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신중히 공론화하고 있다. 하지만 정세균 국무총리 등 일각에선 반대하고 있다. 지난달 9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 중인 정세균 국무총리(오른쪽)와 이재명 경기지사(왼쪽). / 경기도 제공 |
"코로나 상황 달라져…1차 때보다 영향 미미할 듯"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4·7보궐선거를 앞두고 여권이 또 '4차 재난지원금 지급'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다만 지난해 여야가 앞다퉈 '1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외쳤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야당은 물론 여권 내에서도 이견이 갈린다. 지원금 지급이 결정되더라도 재정 건전성 우려가 커지면서 여권에 유리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4차 재난지원금에 대한 운을 띄우면서 여론 탐색전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향후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인다는 전제 아래에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검토할 수 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 등 유력 대권주자들이 '4차 전 국민 재난지원금' 구상을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여권 인사들이 너도나도 거들고 있다. 양항자 최고위원은 지난 8일 "2분기에 곧바로 전 국민 재난위로금이 투입되면 위로와 희망에 더해 내수진작의 공백까지 막을 수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지친 국민께 힘이 되기 위해서라도 위로금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에 여야정 상설국정협의체를 정상화해 전 국민 재난위로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김종민 최고위원도 지난 7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피해계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보다 전체적 경기 진작을 위한 전국민 지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4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긍정 여론도 형성돼 있다. 지난 7일 리얼미터 '4차 긴급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 관련 여론조사(1월 6일 조사기간, 전국 유권자 500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누리집 참조)결과, '공감한다'는 의견(68%)이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30%)보다 배 이상 높았다.
당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해 교통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8일 국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백신 긴급현안질문에 출석해 "지금은 그 논의를 하기는 좀 빠르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시행한 2차 재난지원금과 3차 재난지원금 집행이 완결되지 않아 이를 제대로 잘 집행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이 지사는 지난 4일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전 국민을 대상으로 1차 재난지원금을 넘어서는 규모의 재난지원금 지급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편지를 보내는 등 적극적으로 '4차 지원금'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두 대권주자 간 충돌도 발생했다. 정 총리는 이 지사를 향해 "꼭 필요할 때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해 경기 침체에 대처하면 궁극적으로는 경제 위기로 인한 재정 파탄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급하니까 '막 풀자'는 것은 지혜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책 '진보의 미래'에 담긴 구절을 인용하며 "서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를 넘어 '죽고사는 문제'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이때, (노 전) 대통령님은 어떤 말씀을 주셨을까"라며 우회적으로 정 총리를 비판했다.
야당은 지난해 총선 때와 달리 이번에는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반대 노선을 분명히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7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 모습. /남윤호 기자 |
야당은 '전 국민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이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용 현금 살포"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총선 과정에선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정부안(소득 하위 50%)과 민주당안(소득 하위 70%)보다 높은 수위인 "모든 국민에게 50만원" 지급안을 내놓아 정부·여당이 '전 국민 지원금'으로 급선회하도록 이끌었다. 국민의힘은 1차 재난지원금 때는 코로나19 확산세와 피해 규모가 크지 않았고 소비 진작 차원에서 전 국민 지원금 지급 명분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황에선 피해를 입은 영세 자영업자 등에게 집중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경우 1차 때보단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1차 재난지원금 때는 워낙 처음 있는 일이었고 여야간 (지급 방식과 대상을 놓고) 논란도 많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8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영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21대 총선 직전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에 대해 "(선거에) 영향을 당연히 미쳤다고 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총선을 이틀 앞둔 지난해 4월 13일 이인영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에서 열린 고 후보 지원유세에서 "고 후보를 당선시켜주면 저와 민주당은 100% 국민 모두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드리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평론가는 "(하지만) 재난 지원금이 4차에 이르는 상황이면 꼭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오히려 일각에선 재난지원금을 남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재정 문제에 대한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우리 국민 수준이) 돈을 받았다고 (후보를) 찍을 정도는 아니다. 재난지원금이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 안 미친다고 단언할 순 없다. 오히려 백신 확보 문제가 여당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