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해저터널 공약은 친일 정책?…논란 집중 해부
입력: 2021.02.06 00:00 / 수정: 2021.02.08 08:13
국민의힘이 4월 부산 보궐선거 공약으로 발표한 한일 해저터널 사업을 두고 정치권 논쟁이 뜨겁다. 지난 1일 국민의힘 현장 최고위원회 /국민의힘 제공
국민의힘이 4월 부산 보궐선거 공약으로 발표한 '한일 해저터널 사업'을 두고 정치권 논쟁이 뜨겁다. 지난 1일 국민의힘 현장 최고위원회 /국민의힘 제공

전문가 "경제성은 예측 불가"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국민의힘의 부산 보궐선거 '한일 해저터널' 공약을 두고 정치권 논란이 뜨겁다. 여당은 한일 해저터널 사업이 실현될 경우 일본 이익이 더 크다며 '친일' 공약이라고 공세를 퍼붓고 있다. 또 경제성까지 떨어진다며 공약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우리 국가 경쟁력이 예전과 달라졌다며 정치 논리가 아닌 '경제 논리'로 들여다봐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더팩트는 >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일 공약으로 발표한 '한일 해저터널 사업' 관련, 여야 간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한국보다 일본에 더 유리한 정책인지 여부 △ 경제성 및 실효성에 대해 연구기관 보고서, 일본 의회 의사록 시스템 등을 통해 짚어봤다.

√FACT체크1=한일 해저터널 사업은 친일 정책? 과거 '유라시아 대륙 진출' 차원에서 구상...한국 국익이 더 많을지는 '글쎄'

한일해저터널은 국익뿐만 아니라 부산의 이익에는 더더욱 배치된다. 터널이 건설되면 부산은 그냥 지나치는 도시, '패싱 도시'(passing city)가 될 것이다. 일본이 유라시아 대륙으로 나아갈 때 밟고 지나가는 도시가 될 것이다. (4일 김영춘 민주당 부산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 페이스북)

"해저터널을 통해 우리가 얻는 수익은 일본으로 차가 간다는 것밖에 없지만, 일본은 우리나라와 북한을 거쳐 중국, 러시아, 유럽까지 갈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한국보다는 일본을 위한 정책." (2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

"과거 우리가 일본에 비해 경제력이 취약할 때 (해저터널로 인해) 일본에 잠식당하는 게 아니냐는 그런 소리를 했지만 우리 경제력이 일본에 대항할 충분한 여력이 있다."(3일 김종인 위원장)

한일 해저터널 사업은 한반도와 일본열도 사이에 있는 폭 약 200km 해협을 이키, 쓰시마, 거제도 등 섬을 경유하는 해저터널로 연결하자는 계획이다. 터널 내부에 고속철도 등 교통시스템은 물론 에너지와 각종 자원도 수송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한일 해저터널' 추진과 관련해 여당은 연일 '친일 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부산시가 단순 경유지로 전락해 동아시아 물류 주도권이 일본으로 넘어가면서 '남 좋은 일만 된다'는 지적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일본의 대륙 진출 기지화'에 대한 우려는 과거의 일이며 우리 경제 위상이 높아진 만큼 한일 해저터널 사업이 충분히 한국에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과연 일본 정부는 한일 해저터널 사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한일 해저 터널 건설은 일제강점기 시점부터 논의됐다. 1931년 만주사변 이후 일본 정부는 일본 본토에서 만주로의 수송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 '탄환열차 계획'을 수립한다. 이 안에 장기적으로 해저 터널을 건설하자는 계획이 포함됐었다. 다만 당시만 하더라도 기술적 제약에 따라 그야말로 구상에 불과했다.

그러다 일본에선 1980년대에 한일해저터널 건설에 대한 관심이 재부상한다. 대기업 건설회사 오바야시구미(大林組)가 1980년 "유라시아・드라이브웨이 구상"으로서 한일해저터널 구상을 발표하고, 1981년 문선명 통일교 총재가 국제과학자통일회의(ICUS)에서 국제고속도로를 제안했다. 1986년에는 일본 사가 현 가라츠에 기술자와 지질학자 중심으로 '일한터널연구회'도 설립됐다. 일한터널연구회는 현재도 운영되고 있다.

일본 정치권에서도 지속해서 관심을 보여왔다. 일본 의회 의사록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세 차례에 걸쳐 '한일 터널'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우선 1988년 3월 28일 열린 참의원 운수위원회에서 노자와 다이조(野沢太三) 의원이 '한일 해저터널'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일본 국유철도(현JR)시설국장을 지내고 법무대신도 역임한 인물이다. 다이조 의원은 영국과 프랑스 양국이 해저터널 결정을 내렸다며 "일본과 한국을 잇는 한일 터널조사도 지금 내적으로 진행되고 있어서, 이에 대해서도 전망이 밝다"고 했다.

