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둘러싼 야권 단일화 논의가 쏟아지는 가운데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새롬·남윤호 기자 |
안철수 향한 러브콜 '차단' 움직임…"미리 말하는 것 좋지 않아"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를 세 달 앞두고 유력한 야권후보로 떠오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국민의힘이 단일화 논의를 두고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인사들은 연일 안 대표의 국민의힘 입당 등 단일화를 언급했지만,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입단속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11일 국민의당과의 당대당 합당 가능성에 대해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날 비대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당 통합이란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누가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지만, 상상 못할 상황이어서 더 이상 이에 대해 거론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단일화를 하지 않을 경우 3자 구도가 될 거란 전망에 대해 "경우에 따라서 단일화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출마하면 그 방법이 없는 것 아니냐"며 "나는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근 김 위원장은 당내 중진 의원들이 페이스북 등을 통해 안 대표와의 단일화 방식, 필요성 등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자제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국민의힘 후보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단일화 협상 주도권이 안 대표쪽으로 쏠리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근 '조건부 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은 야권 통합에 목소리를 더하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이날(11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 자체도 중요하지만 당대당 통합이 아닌 선거를 위한 후보 단일화만 한다면 야권이 분열된 상태로 대선을 치를 확률이 높아진다"며 "그렇게 되면 이번 단일화가 대선에서 야권 분열을 잉태하는 '나쁜 단일화'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선거 승리가 목전에서 결정된다고 하지만 선거 때마다 정강정책을 달리하는 정당끼리 후보만 단일화 한다는 건 비정상적 형태의 정치"라며 안 대표를 향해 입당 혹은 합당을 요구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안 대표의 입당을 거듭 요구하고 있다. 지난 7일 김 위원장과 면담한 오 전 시장. /남윤호 기자 |
안 대표가 입당이나 합당을 하지 않을 경우에 대해 그는 "어쩔 수 없는 차선책이겠지만, 국민의힘이 준비한 경선 절차에 따라 경선에 임할 생각이고 야권 후보 단일화 확률은 점점 더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전 시장은 거듭 "우리 당내에서도 3자 대결(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국민의당)을 염두에 두고 출마해야 한다는 충고를 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그런 염려를 반영해 일단 안 대표에 입당·합당을 제안 드리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도 3자대결 구도 자체로 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는 분 중 한 사람"이라고 했다.
오 전 시장은 이번 주 안 대표를 만나 면담을 가질 계획이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크게 의미부여할 건 아니다"라며 "저희는 요청이 있으면 만난다고 했었고, 보도된 것처럼 담판의 성격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이렇듯 안 대표에 대한 국민의힘 러브콜이 쏟아지지만 안 대표는 독자 행보에 집중할 전망이다. 안 대표는 10일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와의 만남을 소개하며 서울 시장 선거를 향해 "썩은 나무를 벨 시간이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한 비대위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여러 사람이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는 것"이라면서도 "(단일화는) 지금 논할 때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미리 앞서서 자기 생각을 쏟아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옷도 단추를 꿰는 순서가 있다. 순서대로 가야 한다"며 경계했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이 요구한 단일화 논의에 당장 대응하기보다 독자 행보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7일 안 대표가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
이에 따라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신경전은 이어질 전망이다. 양승함 전 연세대 교수는 통화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 밀고 당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들어가면 국민의당은 사실상 사라진다"며 "그럼 안 대표의 입지는 일개 당의 후보로 전락하는 거다. 대권 반열에서 한 단계 내려오는 것이기 때문에 마지막 순간에 합당하지 않고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하는 걸 선호할 것"이라고 했다.
양 전 교수는 "국민의힘은 당연히 제1야당으로서 합당을 제안하는 거다. 결국 단일화가 몇 가지 우여곡절을 겪고 난 뒤에 마지막 순간에 될 것이라 예상된다"면서도 "만일 안 대표가 생각하기에 야권 후보가 두 명 나오고 여권 후보가 한 명 나와서 세 명의 강자가 붙는다고 해도 여론조사에서 강세를 보일 경우 '단일화하지 않아도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 설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일화 가능성이 높지만 단일화가 안될 수도 있다. 투표용지가 인쇄되기 직전에 단일화하는 것, 그것이 단일화의 마지노선"이라며 "앞으로 두 달 동안 안 대표가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중요한 관건"이라고 짚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안 대표 언급을 자제하는 것과 관련해 "그건 잘하는 거다. 대표로서 일단은 당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 마지막에 현실적으로 생각할 것"이라며 "더 크게보면 야권 후보를 당선시키는 데 국민의힘이 헌신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 대선에서 야당에 힘이 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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