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기본 시리즈'로 여의도 접수?…민주당 의원들, 이재명에 시선집중
입력: 2021.01.27 05:01 / 수정: 2021.01.27 05:01
2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경기도 기본주택 토론회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범여권 인사 17명이 참석했다. /경기도 제공
2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경기도 기본주택 토론회'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범여권 인사 17명이 참석했다. /경기도 제공

"정책 참여일뿐 " 확대 해석 경계…'이재명 라인' 주목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차기 대권주자 선두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6일 여의도에 뜨자 여당 의원들이 20여 명 가까이 몰려들었다. 여권 서울시장 후보도 '눈도장'을 찍었다. 이 지사가 자신의 브랜드 정책인 '기본 시리즈(기본소득·기본대출·기본주택)'를 밀어붙이며 대권주자로서 존재감을 키우는 동시에 당내 의원들과 접촉면을 넓히는 모습이다.

이 지사는 이날 오전 여의도 한 호텔에서 '경기도 기본주택 토론회'를 열었다. 기본 시리즈 중 하나인 '기본주택'에 대한 정책 제안과 추진 방향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민주당 주축으로 국회의원 50명이 공동주최자로 이름을 올렸고, 토론회 자료집에 축사를 게재한 의원도 43명이었다. 정성호·김병욱·소병훈·임종성·조응천·김남국·김승원·민병덕·박상혁·서영석·이규민·장경태·최기상·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등 서울·경기지역 의원 17명은 직접 토론회에 참석했다.

경기도 기본주택 토론회에 참석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과 대화하는 이 지사(오른쪽). /남윤호 기자
'경기도 기본주택 토론회'에 참석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과 대화하는 이 지사(오른쪽). /남윤호 기자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우상호 의원도 참석했다. 박 전 장관은 "서울과 경기도는 같은 생활권이기 때문에 경기도의 정책이 서울에 영향을 끼치고 서울의 정책이 경기도에도 영향을 끼친다"며 "서울시장과 경기지사는 늘 함께 토론하고 논의하고 정책도 상의해야 하는 관계"라고 참석 배경을 설명했다. 우 의원도 "토론회 공동 주최자가 이렇게 많은 것은 처음 본다"며 "관심도 많고 실현 가능성도 높은 정책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참석한 17명 의원 가운데 6명은 토론회가 끝난 후 '기본주택' 관련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과 블로그 등에 공유하기도 했다.

토론회가 흥행하자 이 지사의 달라진 위상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지사는 각종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밖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 25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서 발표한 여론조사(전국 유권자 1013명 대상 1월 22일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에서는 이 지사(26.2%)가 윤석열 검찰총장(14.6%)과 이낙연 민주당 대표(14.5%)를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토론회에 참석한 여당 의원들은 '이재명계'라는 시선에 대해 아직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소병훈 의원은 <더팩트>에 "(토론회 참석한 이들이) 대부분 경기도 의원들이다. 경기도 의원들은 기본소득과 기본주택 등 '기본 시리즈'에 대해 이미 지난 20대 국회 때부터 경기도와 함께 공동주최해왔다. 오늘 50명이 공동주최했다고 하는데 이전에는 80명 의원이 공동주최한 적도 있다"고 했다. 이어 "(이재명계 구축 해석은) 밖에서 볼 때 그런 식으로 (언론이) 만드는 것"이라며 "물론 이 지사 측에서야 그런 생각이 없을 수 없겠지만, 참여하는 의원들은 전혀 그것과 관련 없이 참여한 것이다. 분위기도 (토론회 했던) 지난해와 오늘을 비교해보면 특별한 분위기는 없다.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참석한 또 다른 민주당 의원도 "워낙 부동산 이슈가 크고 주택 불평등 상황이 심해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것, 그 정도 (의미)"라고 했다.

이 지사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재난지원금 보편지급에 대해 지적하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 정세균 국무총리를 향해 경쟁은 하되 싸우지는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제공
이 지사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재난지원금 보편지급'에 대해 지적하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 정세균 국무총리를 향해 "경쟁은 하되 싸우지는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제공

그럼에도 이 지사의 여론조사 선두 유지와 함께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최근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이 지사의 당내 입지가 달라진 모습이다. 이재명계는 좌장인 4선 정성호 의원을 필두로, 이규민 의원 등이 있다. 임종성·김영진·김병욱·김한정 의원도 이 지사 구명운동에 적극 동참해 온 범이재명계로 꼽힌다.

이 가운데 김병욱 의원은 지난 24일 이 지사의 재난지원금 보편지급 결정을 비판한 유승민 전 의원을 향해 "코로나19로 고통받는 국민들을 외면하고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지사만 공격하는 귀족 정치인"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성호 의원도 이 지사를 공개 비판한 이낙연 대표를 겨냥해 "지지자들한테는 상처를 주는 발언"이라며 "분명한 근거와 나름대로 정책의 문제점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지적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꼬집었다.

이재명계 범위도 넓어지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친문계로 분류된 민형배 의원이 이 지사 공개 지지를 선언하면서 호남 분위기가 술렁이기도 했다.

이 지사 측은 대세론을 굳히기 위한 개방 전략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이 지사가 국회의원 7명과 운영해온 텔레그램 대화방을 당내 지지그룹 확대에 걸림돌이 된다는 판단 아래에 최근 폐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정세균 국무총리 등 대권 경쟁자들의 견제구에 대해서도 한껏 자세를 낮추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연합뉴스TV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 정 총리나 저나 국가와 국민의 삶을 걱정하는 충정은 똑같을 것"이라며 "민주당이라는 큰 그릇 안에 있는 팀원, 식구들이니 경쟁은 하되 싸우지는 말아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물론 당 지도부와 연일 충돌하는 모습이 추진력은 있지만 자칫 '오만'과 '불통' 이미지를 굳힐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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