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소속 의원이 한면 늘었다. 인턴 비서 성폭행 의혹이 제기된 김병욱 의원은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지난 8일 김 의원은 "가로세로연구소의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내일 고소장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남윤호 기자 |
"다 밝히고 돌아오겠다"는 약속은 언제쯤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 참담한 표정의 정치인이 기자회견에 나선다. 불거진 논란을 설명한 뒤 "모든 걸 밝히고 돌아오겠다"며 탈당을 선언한다.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가면 '문제시 삭제'라는 수식어구를 자주 볼 수 있다. 말 그대로 어떤 글이나 사진을 올렸을 때 향후 문제가 된다면 게시물을 삭제한다는 뜻이다. 일반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어떤 말이나 행동을 했을 때 문제가 된다면 '삭제'로 상황을 종료시킬 수 있지만, 국회의원의 경우엔 다르다.
"다 해결하고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긴 채 당을 떠나는 국회의원이 여야 불문하고 늘고 있다. 처음 논란의 의원이 당을 떠날 때는 '당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함'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세간의 논란과 상대 당의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음소거 버튼'임을 모두가 안다.
'꼬리 자르기'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을 떠난 이상직 의원과 국민의힘을 탈당한 박덕흠 의원, 개인 비위로 제명당한 양정숙·김홍걸 의원을 둘러싼 논란은 잠잠해진 지 오래다. 해당 무소속 의원들은 조용히 의원 생활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이들의 특징은 "문제를 해결한 뒤 돌아오겠다", "진실을 밝힌 후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는 거다. 지난해 9월 이상직·박덕흠 의원이 소속 정당을 떠난지 3개월 가량 지난 지금 소식은 잠잠하다.
이해충돌 논란으로 "모든 걸 밝힌 후 당으로 돌아오겠다"며 각각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을 떠난 박덕흠·이상직 의원의 소식은 잠잠하다. /이새롬·남윤호 기자 |
최근 무소속 의원이 한명 더 늘었다. 지난 6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는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경북 포항시 남구울릉군)이 보좌관 시절 한 인턴 비서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즉각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이런 더럽고 역겨운 자들이 방송이라는 미명 하에 대한민국을 오염시키고 있는 현실에 분노한다"며 민·형사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7일 김 의원은 "당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탈당한다"며 "결백을 밝힌 후 돌아오겠다"고 했다. 8일 김 의원은 "가로세로연구소의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내일 고소장을 제출한다"며 "(가세연이 한) 상상도 할 수 없는 말들을 히히덕대며 내뱉는, 짐승만도 못한 짓거리에 당당히 맞서겠다"고 입장문을 냈다.
의혹은 의혹일 뿐이지만 김 의원의 말은 어디선가 '복사→붙여넣기'한 것처럼 똑같다. 그러자 민주당은 '우리 당엔 이런 일(논란 후 탈당)이 없었던 것'처럼 논평을 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김 의원은 자신에게 제기된 성폭행 의혹을 전면 부인하더니, 돌연 탈당해버리고 말았다"며 "그러자 국민의힘은 부랴부랴 잡았던 대책 회의를 기다렸다는 듯이 취소하며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강 대변인은 김 의원과 같은 지역구였던 전직 의원이 성폭행 의혹을 받고 탈당했던 전례를 언급하며 "성폭행 의혹 제기와 발 빠른 탈당, 서로 상관없는 사이인 듯 모르는 척하는 태도가 지역구를 되물림하며 국민의힘이 쌓아온 전통과 역사인가"라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고,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가 수사를 받는 것이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는 최소한의 자세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역시 공당이라면 국민 앞에 사과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라"고 했다.
강 대변인 표현을 빌리자면 '서로 상관없는 사이인 듯 모르는 척 하는 태도'는 양당에서 모두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이 진상 조사를 하지 않았듯 국민의힘도 대책회의를 취소한 것 아닐까? 민주당은 지난해 9월16일 윤리감찰단을 출범시키고 이상직, 김홍걸 의원을 첫 감찰 대상으로 결정한 바 있지만 뚜렷한 결과 보고는 없는 상태다.
김 의원은 "결백을 밝힌 후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탈당은 꼬리자르기가 아님을, 논란 회피용 음소거버튼이 아님을 증명해주길 바란다.
moon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