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사람 잡는 층간소음…뒤처지는 제도적 보완
입력: 2021.01.23 00:00 / 수정: 2021.01.26 16:18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으로 야외 활동이 줄고 실내 거주 시간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층간소음 민원은 2019년보다 무려 61%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세준 기자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으로 야외 활동이 줄고 실내 거주 시간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층간소음 민원은 2019년보다 무려 61%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세준 기자

층간소음 민원 급증…벽간소음은 규정도 없어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코로나19로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층간소음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모양새다. 최근 일부 연예인들의 층간소음 고발이 이어지는 등 이웃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문제의식을 갖고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한 취지의 법안이 발의된 상태지만, 여전히 법적·제도적으로 미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층간소음 민원이 급증했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층간소음 민원 접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민원 건수는 4만2250건으로 2019년(2만6257건)보다 무려 61% 늘었다. 최근 5년 동안 가장 높은 수치이다.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르면 층간소음은 공동주택에서 뛰거나 걷는 동작에서 발생하는 소음이나 음향기기를 사용하는 등의 활동에서 발생하는 소음 등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대각선에 있는 세대 등 인접한 세대 간 소음인 벽간소음이 포함된다. 다만, 욕실과 화장실 및 다용도실 등에서 급수·배수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은 층간소음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직접충격소음은 1분 등가소음도(1분 간 발생하는 평균 소음)가 주간 43dB(데시벨), 야간 38dB, 최고소음도 주간 57dB, 야간 52dB을 넘을 때 층간소음으로 인정된다. 평범하게 대화하는 소리는 40~60dB 정도라고 한다. 등가소음도는 1분 동안 발생한 변동소음을 정상소음의 에너지로 등가해 얻으며, 최고소음도는 충격음이 최대로 발생한 소음을 측정해 얻은 값이다.

전문가들은 일반 공동주택 건설 시 흔히 쓰이는 '벽식형(벽이 아파트 상층 무게를 지탱)' 구조를 층간소음의 원인으로 꼽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벽식형 구조는 수평의 힘을 지탱하는 '보'가 없기에 위층에서 쿵쿵거리면 진동이 벽을 타고 내려온다. 기둥과 보를 쓴 공법보다 층간소음에 취약한 구조"라며 "기둥을 세운다면 기둥이 상부하중을 한 점으로 받지만, 옆으로 편 벽은 상부하중을 넓게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연구원은 "보를 빼면 공사비가 줄어드는 데다 층마다 누적된 보의 높이 만큼 층수를 더 올릴 수 있고, 이는 분양세대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건설사로서는 수익과 연결된다"며 "보를 설치하고 바닥 두께를 더 두껍게 하면 층간소음을 경감할 수 있겠지만, 건설사는 시공비가 많이 들어가면 분양가를 높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층간소음을 유발하는 불법시공 사업자에 대한 영업정지·징벌적 손해배상 내용이 담긴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남윤호 기자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층간소음을 유발하는 불법시공 사업자에 대한 영업정지·징벌적 손해배상 내용이 담긴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남윤호 기자

이러한 부실시공을 막기 위해 국회에 층간소음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양정숙 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공동주택 부실시공에 따른 층간소음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불법 시공사에 대한 영업정지·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하고, 감리자의 책임 업무를 강화하는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양 의원은 통화에서 "층간소음 문제는 이웃 간 갈등, 개인 간 갈등 차원이 보다는 시공업자들이 부실공사한 것이 가장 큰 원인)"층간소음 문제는 이웃 간 갈등, 개인 간 갈등 차원이 보다는 시공업자들이 공동주택을 부실공사한 원인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사업주체가 마치 이웃끼리 배려하지 않아 층간소음 갈등이 벌어지는 것처럼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조오섭 민주당 의원은 "공동주택에 살고 계신 분들이 보다 더 이웃 간에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 있겠지만, 일차적으로 관리감독처에서는 면밀하게 층간소음 등 검사 기준을 따져야 할 것이고, 시공사는 주민들이 소음으로 불편함이 없도록 시공해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지난해 6월 층간소음을 경감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늦어도 2022년 7월부터 시공 이후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을 확인하는 '사후 확인제도'가 도입된다. 층간소음 차단 성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층간소음 문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다.

사용검사신청 전 단지별로 샘플 세대의 바닥충격음 차단성능 평균값을 사용검사권자가 확인하도록 의무화하고, 경량·중량 충격음이 일정 수준 이하가 되도록 권고하고, 기준 미달 시 사용검사권자가 저감재 추가 설치 등 보완 조치한다는 내용이다.

2005년부터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을 인정받은 바닥구조로만 사용하도록 규제하는 '사전 인정제도'를 운영해 왔지만, 층간소음 차단성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등 층간소음 문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다.

층간소음의 사회적 문제만큼 '벽간소음'으로 고통받는 주민이 늘고 있다. 단순히 소음이 위층에서 오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옆집에서 들려오는 것일 수 있다고 한다. 심각한 경우에는 옆집의 대화 소리까지 들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벽간소음 방지를 위한 규정은 마련돼 있지 않다.

이 연구원은 "공사 기간, 층 내 모든 짐을 수평적으로 옮길 수 있도록 뚫은 세대 간 벽을 공사가 마무리되면 두껍고 잘 마무리해야 하지만, 얼마큼 벽을 강화해야 하는 기준이 없기에 벽을 대충 만드는 경우가 있다"며 "이와 관련한 규정을 조속히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사실 층간·벽간소음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법적·제도적 규정이 미흡한 게 현실이다. 한 재선 의원은 "이전 국회에서도 층간소음과 관련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된 경우가 있다"며 "가장 편안해야 할 공간에서 소음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을 위해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국회도 입법적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의원은 "층간소음 문제는 오랜 기간 너무 많은 사람이 호소하고 있는 문제인데, 법적·제도적으로 설계·시공·감리를 철저히 해 소음을 예방하고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정치권에서 적극 마련하고 제시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보완해야 할 점들이 있다면 검토하고 연구해서 법안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shincombi@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