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주간政談] "친문에 두들겨 맞고 '노통'에게 위안받아"
입력: 2021.01.23 00:00 / 수정: 2021.01.23 00:00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이 사면론에 선을 그으면서 이 대표의 정치적 입지가 좁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 제공, 남윤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이 사면론에 선을 그으면서 이 대표의 정치적 입지가 좁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 제공, 남윤호 기자

<더팩트> 정치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오경화' 강경화 외교부 장관 교체가 北 김여정 데스노트 때문?

[더팩트ㅣ정리=이철영 기자] -이번 주 정치권의 관심사는 단연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이었습니다. 정치적 논란이 있었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갈등 등 문 대통령의 명확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사면'을 먼저 언급했던 당사자로 문 대통령의 발언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마다 질문에 나선 기자들이 도마에 올랐는데요, 이번에도 여지없었습니다. 한 기자의 손가락 모양이 논란이 되면서 친문 지지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았습니다. 지난 20일에는 문재인 정부 최장수 장관이었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교체되면서 그 배경을 두고 많은 말들이 나왔습니다. 먼저, 문 대통령의 사면 발언을 지켜본 이 대표 이야기부터 들어보겠습니다.

지난 18일 국회 민주당 당대표실에서 지도부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TV로 시청하는 이낙연 대표. /남윤호 기자
지난 18일 국회 민주당 당대표실에서 지도부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TV로 시청하는 이낙연 대표. /남윤호 기자

◆文대통령 기자회견 후 이낙연에 쏟아진 동정론

-문 대통령이 이 대표가 제안한 '사면론'에 선을 그었습니다. 국회 여당 출입기자들의 관심은 사면론을 꺼낸 이 대표에 쏠렸죠, 어땠나요?

-네, 이 대표는 겉으로 보기엔 침착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는 국회 당대표실에서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지켜봤는데요. 문 대통령이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발언하는 대목에서는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 10분 만에 자리를 뜨면서 "대통령님의 뜻을 존중한다"라는 짧을 말을 남겼는데요. 이를 본 취재진은 "대통령이 이 대표를 손절(가치 하락이 예상돼 손해를 감수하고 파는 일)한 것" "이 대표의 대권 꿈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라는 평을 내놓았습니다.

-같이 지켜보던 당 지도부도 난감해했을 것 같은데요.

-예상외로 솔직한 반응들이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문 대통령 입장이 국민 공감대와 당사자 반성이 전제라는 당 지도부 결론과 같았다'는 것이었는데요. 이 가운데 신동근 최고위원은 '이번 일로 이 대표에게 정치적으로 치명적인 것 아니냐'는 취재진 물음에 "그렇다고 대통령께서 달리 말씀하실 방법이 없지 않냐. 국정운영 자체를 특정인을 중심으로 할 순 없는 것"이라며 높은 수위의 발언을 하면서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사면론 논란이 종결됐지만, 이 대표가 정치적 입지를 회복하려면 시일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이네요.

-네, 이 대표는 문 대통령 기자회견 직후 광주로 내려갔는데요.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은 이 대표는 '이명박근혜 사면 완전 철회하라'고 적힌 피켓을 든 지역 시민단체 인사들에게 둘러싸였습니다. 호남의 '이낙연 대세론' 민심이 많이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는 방증이었습니다. 이 대표가 최근 방송에 나와 "(사면론으로) 많이 야단맞았다"라고 할 만했습니다.

-동시에 동정론도 꽤 일었습니다. 이 대표가 광주 양동시장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밥을 먹었던 자리에서 점심 먹은 것을 두고 출입기자 사이에선 "친문에 두들겨 맞고 노통(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가 위안받는 모습이 안쓰럽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또, 이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신년기자회견 소감 글에 달린 600여 개 넘는 댓글은 이 대표의 '사퇴'와 '사과'를 요구하는 비난 글이 다수였는데요. 일부는 "좋은 비전이나 대책은 제시 못 하면서 비판만 일삼는 사람들과 굳이 함께하려 너무 애쓰지 마시라", "선제적으로 발언 잘하셨다. 안 했으면 지금쯤 사면 문제가 제기돼 통치자가 이렇게 쉽게 정리 할 수 있을까. 항상 적극적으로 응원 지지한다"는 글도 보입니다.