다음 기록은 1990년 4월 19일 열린 물가가격특위에서다. 스가노 에츠코 (菅野悦子) 일본공산당 의원도 "아시아대 고속도로 구상이 있는데 일본과 한국, 중국을 연결하는 해저터널이라고 한다"며 "이렇게 되면 상당히 규모가 크지만, 각국을 연결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본정부는 한국과 중국 정부간 합의를 할 수 있다면 얻어야 하는 성격(의 사업)"이라고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다만 그가 향후 건설 전망을 묻자 당시 정부 관계자는 "이 구상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방일해 '한일 해저터널' 구상을 밝힌 이후인 1990년 6월 20일 건설위원회에서도 관련 언급이 나온다. 도이 류이치(土肥隆一) 민주당 의원은 "이 한일 터널 구상이라는 것이 사가 현 혹은 나가사키 현에서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건설성(국토교통부)은 그것을 모르고 있다"며 "노태우 대통령께서 대단히 격조 높은 연설을 하셨고, 저희도 박수를 쳤지만, 그의 마지막 메시지를 듣고 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역시 한일터널 구상이 있구나'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류이치 의원은 지난 2011년 2월 기독의원연맹 일본 측 대표 자격으로 방한해 '독도는 한국땅'이라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에 서명한 친한파다.

우리 정치권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1990년 5월 방일해 국회연설에서 한일 해저터널의 필요성을 처음 언급했다. 그는 연설에서 "오는 세기에는 도쿄를 출발한 일본 청년이 해저터널을 통과해 서울의 친구들과 함께 베이징과 모스크바에, 파리와 런던에 대륙을 맺고 세계를 하나로 이어주는 우정여행을 즐기는 시대를 함께 창조합시다"라고 했다. 직후 가이후 도시키(海部俊樹) 총리가 한국을 방문해 한일해저터널 실현을 위한 협력을 약속하기도 했다.

여당은 한일 해저터널 사업이 국익 면에서도 일본에 더 유리한 친일 정책이며 경제성도 낮다고 주장한다. 반면 야당은 경제성은 충분하다고 정치 논리에 갇혀선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지난달 21일 오후 부산 강서구 대항전망대에서 가덕도신공항 예정지를 둘러보고 있는 이낙연 대표와 김영춘, 박인영 보선 예비후보자, 변성완 권한대행. / 부산=조탁만 기자.
여당은 한일 해저터널 사업이 국익 면에서도 일본에 더 유리한 친일 정책이며 경제성도 낮다고 주장한다. 반면 야당은 경제성은 충분하다고 '정치 논리'에 갇혀선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지난달 21일 오후 부산 강서구 대항전망대에서 가덕도신공항 예정지를 둘러보고 있는 이낙연 대표와 김영춘, 박인영 보선 예비후보자, 변성완 권한대행. / 부산=조탁만 기자.

이어 2000년 10월, 일본을 방문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한일해저터널 건설을 제안했고, 이에 서울에서 개최된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모리요시로 전 총리가 일본과 한국을 잇는 터널을 만들어 'ASEM 철도'로 이름 짓자는 식으로 화답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3년 2월 취임식에 참석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총리를 만나 한일해저터널 건설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후 시간이 흘러 2009년 2월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후쿠다 전 총리의 합의에 따라 한일 학자들로 구성된 '한일 신시대 공동연구 프로젝트'가 발족했다. 이 결과 2010년 제출된 최종보고서 '한일 신시대를 위한 제언'에 따르면 양국은 한일 해저터널 건설에 대해 긍정적으로 결론 내렸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기타큐슈 지역과 부산·마산 지역을 연결하는 한일 해저터널 건설은 한일 간 인적 흐름과 물류 확대에 공헌할 뿐만 아니라 섬나라인 일본과 아시아대륙 전체를 연결하는 프로젝트"라며 "한일 대중교류 현상이나 한·중·일 3국 교류 전망에서도 이 계획이 갖는 경제 외적인 상호 교류 효과를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또 한일 해저터널을 통해 "한·중·일 3국의 동북아철도망이 연결되고, 철도를 경유해 유럽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양국 지도자는 국민의 충분한 동의를 얻는 방법으로 터널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이를 통해 볼 때 양국 정치권은 '한일 해저터널' 구상에 대해 서로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하에 관심을 보여온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현재 일본 집권당과 정부 차원에서 구체적인 추진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도 이명박 정부에서 2011년 한일 해저터널에 대해 "경제성 없다"고 결론 내리면서 해당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전문가도 일본 정부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니라면 우리가 먼저 나설 필요는 없다고 평가했다. 김율성 한국해양대 물류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우리 입장에선 (향후) 아시안 하이웨이 6번 도로와 남북철도 등을 추진하면 (동아시아 물류망의) 기준점이 될 수 있는데 굳이 우리가 우리 돈 들여가며 해저터널을 뚫어서 일본을 기준점으로 만들어줄 필요가 있을까 싶다"며 "일본에서 대륙 연결을 위해 투자하고 지분을 나누자고 제안하는 게 아니라면 우리가 먼저 나서서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했다.

