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취임 후 14일 만에 한미 정상통화 의미는?
입력: 2021.02.05 00:00 / 수정: 2021.02.05 00:00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오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통화를 한 직후 SNS를 통해 공동의 가치에 기반한 한미동맹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하기로 약속했고, 한반도 평화는 물론 세계적 현안 대응에도 늘 함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오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통화를 한 직후 SNS를 통해 공동의 가치에 기반한 한미동맹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하기로 약속했고, 한반도 평화는 물론 세계적 현안 대응에도 늘 함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靑 "한미동맹 업그레이드" 방점…전문가 "실무진 협의 지켜봐야"

[더팩트ㅣ청와대=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통화를 진행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14일 만에 이뤄진 첫 통화다. 일각에선 역대 정부에 비해 통화가 늦어진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청와대는 "시기보다 내용이 중요하다"며 의미 있는 대화가 오갔다고 강조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오전 8시 25분부터 57분까지 한미 정상통화를 했다"며 "양 정상은 한미가 역내 평화, 번영의 핵심 동맹임을 재확인하고, 가치를 공유하는 책임 동맹으로서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 협력을 넘어 민주주의, 인권 및 다자주의 증진에 기여하는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한미 동맹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선 "문 대통령이 한미가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을 진전시키기 위해 공동 노력해 나가자고 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된 당사국인 한국 측의 노력을 평가하고, 한국과의 같은 입장이 중요하며 한국과 공통 목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라며 "양 정상은 가급적 조속히 포괄적인 대북 전략을 함께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이어 "양 정상은 한일관계 개선과 한미일 협력이 역내 평화와 번영에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라며 "미얀마·중국 등 기타 지역 정세에 관해서도 의견을 나누었다. 특히 최근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미얀마 상황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민주적·평화적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양 정상은 기후변화 등 글로벌 도전과제, 코로나19 백신·치료제 보급, 세계 경제 회복을 위해서도 호혜적 협력을 가속화해 나가기로 했다. 관심을 모았던 한미 정상회담 개최도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는 대로 갖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정상통화와 관련해 "두 정상은 코드가 잘 맞는 대화를 나눴다. 두 정상 모두 가톨릭 신자 대통령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관련 언급이 있었고, 한미 동맹 및 글로벌 현안에 대한 코드도 맞았다"라며 "정상 통화 중 웃음도 세 차례 나올 정도로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가 진행됐다. 오늘 통화에서는 한반도 문제에서 글로벌 이슈에 이르기까지 전혀 이견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전제 조건에 해당하는 '위안부' 문제 해결 논의, 미얀마·중국 문제 대응, 한미 합동군사훈련 축소, 대북전략 등에 대한 구체적 대화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한미 정상통화를 총평하자면, 문 대통령이 밝혔듯이 업그레이드된 한미동맹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라며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고,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과 같은 입장이 중요하다고 한 점, 두 정상이 정상회담 (개최에) 공감한 점 등도 평가할 만한 점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통화 직후 SNS를 통해 "나와 바이든 대통령은 공동의 가치에 기반한 한미동맹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하기로 약속했고, 한반도 평화는 물론 세계적 현안 대응에도 늘 함께하기로 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4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통화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되고 있다. /청와대 제공
4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통화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일각에선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미국 정상과의 통화가 너무 늦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 2000년대 들어 한미 정상통화가 미 대통령 취임 후 4~13일 안에 이뤄졌던 점을 고려하면 늦은 편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취임 4일 만에, 이명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 취임 13일 만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9일 만에 정상통화를 했다.

지난달 20일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캐나다·멕시코 등 북중미,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주요국 정상과 차례로 통화했으며 지난주에는 일본 정상과도 통화했다. 이에 통화 순서가 미국의 동맹 '우선순위'를 드러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또한 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에 앞서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먼저 통화한 것이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시 주석과의 통화는 양국 통화 시점에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라며 "통화 시점은 각자 사정에 따라 상호 조율한 것으로 선후 관계를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한미동맹 업그레이드 등과 같은 통화 내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통화에서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호주와 같은 날 통화를 한 것을 보니 시기적으로 2주가 소요된 게 큰 문제는 아니다"라며 "기본적으로 원만한 통화였다. 인도·태평양 협력에 대한 약간의 인식 차이가 있었지만, 한미동맹에 대한 협의와 공감대 형성이 잘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인도·태평양 협력에 대한 부분은 청와대 발표에는 있었지만, 백악관은 이 대목을 '동북아시아'로 표현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 비핵화, 동맹 강화에 대해 양 정상이 공감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큰 틀에서의 가이드라인은 잘 정했지만, 포괄적 대북전략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두고 실무진이 협의하는 과정에서 갈등 없이 같은 인식으로 전략을 만들지는 지켜봐야 한다. 우리 정부가 미국이 원하는 것을 얼마나 충족시킬지, 미국은 한국이 원하는 것을 얼마나 감내할 것인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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