-이 대표는 '사면론'으로 정말 자충수를 뒀다고 봐야 할까요?

-현재로선 제안한 시점과 방법이 부적절해 손해인 것처럼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오히려 형세가 불리할 때 역전의 발판이 되는 묘수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일단 이번 '사면론'으로 중도층에 '국민 통합' 이미지를 각인시킨 측면이 있고요,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결자해지'할 수밖에 없는데 문 대통령이 임기 전 사면 결정을 내리면 홀로 '사면론'을 주장한 이 대표가 친문 지지도 돌려받을 것이란 해석입니다. 하지만 당장 3월 당대표직에서 물러나기 전까지는 친문 지지층의 싸늘한 눈초리를 받으며 외로운 행보를 이어갈 듯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의 손가락 모양을 두고 문 대통령에게 손가락 욕설을 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었다. 청와대는 논란이 확산하자 문 대통령도 전혀 불쾌감을 느끼지 않았다고 진화에 나섰다.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 중인 문 대통령.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의 손가락 모양을 두고 '문 대통령에게 손가락 욕설을 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었다. 청와대는 논란이 확산하자 "문 대통령도 전혀 불쾌감을 느끼지 않았다"고 진화에 나섰다.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 중인 문 대통령. /청와대 제공

◆文대통령 면전에 기자가 '손가락 욕설'을 했다고요?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종료 후 예기치 못했던 사안들이 이슈가 됐죠?

-그렇습니다. 질문할 기회를 얻었던 24명의 기자 중 한 명이 '한명숙 전 총리 특별사면과 전직 두 대통령의 사면을 함께 고민하시고 있는지, 퇴임 전에 결단을 내리실 생각이 있으신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수첩을 든 손가락 모양을 두고 '문 대통령에게 손가락 욕설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를 공동진행했던 방송인 김용민 씨가 이 말을 꺼낸 뒤 친문 지지자들 사이에선 해당 기자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관련한 청와대, 해당 매체의 입장도 나왔죠?

-네, 강민석 청와대는 다음 날(19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손가락 욕설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현장에 저도 있었는데, 이런 질문이 나오는 거 자체가 의아하다"며 "손가락 모독이라고는 전혀 느끼지 못했고, 문 대통령도 전혀 불쾌감을 느끼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매체 정치부장도 김 씨 게시물에 "얼토당토 않은 억측이니 빨리 게시물 내리시고 여기 악플 다는 분들도 자중하시기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하지만 이후에도 김 씨는 해당 기자의 입장 표명을 촉구하면서 의혹을 계속 제기했습니다. 지난 21일엔 페이스북에 "결국 (해당) 기자의 답을 듣지 못했다. 당신이 대중 앞에서 했던 공개적 행위에 대해 의문을 품고 답을 요구한 것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침묵도 2차 가해라는 어떤 사람들의 말을 조금 변용해 '침묵도 메시지'라고 생각하겠다"고 의혹을 확신하는 듯한 글을 적기도 했습니다. 이에 논란의 당사자는 '오해'로 이상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괴로워한다는 전언입니다.문 대통령의 '입양 취소' 발언을 두고도 논란이 있었죠?

-그렇습니다. 문 대통령은 아동학대 문제 해법 질문에 답하면서 "입양 부모의 경우 마음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기간 안에는 입양을 다시 취소한다든지, 또는 입양 아동을 바꾼다든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입양 자체는 위축시키지 않고 활성화해 나가면서 입양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그런 대책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는데요, '입양 취소'를 언급한 것을 두고 "아이가 물건이냐"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청와대도 즉각 해명에 나섰죠?

-네,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 논란이 되자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입양의 관리와 지원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였다"며 "구체적으로 프랑스, 영국, 스웨덴 등에 있는 사전위탁보호제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이 법이 우리나라에서도 관례적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법제화도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해당 법이 법제화되면 문 대통령 말대로 아이 입양을 취소하거나 아이를 바꿀 수 있게 되는 거 아닌가요?