전문가는 한일 해저터널 사업의 경제성 평가도 엇갈린다. 현재로선 파악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한일터널연구회
전문가는 한일 해저터널 사업의 경제성 평가도 엇갈린다. 현재로선 파악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한일터널연구회

√FACT체크2= '친일' '반일' 떠나 한일 해저터널 경제 효과 좋다?..."예측 쉽지 않아"

"일본에 비해 월등히 적은 재정 부담으로 54조5000억 원의 효과, 45만 명에 달하는 고용유발 효과 등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 (1일, 김종인 비대위원장)

"사업을 위해 (경제성이) 1은 넘어야 된다. (한일 해저터널 사업은) 절반이 안 되는 것으로, 경제 측면에서 타당성이 없다." (3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반일 대 극일' 논쟁을 떠나 한일 해저터널 사업 자체가 경제성이 있는지를 두고도 이견이 엇갈린다. 전문가들은 해당 사업 공사기간이 최장 20년 소요되고, 공사비 역시 50조 원~100조 원으로 천문학적 비용이 투입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여당과 정부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이미 한일 해저터널 사업은 경제성이 없이 사실상 폐기된 사업이라고 말한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경제파급효과가 상당하다고 반격하고 있다.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예비후보인 이언주 전 의원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가덕도 신공항의 이용수요를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 800만과 규슈지역 500만을 합한 1300만 명으로 확대하면 화물 수요까지 더해져 명실공히 세계적인 공항으로 성장할 수 있고 수십만 개의 일자리와 수백조 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정치논리가 아닌 '경제논리'로 접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일 해저터널을 통해 우리 경제영토를 확장하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또 가덕도 신공항과 연계된 한일 해저터널을 통한 경제효과가 대전, 경북 내륙, 전남 등지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성훈 부산시장 국민의힘 예비후보도 "경제성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과거의 결론만 갖고 지금 경제성이 없다고 단언하긴 어렵다"며 "어떻게 추진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터널 구간이나 노선, 적용하는 공법, 양국 사업비 분담에 따라 경제성도 천차만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 평가도 엇갈린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 2009년 발간한 보고서에서 최치국 부산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일 해저터널의 경제성을 분석한 결과, 일본 측은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제시한 반면 (2003년)한국교통연구원 연구결과는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대안으로 일본 영토 구간은 일본 국가기반시설로 건설하고, 양국 공동건설 구간은 부산과 쓰시마를 연결하는 68.5km 구간(49.5km)을 대상으로 건설하는 안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총 공사비는 약 29조 원으로 양국이 공동으로 분담할 경우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결국 한일 터널사업의 경제성 여부는 양국 사업비 분담 논의라는 복잡한 문제와도 연계돼 있는 셈이다.

김율성 교수는 미래의 사업 경제성을 현 상황에서 예측하기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경제성이라는 게 미래를 두고 예측하는 부분들이라 지금 상황에서 경제성이 있다, 없다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모순된 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터널이나 도로, 철도 등 인프라가 만들어지면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부분이 있다. 경제력이 높은 도시가 낮은 도시에 많은 부분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현상'이 발생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경제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측은 우리나라가 일본 큐슈권보다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대등할 만한 부분이 만들어졌다고 보는 것"이라며 "해저터널을 뚫었을 때 우리나라와 일본이 비행기 대신 육로로 교류할 수 있는 여객이나 화물이 얼마나 있을까를 고민해봐야 한다. 또 일각에선 50조 원, 100조 원 (비용이) 든다고 말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단기적으로는 해저터널이 경제성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과다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봤을 때도 인프라 사업이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낫다'라는 측면이 있지만 (그 역시 경제성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 상황에서) 누가 맞다, 틀렸다고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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