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탄핵 '강행' 민주당의 희망과 우려
입력: 2021.02.02 00:00 / 수정: 2021.02.02 00:00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왼쪽부터), 류호정 정의당 의원,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임성근 법관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공동사진취재단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왼쪽부터), 류호정 정의당 의원,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임성근 법관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공동사진취재단

헌재 결정에 달려…탄핵 '당위성' 확보·기각되면 '역풍'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범여권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발생한 '사법 농단'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헌정사 초유의 법관에 대한 탄핵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탄핵 이후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민주당과 정의당·열린민주당·기본소득당 등 범진보정당 국회의원들이 1일 임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탄핵안에는 의원 161명이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도 서명했다. 공동발의 인원만으로도 의결 정족수(151명)를 넘겨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이탄희, 정의당 류호정, 열린민주당 강민정,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피소추자 임성근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은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장 뒤에 숨어 권력자의 입맛에 맞게 재판을 바꾸기 위해 재판절차에 개입하고 판결 내용을 수정하는 등 사법농단 브로커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임 판사는 2015년 12월 '세월호 7시간' 의혹을 다룬 칼럼을 써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 과정에서 판결문 작성에 개입하는 등 '독립성'을 심각하게 침해했다는 게 범여권의 판단이다.

탄핵안에는 임 판사가 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지위를 이용해 재판 내용이나 결과를 유도하고 재판의 절차진행에 간섭하는 재판관여행위를 했고,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할 것을 기대한 주권자의 의사에 반해 재판이 이뤄지게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2018년 11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중대한 헌법위반행위'라고 선언했으며, 앞서 1심 법원은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 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임 판사의 행위가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이라고 판결문에 여섯 차례 명시했다.

국회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회 표결은 오는 4일 이뤄질 전망이다. 재적 과반이 찬성하면 탄핵안은 통과된다. 과거 대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는 두 차례 있었지만 부결되거나 자동폐기됐고, 일선 법관에 대해서는 처음이다. 사안의 무게가 큰 만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범여권이 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중 사법농단에 연루된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왼쪽)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도 탄핵안에 이름을 올렸다. /남윤호 기자
범여권이 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중 '사법농단'에 연루된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왼쪽)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도 탄핵안에 이름을 올렸다. /남윤호 기자

임 판사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변수다. 임 판사는 지난해 말 판사 재임용을 신청하지 않아 이달 말 임기 만료로 퇴직할 예정인데, 파면되려면 현직 판사 지위를 갖고 있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법 제53조 2항은 '피청구인이 결정 선고 전에 해당 공직에서 파면됐을 때는 헌법재판소는 심판청구를 기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임기가 만료될 경우에 대한 규정은 없다.

헌재가 탄핵심판 청구가 이유 있다고 판단한다더라도 임 판사가 퇴임하기 전까지 최종 판단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임기 만료로 퇴임을 앞둔 만큼 헌재에서 각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헌재가 본안 심리에 들어간다면 헌재 재판관 9명 가운데 6명 이상 동의로 탄핵을 최종 결정한다. 아직은 어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야당의 거센 반발 속에서 탄핵을 추진한 민주당으로서는 헌재의 인용 결정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탄핵 추진에 대한 당위성이 인정됨으로써 야당의 '사법부 길들이기' 주장이 힘을 잃기 때문이다. 여기에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전 헌재가 청구인의 손을 들어준다면 선거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헌재가 탄핵심판 청구를 각하하거나 기각한다면 민주당은 정치적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임기 말을 앞둔 상태에서 무리하게 법관 탄핵을 밀어붙였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야당은 민주당이 실효성이 없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정치적 실익을 얻기 위해 법관 탄핵을 강행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형사적 문제와 법관의 헌법위반행위는 다른 문제이기에 국회 차원의 법관 탄핵 추진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박상병 시사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입법부인 국회가 사법부를 견제하고 민주주의를 제대로 작동하는 역할을 한 자체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이 사안 자체가 일개 판결의 문제가 아닌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이 있는 만큼 국회가 엄중히 다뤄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박 평론가는 "민주당으로선 국민이 21대 총선에서 180석을 준 의미를 살리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사법부는 제대로 견제가 되지 않았다"라면서 "이를 통해 민주당이 자칫 (문재인 정부) 임기 말 정국 주도권을 쥘 힘과 적폐청산 및 안정적인 국정운영 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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