-청와대 관계자에게 그 질문도 했는데요 "오해를 부를 수 있기 때문에 그 표현을 쓰지 않겠다"라며 "아이에게 더 좋은 가정을 찾아줄 수 있다는 이야기이고, 새로운 가정이 가족관계를 형성하기에 적합한지를 모니터링하는 제도"라고만 답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린 아기들이 새 부모가 좋은지 싫은지 평가해서 부모를 바꿔 달라고 하기는 어렵고, 해당 가정에 CCTV를 설치해서 어떻게 지내는지 매일 살피기도 어렵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양부모의 뜻에 따라 아이를 바꾸는 게 법제화된다는 뜻으로 읽히기도 합니다.

-기자회견 사진 조작 논란도 있었죠?

-네, 22일 SNS 등을 통해 문 대통령의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 조작 사진이 무분별하게 확산됐습니다. 해당 사진에는 문 대통령 앞에 놓인 모니터에 "대통령님, 말문 막히시면 원론적인 답변부터 하시면서 시간을 끌어보십시오"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었는데요, 이건 문구를 조작한 겁니다. 연합뉴스의 원본 사진 모니터에는 질문한 기자의 소속, 이름과 함께 "부동산 안정화 정책의 구체적 목표는? 보유세 강화에 대한 생각은?"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조작된 사진은 지난 19일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을 비하하는 언사로 논란이 됐던 만화가 윤서인 씨의 페이스북에 게재되면서 온라인 공간에 퍼졌습니다. 논란이 일자 윤 씨는 해당 사진을 삭제했는데,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조작된 사진은 계속 확산됐습니다. 이에 연합뉴스는 지난 21일 "문 대통령 회견 조작·왜곡 사진이 무차별 확산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는 보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사면 발언과 관련해 (문 대통령도)사면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발언에 김경협 민주당 의원이 공업용 미싱을 선물로 보내겠다고 해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이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린 이미지. /김경협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사면 발언과 관련해 "(문 대통령도)사면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발언에 김경협 민주당 의원이 공업용 미싱을 선물로 보내겠다고 해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이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린 이미지. /김경협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정치인들 사이에서 등장한 '공업용 미싱'

-전직 대통령의 사면 논란이 뜨겁죠. 부정적인 국민 여론에도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사면을 촉구하고 있는데요. 여야 간 공방이 거세지는 가운데 '공업용 미싱'이 등장했다고요?

-네, 맞습니다. 사면을 요구하는 주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도) 사면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고 한 발언이 시작이었는데요. '역지사지'를 강조한 주 원내대표 발언에 여당 의원들은 "정치 보복을 하려는 것이냐"라며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 원내대표의 수준 이하의 막말 퍼레이드가 계속되고 있다"며 "더 이상 국민의 귀를 오염시키지 못하도록 공업용 미싱을 선물로 보낸다"고 했습니다. 글과 함께 온라인 쇼핑몰 공업용 미싱 사진을 게재했는데요. 수신처가 주 원내대표로 되어 있었습니다. 이는 '미싱으로 입을 꿰매고 싶다'는 뜻으로 읽혀 논란이 됐습니다.

-공업용 미싱은 과거 정치권에서도 언급됐었는데요. 1998년 김홍신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거짓말 잘하는 김대중 대통령의 입을 공업용 미싱으로 꿰매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습니다. 결국 김 의원은 형법상 모욕죄로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기도 했죠.

-미싱 재등장에 정치권은 갑론을박을 이어갔는데요. 당사자인 주 원내대표는 "선물이 오면 적절한 용도에 쓰도록 하겠다"고 응수했습니다. 그는 지난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반발에 "당황스럽다"고도 했는데요.

-그는 "우리가 먼저 사면을 요구한 것도 아니고 이 정권 관계되는 분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판결이 확정되면 사면을 논의하겠다고 했다"며 "1일 신년 벽두에 이낙연 민주당 대표께서 사면 이야기를 했다. 본인이 사면 이야기를 하고 그 뒤에 반성과 사과가 있어야 하느니,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하느니 하면서 멀쩡히 수감생활 하면서 고생하고 있는 분들에게 수모를 줬다"고 반박했습니다.

-민주당의 사과 요구에는 "한심스럽다. 사과할 일이 뭐가 있는가? 오히려 사과하면 내가 그런 의도를 갖고 있는 것밖에 더 되나"라며 이 대표를 향해 "도대체 사면할 생각을 갖고 있는지, 청와대와 교감 없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꼬집었습니다.

