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 인상' 국회 문턱 넘나…與 "지금은 아냐"
입력: 2021.02.03 05:00 / 수정: 2021.02.03 05:00
KBS가 현 수신료를 54% 인상된 3840원으로 올릴 것을 요구한 가운데, 여당은 아직 논의할 때가 아니라며 신중한 입장이다.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이새롬 기자
KBS가 현 수신료를 54% 인상된 3840원으로 올릴 것을 요구한 가운데, 여당은 "아직 논의할 때가 아니"라며 신중한 입장이다.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이새롬 기자

野 편향방송 비판하며 반대…보궐선거 후 국회 논의 시작할 듯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KBS 수신료 연내 인상 추진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정치권도 조심스럽게 의견을 피력하며 달아오르고 있다. 야당은 대체로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지만, 여당은 "지금은 논의할 때가 아니다"며 입장 표명을 보류하고 있다. 비판 여론이 강한 사안인 만큼 4월 보궐선거 이후 국회에서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2일 정치권은 'KBS 수신료 인상'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KBS가 지난달 수신료 인상 안건을 이사회에 상정해 시동을 걸고,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도 '국민적 동의와 사업자의 혁신'을 전제하긴 했지만 "근본적으로 재원구조 문제를 고민할 시기가 됐다"고 호응하면서다.

KBS는 현 수신료 월 2500원에서 54% 올린 3840원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수신료가 41년째 동결돼 콘텐츠 경쟁력이 떨어지고 광고 수익이 악화해 적자운영이라고 호소한다.

하지만 방송법에 따르면 공영방송인 KBS 수신료를 올리기 위해선 KBS이사회 의결, 방통위를 거쳐 국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앞서 KBS는 2007년, 2010년, 2013년에도 수신료 인상을 추진했으나 끝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만큼 정치권 결정이 중대하다.

일단 야당은 KBS 수신료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적합하지 않은 편향 방송을 하고 있으며, 기관 쇄신도 부족해 수신료를 인상할 명분이 없다는 주장이다.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1일) KBS 수신료 인상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페이스북에 "장사는 폐업하다시피 한 자영업자, 코로나19로 일자리마저 잃은 실업자들이 KBS 억대 연봉과 수신료 인상을 들으면 얼마나 큰 박탈감과 좌절감을 느끼겠느냐"며 "세금이나 다름없는 KBS 수신료를 1.5배 올리자고 하면 국민이 공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수신료 인상 여부를 결정하기 앞서 더 중요한 과제가 있는데, 바로 KBS의 방만한 경영 실태를 바로 잡는 것"이라며 "경영의 효율성과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KBS 수신료 인상은 지지를 얻기도 어렵고 정당하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역시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조은희 서초구청장도 이날 "KBS 수신료 인상이 아니라, 수신료 납부를 거부할 권리 보장이 먼저다"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수신료와 전기료를 분리 징수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현재 KBS는 수신료를 한국전력공사에 위탁해 전기요금에 병합 징수하고 있다. 개정안은 KBS 수신료 납부 주체를 '텔리비전 수상기를 소지한 자'로 한정해 KBS를 시청하지 않는 이들은 수신료 납부를 쉽게 거부하게 하자는 취지다. 허 의원은 "수신료 위탁징수 시 다른 징수금과 분리하도록 해 국민의 공영방송 시청에 대한 선택권을 확보하고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야권은 편파보도와 국민 여론을 이유로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1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 질의를 듣고 있는 양승동 한국방송공사 사장. /이새롬 기자
야권은 편파보도와 국민 여론을 이유로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1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 질의를 듣고 있는 양승동 한국방송공사 사장. /이새롬 기자

현재 여론도 KBS 수신료 인상에 강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리서치뷰가 이날 밝힌 여론조사(미디어오늘 의뢰, 1월 28일~31일 조사기간,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결과, 수신료 인상안에 76%가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찬성 입장은 13%로, 반대 여론이 찬성보다 5.8배 높았다.

KBS 직원 가운데 45.4%가 1억 원 이상 연봉을 받는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부정 여론을 키웠고, 여기에 최근 KBS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가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능력 되고 기회 되면 우리 사우님 되세요"라는 글을 올려 파장이 일고 있다. 이날 KBS 수신료 인상안에 북한 평양 지국 개설 계획이 포함됐다는 내용도 확인돼 보수 진영의 반발까지 사고 있다.

KBS 수신료 인상 결정에는 여당 입김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KBS이사회는 총 11명 이사 중 여당 추천 7명, 야당 추천 4명으로 구성되는데 이사회 의결이 재적 과반수 찬성 방식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15일 열린 KBS에 대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 회의록에 따르면 여당 의원들은 대체로 우호적이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에 출마 선언한 우상호 의원은 당시 국감에서 "(적자) 상황 추세가 유지되면 회사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지상파의 위기라고 보고, 결국 국민들의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수신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다만 우 의원은 "그런 것(고액연봉자 연봉 삭감)이 전제되지 않으면 국회의원들도 수신료 올려 주라는 얘기를 더 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윤영찬 의원도 "공영방송 공적지원 비율이 다른 나라의 공영방송에 비해서 굉장히 낮다"며 "수신료 인상 부분에 대해 동의한다"고 공감했다. 그러면서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정치권이 아닌 국민 주도로 결정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혜숙 의원 역시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수신료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찬성한 바 있다.

그러나 부정 여론이 거세지면서 집권당도 수신료 인상안에 대해 "아직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며 입장 표명을 보류하는 분위기다. 과방위 위원장인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의원마다 (의견이) 다 다른 것 같다. (공통된) 의견도 모인 게 없다"며 "우리가 지금 나설 시기가 아니다. 방통위를 거치고 그다음에 국회로 올라오는데 그때 고민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 관심사가 크고 민감한 사안인 만큼 정치권은 오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이후 본격적으로 의견 수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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