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의 눈] 전직 대통령 사면, 국민 통합의 불쏘시개 될까
  • 신진환 기자
  • 입력: 2021.01.15 05:00 / 수정: 2021.01.15 05:00
박근혜(오른쪽) 전 대통령이 14일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0년형을 확정받으면서 4년여간의 법정 다툼이 끝났다. 법적 절차가 끝나면서 정치권에서는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이 재점화됐다. /배정한·이덕인 기자
박근혜(오른쪽) 전 대통령이 14일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0년형을 확정받으면서 4년여간의 법정 다툼이 끝났다. 법적 절차가 끝나면서 정치권에서는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이 재점화됐다. /배정한·이덕인 기자

반대 여론 우세…국민 분열 전개 가능성 고려해야[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대법원이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재상고심에서 징역 20년에 벌금 180억 원을 확정했다. 국정농단 및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불법수수 등 혐의를 받은 박 전 대통령의 4년여간 재판이 마침내 마무리됐다. 사법 절차가 모두 끝나면서 연초 제기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론이 재점화됐다.

특별사면은 헌법상 대통령 고유권한이다. 청와대는 이날 사면론에 선을 그었지만, 정치권에서는 날 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선 '불가론'이 흘러나온다.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국민적 동의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 확정판결에 "엄중히 받아들인다"면서 사면 필요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친박계 의원들 중심으로 조건 없는 사면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는 시각도 있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띄운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적절한 시기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면을 건의드리겠다고 말한 적 있다. 당은 국민의 공감과 당사자의 반성이 중요하다고 했고 그것을 존중한다"며 '사과'를 전제했다.

이 대표가 말한 '적절한 시기'는 언제일까. 이 대표가 차기 대선에 출마하려면 오는 3월 직을 내려놔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길게 잡아도 두 달이다. 이 대표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건의하면 공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넘어갈 것이고, 또다시 정국은 술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4일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국민의 깊은 상처를 헤아리며 국민께 진솔하게 사과해야 옳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일 사면론을 제기한 이후 지지층으로부터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이새롬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4일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국민의 깊은 상처를 헤아리며 국민께 진솔하게 사과해야 옳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일 사면론을 제기한 이후 지지층으로부터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이새롬 기자

'적절한 시기'가 도래하기 전 횡령·뇌물 등 혐의로 징역 17년을 확정받고 복역 중인 이 전 대통령과 헌정사 최초로 탄핵으로 물러난 박 전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죄할지 궁금하다. 만약 어떤 방식으로든 통렬히 사과한다면 과연 국민은 이들을 용서할까.

현재는 부정적 여론이 앞선다. 한국갤럽이 5~7일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사면해야 한다'는 응답은 37%, '사면 반대'는 54%로 나타났다. 특히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층과 성향 중도층에서도 사면 반대가 찬성보다 많았다.

두 전직 대통령이 사과한다고 하더라도 싸늘한 여론이 얼마만큼 뒤바뀔지 알 수 없다. 또 국민 분열 가능성이 큰 만큼 국민 통합을 위한 사면론이라는 명분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민적 동의가 없는 사면은 결국 정치적인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볼 수밖에 없고, '포용'과 '관용'이라는 취지도 무색해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일부 야당 정치인들의 시각도 위험해 보인다. 조건 없는 사면은 반대하는 국민은 안중에 없다는 것으로 읽힌다. 박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 인물이고, 이 전 대통령은 거액의 횡령과 뇌물을 챙겼다.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 이들에 대한 사법 심판을 정치 보복이라고 본다면 사법적 정의를 부정하는 셈이다.

사면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특히 모든 사람이 '법 앞에 평등'하길 바라는 여론이 상당하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한 사람으로서 죗값을 치러야 한다는 시각이다. 형기를 모두 마치고 출소한다면 박 전 대통령은 87세, 이 전 대통령은 95세가 된다. 고령이라는 점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렇더라도 준엄한 민심은 아직 합의되지 않았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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