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충격적" 위기의 정의당…與, 박원순·오거돈 소환에 긴장
입력: 2021.01.26 00:00 / 수정: 2021.01.26 00:00
정의당은 소속 의원을 성추행한 김종절 전 대표를 25일 직위해제했다.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 사건 관련 긴급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닦고 있는 배복주 부대표(왼쪽). /국회=남윤호 기자
정의당은 소속 의원을 성추행한 김종절 전 대표를 25일 직위해제했다.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 사건 관련 긴급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닦고 있는 배복주 부대표(왼쪽). /국회=남윤호 기자

정의당, 신속·과감 대응 긍정 평가 속 민주당으로 화살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정의당이 당 대표의 소속 의원 성추행과 전격 사퇴라는 초유의 사태로 위기에 직면했다. '노회찬·심상정'으로 상징되던 1세대가 물러나고 김종철 전 대표를 중심으로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꿈꾸며 출발한 정의당 2세대가 3개월 만에 '일시 멈춤'에 들어갔다. 젠더 이슈와 성 평등 가치에 앞장서 온 정당인 만큼 진보진영의 이중성을 지적하며 실망감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동시에 가해자의 즉각적인 사과와 당 대표 직위해제라는 과감한 조치에 "기존 정치권과는 다르다"는 긍정 평가도 나온다. 정치권은 이번 사태가 4·7보궐선거에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25일 정의당은 당 대표의 동료 의원 성추행이 드러나면서 충격에 휩싸였다. 내부에선 침통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정의당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다들 충격적이라고 말한다. 개인적으로도 답답하고 참담하다. 당이 원칙적으로 대응하긴 했지만 사후약방문 아닌가 싶다. 국민에 할 말이 없다"며 연거푸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충격적"이라면서 말을 아꼈다.

정의당은 27일 시도당 연석회의를 통해 지도부 체제 관련 여러 방안을 논의 후 30일 구체적인 방침을 결정하기로 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배 부대표. /남윤호 기자
정의당은 27일 시도당 연석회의를 통해 지도부 체제 관련 여러 방안을 논의 후 30일 구체적인 방침을 결정하기로 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배 부대표. /남윤호 기자

정의당은 이날 혼란 속에서 김윤기 부대표 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정의당은 대표 직무대행 체제에서 향후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오는 27일 시도당 위원장 회의에서 보궐 선거나 후임 대표 선출을 위한 혁신위원회 구성 등 여러 방안을 논의한 뒤 대표단 회의를 거쳐 오는 30일 당 의결기구인 전국위원회에서 구체적인 방침을 결정하기로 했다.

1세대가 퇴장하고 20년 만에 진보정당 세대교체를 이룬 정의당은 21대 국회에서 174석의 거대 여당 아래 존재감을 발휘하기 쉽지 않았다. '선명한 진보야당' 등 독자노선을 외쳤지만 새로운 리더십과 정체성에도 의문을 품는 목소리가 컸다. 그러다 이번 사건으로 당 존폐를 논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당장 보궐선거가 3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정의당은 이미 후보 등록(서울시장 후보 권수정 서울시의원, 부산시장 후보 김영진 부산시당 위원장)을 마쳤다. 정의당은 그동안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의 잇따른 성추행 사건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성평등 극복' '성폭력 위기 극복 선거'로 치르겠다고 약속하고, 더불어민주당과의 '단일화 불가' 방침을 강조해왔다. 보궐선거와 관련해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양 후보의 상황을 파악해보고 분위기가 어떠한지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며 "이미 당내 절차에 들어가 후보등록을 하고 당내 선거운동에 들어간 상황인데 큰 상황 발생했으니 추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보수 야당은 정의당과 민주당의 권력형 성추행 사건 대응 방식을 비교하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인사하는 김종철 전 대표. /남윤호 기자
보수 야당은 정의당과 민주당의 '권력형 성추행 사건' 대응 방식을 비교하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인사하는 김종철 전 대표. /남윤호 기자

김 전 대표와 정의당을 향한 비난은 거세게 일고 있다. 정의당 페이스북 공식 계정에는 댓글을 통해 "정의당마저 이런 상황이 생기는 정치권에 이제 한숨이 절로 난다. 어느 당들보다 빠른 대처라고 생각하는 자만 또한 하지 말기를 바라며 정체성을 다시 찾는 정의당이 되길 바란다", "예전 정의당은 정말 약자를 위한 행동을 보여줬다. 그 점에 대해 늘 감사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정의당도 약자가 아닌 그들의 안위만 생각하더라. 더이상 정의당은 없다"는 쓴소리가 쏟아졌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사태가 4월 보궐선거 판세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이번을 계기로 보궐선거 과정에서 젠더 이슈가 부상할 경우 표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소속 지자체장 성추행 사태 초기 '피해호소인'이라는 2차 가해 가능성이 있는 용어를 고집하는 등 안일 대응 논란이 있었다. 또 '귀책사유가 있을 공직 후보자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까지 개정한 끝에 현재 두 후보가 선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은 한목소리로 정의당과 민주당의 성추행 사건 대응을 비교하며 민주당에 비판 화살을 돌렸다.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전임 서울시장 성추행에 이어 이번에는 정의당 대표라니요. 참담하다"면서도 "다만, 이번 사건을 대하는 정의당의 태도와 대응 과정만큼은 매우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낙인찍어 집단적 2차가해를 저지른 민주당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고 했다. 이어 "다시 한번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중요성과 함의를 생각하게 된다. 인권과 진보를 외쳐온 이들의 이중성과 민낯을 더이상 두고만 볼 수 없다"고 했다. 나 전 의원은 최근에도 서울시장 시장실을 서울시 성폭력 대책 전담부서 사무실로 활용하고, 시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서울시 고위공직자 전담 성범죄 신고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겠다고 밝히는 등 여성 정책을 강조한 바 있다.

오신환 전 국민의힘 의원도 "정의당이 민주당보다 백배, 천배 건강한 것이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원칙을 지키면서 정도를 가게 되면 결국 혼란은 수습되고 상처는 아물 것"이라며 "'피해호소인' 운운하며 은폐축소에 급급하고, 가해자에게 피소 사실을 알리고, 거짓말과 함께 악어의 눈물을 흘리고, 무공천 약속을 뒤집으며 당 전체가 2차, 3차, 4차 가해를 가한 민주당과 비교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은 정의당 사태에 바짝 엎드린 분위기다. 서울시장 후보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우상호 의원은 관련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번 사건은 다른 누구도 아닌 공당의 대표가 저지른 성추행 사건이다. 충격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며 "정의당은 입장문에서 발표한 것처럼 이 사건을 무관용의 원칙으로 조치를 취해야 하며, 아울러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피해호소인 운운하며 2차 가해 서슴지 않던 당이 염치가 없어도 정도껏" "민주당의 뻔뻔함은 도저히 못 봐주겠다"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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