-취재진 사이에서도 '황당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는데요. 공업용 미싱을 악용했던(?) 과거 발언을 굳이 언급해야 했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의원 개개인이 헌법 기관이라고 하는 국회에서 다른 사람의 발언을 거칠게 비난하는 모습이 국민들에게는 어떻게 보였을지 궁금해집니다.

문재인 정부 최장수 장관으로 오경화라 불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20일 돌연 개각 대상에 이름을 올려 그 배경에 이목이 쏠렸다. /이동률 기자
문재인 정부 최장수 장관으로 '오경화'라 불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20일 돌연 개각 대상에 이름을 올려 그 배경에 이목이 쏠렸다. /이동률 기자

◆'오경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갑작스런 퇴장

-이번 주 개각이 있었습니다. 외교부·문체부·중기벤처부 등 세 개 부처입니다. 이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 교체는 예상 밖 아닌가 싶은데요?

-그렇습니다. 청와대는 20일 외교부·문화체육관광부·중소벤처기업부 3개 부처에 대한 장관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 최장수 장관이었던 강 외교부 장관은 3년 7개월 만에, 박양우 문체부 장관과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1년 9개월 만에 장관직을 내려놓게 됐습니다.

-강 장관 교체가 뜻밖이다 보니 청와대도 이를 의식한 듯한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강 장관은 최초의 여성 외교부 장관으로 3년 이상 장기 재임했다. 또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 출범, 주요국의 행정부 변화가 있다"라며 "여기에 맞춰서 외교라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외교 전열을 재정비하는 취지"라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강 장관은 개각이 있을 때마다 거론됐지만,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교체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네, 강 장관은 그동안 외교부를 장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강 장관이 자리를 지키자 정치권에선 별칭으로 '오경화'(5년 내내 강경화), 'K5'(K는 강 장관의 성 이니셜)라고 불렸습니다. 오경화는 강 장관이 문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할 것이라는 데서 따온 별칭입니다. 야권에선 당장 강 장관이 교체되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비난 담화'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김 부부장이 나온 배경은 강 장관이 지난달 5일 국제전략연구소(IISS) 초청으로 바레인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북한이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코로나19 관련 비상방역 조치를 시행하는 데 대해 "조금 이상한 상황"이라는 발언을 비판했기 때문입니다. 김 부부장은 지난달 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강 장관을 겨냥해 "우리의 (코로나19) 비상방역 조치들에 대하여 주제넘은 평을 하며 내뱉은 말들을 보도를 통해 구체적으로 들었다"며 맹비난했습니다.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여민1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 및 외교안보부처 업무보고에 참석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강경화(왼쪽) 외교부 장관. /뉴시스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여민1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 및 외교안보부처 업무보고에 참석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강경화(왼쪽) 외교부 장관. /뉴시스

-외교부 1차관을 지낸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김여정 하명 인사에 '오경화'도 무너졌다"고 했고,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지낸 무소속 윤상현 의원도 "김여정 부부장이 강 장관을 향해 경고한 지 43일 만에 외교부 장관이 교체됐다"며 "만약 북한 김여정의 '하명 해고'라면 심각한 문제다. 외교·안보 수장의 운명이 김여정의 데스노트에 달린 듯한 셈"이라며 때아닌 수장 교체를 강행한 이유에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야권의 지적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문 대통령이 떠나는 강 장관의 노고를 치하했다고요?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야권이 주장하는 김여정 하명인사에 대해 "이번 외교부 장관 인사를 '김여정 데스노트'가 통했다고 해석한 기사들이 나오고 있는데 국론을 분열시킬 수 있는 무리한 추측보도"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문 대통령도 21일 22개월 만에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우리 정부 첫 여성 외교장관이자 최장수 장관으로서 출범 초기 어려운 한반도 상황을 극복하고 북미, 남북 정상회담 등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헌신적으로 많은 역할과 기여를 해 주셨다"며 "특히 지난해부터는 코로나 위기 상황을 맞아 국제사회와 협력하고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데 특별한 공로가 있다"고 치하했습니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문혜현 기자(이상 정치팀), 장우성 정치사회 에디터, 임영무 기자, 배정한 기자, 이새롬 기자, 남윤호 기자, 이선화 기자, 임세준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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