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논의 없이 '3자 구도'로 서울시장 보궐선거 판도를 정면돌파할 전망이다. 지난 7일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한 김 위원장. /남윤호 기자 |
김종인 '3자대결 시나리오' 가동…나경원·오세훈 출마로 판 커질까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국민의힘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단일화 논의를 두고 갈지자 걸음을 걷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선거판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3자 대결론'을 띄우고 있다.
김 위원장은 거듭 3자 구도에서 승리를 확신하며 안 대표를 논의에서 배제하려는 모습이다. 나경원 전 의원이 출마를 확정하면서 3자 구도가 가능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안 대표가 입당하지 않을 경우 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전 시장도 나서면 경선을 통해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여전히 안 대표와의 단일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일부 중진 의원들이 일부 힘을 실으면서 '안철수 프레임에 걸렸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상돈 전 국민의당 의원은 12일 "요새 국민의힘이 안철수 때문에 시끄럽다"면서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안철수 프레임'에 제대로 걸려든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서울시장 선거를 앞둔 그런 국민의힘을 보자니 2012년 대선이 생각난다"면서 "당시 민주당 문재인 캠프를 무엇을 했을까?"라고 했다.
이어 "짐작하건대 안철수와 싸우느라고 온 정신을 거기에 쏟았을 것이다. 모든 정보력을 총동원해 안철수를 파보기도 하고, 무게를 달아보기도 했을 것"이라며 "안철수가 단일후보가 되면 민주당은 망하는 것이고, 안철수와 동시에 나와서 3파전을 하면 선거는 해보나 마나 한 것이었으니, 아무 조직도 없이 아무 일도 하지 않지만 지지도는 높은 안철수 때문에 민주당이 얼마나 고생을 했을지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안철수와 싸우는 국민의힘 모습은 2012년에 민주당이 당했던 모습이 다운사이즈 되어 있는 형상으로, 오래전 일이 생각나서 적어보았다"고 했다. 안 대표와의 단일화를 두고 다른 목소리를 내는 국민의힘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략가로 통하는 김재원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안 대표가 기호 2번으로 출마할 가능성은 -200%"라며 단일화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더팩트 DB |
김재원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도 안 대표와의 단일화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나는 안철수가 기호2번으로 출마할 가능성은 -200%라고 생각한다"며 "가능하지 않은 것을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달려들면 결과는 폭망일 뿐이다"라고 경고했다.
김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어떻게든 안철수를 모셔와서 서울시장 후보로 만들면 보궐선거 승리는 따논 당상이고, 다음 대선에서는 안철수 변수가 사라지니 '꿩 먹고 알 먹고' 라는 논리가 퍼져 있다"며 "그러나 철수는 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안철수는 다음 대선의 유력주자가 되어 국민의힘은 또 그와 지리멸렬한 단일화 협상을 해야 할 것이다. 아마 국민의힘은 그 무렵 공중분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며 "도대체 왜 매일 아침 일어나면 안철수 걱정부터 해야 하는가? 이런 선거판 내 생전에 처음 본다. 내가 보기에 안철수는 좋은 사람이다. 다만 자신의 셈법만 있다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그래서 대화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출마를 선언한 야권 후보들은 단일화 논의 위주로 선거 국면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오신환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공약 발표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되면 무조건 이긴다는 발상은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어제 날짜로 안 대표의 입당이나 통합을 전제로 한 공동경선기구 논의는 물 건너갔다"며 "안 대표는 입당을 거부했고 국민의힘은 통합을 별로 원하지 않는 것 같다. 이제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이 정책과 비전 발표를 통해 경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김선동 전 사무총장,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 김정기 전 총영사 등은 "야권후보 단일화는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 당은 안철수의 단일화 대국민 약속을 받아내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시대적 여망에 부응하는 새로운 선거지형을 만들어야 하고 그 방식도 신선하고 공정해야 한다"며 "출마의사를 밝힌 후보들 간의 올드리그 대 뉴리그의 토론을 제안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단일화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여전히 단일화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경제계 인물 영입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김 위원장은 "지금 있는 사람들로 하면 충분하다"고 일축했다. 지난 7일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회의. /남윤호 기자 |
김 위원장은 우선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안 대표 중심 단일화가 대두되는 상황을 정면돌파할 전망이다. 지난 11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3.5%로 민주당(29.3%)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리얼미터가 YTN의뢰로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조사한 결과(전국 유권자 2513명 대상,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2.0%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누리집 참조) 국민의힘 지지율은 서울에서 32.7%을 기록해 민주당 지지율(29.0%)과 3.7%포인트 격차로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안 대표와 단일화'요구가 이어지는 만큼 당력을 더 끌어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단일화해야 이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탄핵을 겪으며 분당화 통합, 재통합을 겪었지만 아직까지 당 내부엔 탄핵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반면 안 대표는 이로부터 자유로운 외부인사"라며 "대선과 지선을 1년 앞두고 서울시장이 갖는 상징성이 큰 상황에서 내부 인사를 내보내 지는 것보다 안 대표를 내보내 지면 내상이 덜하다. 안 대표가 나가면 다음 대선에선 조용해질 거란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한편 경제계 인물을 중심으로 인재 영입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김 위원장은 선을 그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이승현 한국외국기업협회 명예회장을 영입하려 한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실"이라고 부인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 있는 사람들로 하면 충분하다"며 "당 차원에서 누가 그런 짓을 하겠나. 오늘 처음 듣는 얘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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