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한 몸은 옛말?…4차 지원금 놓고 민주당 vs 홍남기 '충돌'
  • 신진환 기자
  • 입력: 2021.02.05 00:00 / 수정: 2021.02.05 00:00
4차 재난지원금 전국민 보편·선별 지급 방식을 둘러싸고 당정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같은 방식의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하겠다고 공식화했다.
4차 재난지원금 전국민 보편·선별 지급 방식을 둘러싸고 당정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같은 방식의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하겠다고 공식화했다.

홍남기 사퇴론과 민주당의 '제살 깎아먹기'[더팩트ㅣ신진환 기자] 4차 재난지원금의 보편·선별 지원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피해계층 맞춤형과 전 국민 지급을 동시에 추진하자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제안에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공개적으로 반대하면서다.

민주당의 '보편·선별 지원' 방식의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침은 확고하다.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4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당은 정부와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이른 시일 내에 추경을 편성할 예정"이라며 "그 추경에는 보편적, 전 국민적 지급과 함께 선별적 지급을 두텁게 반영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홍 의장은 정부의 국가 재정 건전성 우려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국가채무비율은 전년도보다 3%P 증가한 44%를 기록한 것을 언급한 뒤 한국의 재정상황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이고, 다른 국가보다 국가 재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수십조 원의 재원 필요성에 난색을 보인 정부를 겨냥한 것이다.

정부가 난색을 보이자 민주당은 연일 '홍남기 사퇴' 목소리가 나온다. 당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는 이날 홍 부총리를 향해 "당대표의 국회 연설이 끝나기 무섭게 재정당국이 소극적이고 회의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며 "강력하게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당내 한 중진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코로나로 어려운 재정 건전성을 우선순위에 둘 수밖에 없는 기재부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 하는 것은 아니나, 지금 당장은 절박한 상황에 내몰린 피해계층과 취약계층을 국가가 도와드리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적극적으로 재정 역할을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관료 출신 정일영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에서는 버팀목자금 대출, 기존 대출 만기 연장 등을 통해 계속 지원하겠다고 한다"며 "발표 내용은 좋은데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지 부총리가 나서서 한 번 제대로 확인을 해 보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선별+보편 방식을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힌 이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대했다. /남윤호 기자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선별+보편' 방식을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힌 이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대했다. /남윤호 기자

염태영 최고위원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홍 부총리가 내부적으로 신중하게 논의할 수 있음에도 SNS를 통해 감정이 묻어날 정도로 여당 대표의 의견을 반박한 건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설훈 의원도 페이스북에 "서민의 피눈물을 외면하는 곳간 지기는 곳간 지기로서 자격이 없다"고 홍 부총리를 질타했다.

홍 부총리의 경질론이 당내 곳곳에서 제기되는 현상은 당정 간 갈등의 골이 깊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홍 부총리의 반대는 여당에 국한된 것도 아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4차 재난지원금 필요성을 언급했고, 이후 이 대표가 대표연설을 통해 공식화했다. 민주당으로서는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다.

문제는 재정 여건에 빨간불을 우려하는 기재부와 신속히 추진해 민생을 살려야 한다는 민주당의 첨예한 이견이 접점을 찾을 수 있냐는 것이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선별+보편' 양방향으로 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20조 원대 추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홍 부총리가 민주당의 뜻을 따를지 미지수다. 게다가 4·7 보궐선거까지 맞물려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정부·여당은 한 몸이라는 점에서 이번 당정 간 파열음은 임기 말 권력누수 우려를 키운다. 하지만 '경제사령탑' 홍 부총리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임은 두텁다. 지난해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요건에 대한 혼선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했지만, 문 대통령이 반려했을 정도다.

민주당으로서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홍 부총리와 계속 각을 세운다면 결국 당정청 모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권 말 국정 동력 악화와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걸려 있는 만큼 지속해서 사퇴론을 부각하는 것은 '제살 깎아먹기'와 다름없다는 비판이 민주당을 향할 수 있다.

홍 부총리를 향한 강한 압박은 민주당의 방침을 관철하려는 목적이 크다. 따라서 당분간 비슷한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홍 부총리도 완강하게 '선별+보편' 지급 방식을 반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정 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shincombi@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