 의사·의제 선점 적극적…이재명 견제도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여러 현안에 대해 뚜렷한 소신을 밝히며 선명성을 강화하고 있다. 과거 각종 현안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것과 달리 최근 의제를 선점하려는 등 달라진 모습이다. 여당의 강력한 대권주자로 꼽혔던 그가 지지율 침체로 입지가 흔들리는 상황을 돌파하려는 변화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보편적 복지제도인 '기본소득' 도입 문제를 놓고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각을 세우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기본소득제와 관련해 "알래스카 빼고는 하는 곳이 없다. 기존 복지제도의 대체재가 될 수는 없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 지사는 전 국민에게 최소 생활비를 지급하는 기본소득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 화두였던 지난해 6월과 뉘앙스가 달라졌다. 당시 이 대표는 "기본소득제의 취지를 이해한다. 그에 관한 찬반의 논의도 환영한다"면서 제도의 개념과 재원 마련 및 지속가능한 실천 방안 등을 점검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찬성도 반성도 아닌 원론적인 입장이었지만, 공론화의 필요성을 거론했던 것과 대비하면 이번 기조는 상당히 다르게 느껴진다.

이 대표는 '국민생활기준 2030' 복지제도를 구상하고 있다. 최저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최저기준'과 중산층에 걸맞은 삶의 기준인 '적정기준을 두 축으로 제시했다. 보편과 선별적 지원을 모두 담은 개념이다. 보편적 복지보다는 선별복지를 확대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지사와 복지정책 기조와 다른 부분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기본소득제를 두고 이재명(사진) 경기도지사와 신경전을 벌였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기본소득제와 관련해 알래스카 빼고는 하는 곳이 없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남윤호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기본소득제'를 두고 이재명(사진) 경기도지사와 신경전을 벌였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기본소득제와 관련해 "알래스카 빼고는 하는 곳이 없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남윤호 기자

의제 선점에도 적극적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11일 코로나19로 이익을 본 계층과 업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코로나 이익공유제'를 제안했다. 호황을 누린 기업들이 피해가 큰 업종을 지원해주고, 대신 세제 혜택 등을 줌으로써 양극화를 줄이자는 취지다.

문제는 반발이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발적 선의'를 전제한 것이었지만, '기업 옥죄기'라는 정치권 안팎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자당 의원도 있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이익공유제 추진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또한 이 대표는 지난 2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4차 재난지원금 논의를 공식화했다. 애초 피해계층을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며 선별지급에 무게를 뒀던 것에서 선별·보편 동시 지원 방침을 밝혔다. 재정건전성을 우려한 정부와 대립 상황에도 3월 지급을 목표로 속도를 내겠다며 분명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대표가 달라진 태도는 이 지사를 추격해야 하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재임하면서 '사이다' 발언을 통해 대선 주자 선호도 1위에 올랐으나, 각종 현안과 관련해 모호한 태도를 취해왔다. 때문에 지지층으로부터 '무색무취'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슈 선점 효과에서 이 지사에게 밀리는 모습이 연출되면서 이낙연 대세론은 많이 약해진 상태다.

결국 이 대표의 변화는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임기 전까지 당 대표로서의 리더십 면모를 보이는 동시에 민생 정책을 끝까지 책임지고 완수함으로써 지지율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승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권 도전을 겨냥한 여권 잠룡들의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이 대표의 선명성은 더욱 짙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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