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사건 터지고 나서야"…정치권, '정인이법' 부랴부랴
입력: 2021.01.06 00:00 / 수정: 2021.01.06 00:00
여야가 정인이법 관련 아동학대방지 빛 예방법을 오는 8일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아동학대방지법 관련 발언하는 백혜련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위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김도읍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오른쪽). /이새롬 기자
여야가 '정인이법' 관련 아동학대방지 빛 예방법을 오는 8일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아동학대방지법 관련 발언하는 백혜련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위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김도읍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오른쪽). /이새롬 기자

8일 국회 본회의서 '정인이법' 신속 처리 여야 합의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정치권이 양부모 학대로 생후 16개월 입양아가 사망에 이른 '정인이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아동학대 방지 및 예방 관련 법안인 이른바 '정인이법'을 오는 8일 처리하기로 했다. 아동학대 가해자 양형 기준을 상향하고 입양 아동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을 다듬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가 오랜만에 한목소리를 냈지만, 세 차례 아동학대 신고가 있었음에도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로 사건을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뒷북 대응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5일 페이스북에 "그동안 수많은 정인이가 있었고 그때마다 '이런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하겠노라' 다짐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노라, 부끄럽게 또 다짐한다. 잘못은 모두 뜯어고치고, 필요한 일은 더 촘촘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 매우 안타깝다"며 입양 아동 관리를 빈틈없이 해달라고 지시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긴급 사회관계 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아동 학대 가해자를 강력 처벌하기 위해 양형 기준 상향을 법원에 요청하고, 입양 절차 전반에 걸쳐 공적 책임을 한층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야당도 경찰 등 정부의 안일함을 질타하고 예방방지책을 제시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정인이를 참혹하게 폭행하고 학대한 양부모도 양부모지만 학대를 막을 수 있었지만 방치한 경찰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며 "경찰과 국가가 이 사건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5일 정인이 사건 재발방지 4가지 대책을 내놨다. 이날 서울 종로구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열린 아동학대 예방책 마련 간담회에 참석한 안 대표(오른쪽). /국회사진취재단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5일 '정인이 사건' 재발방지 4가지 대책을 내놨다. 이날 서울 종로구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열린 아동학대 예방책 마련 간담회에 참석한 안 대표(오른쪽). /국회사진취재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서울 종로구 아동권리보장원을 찾아 '정인이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4가지 대책(△가해 부모와 피해 아동의 분리 △학대아동신고 관련 시민 교육 △아동전담주치의 제도 도입 △학대아동전담공무원 인력 충원·전문성 강화)을 제시했다. 안 대표는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 자체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데 있다. 아이들은 국가의 미래"라며 "(아동학대 재발방지책 마련은) 정말 사명감을 갖고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여야는 또 관련 법안을 이번 임시국회가 종료되는 8일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기로 이날 합의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민주당 백혜련 간사께 아동학대 방지법과 관련된 민법을 임시국회 내 조속히 처리하자고 제안했고, 백 간사께서 흔쾌히 이번 임시국회 때 처리하자고 화답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소위에서 관련법 조항을 논의할 예정이다. 아동학대 가해자와 부실 대응 경찰의 처벌을 강화하고 학대 아동과 부모 분리, 주기적 점검 등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만 아동학대범죄처벌특례법, 아동복지법 등 50여 건이 넘는다. 지난해 6월 9세 어린이가 의붓어머니에 의해 여행용가방에서 숨진 사건과 지난 10월 '정인이 사건'이 터진 후 정치권이 내놓은 것들이다. 1년에 2회 이상 신고가 접수된 아동은 학대 부모와 즉시 분리할 수 있게 한 아동복지법 개정안은 지난달에야 국회를 통과해 오는 3월 시행 예정이다. '정인이 사건'이 세 차례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음에도 경찰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인이 사건' 이슈가 불거진 지난 4일과 5일 이틀 기간에는 기존 발의된 법안들과 유사한 내용의 아동학대방지법 관련 법안이 10건 쏟아졌다. 정치권이 기민하게 움직인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이슈에 정치권이 편승하려 한다는 비판도 일각에서 나온다.

권칠승 민주당 의원이 지난 4일 발의한 아동복지법 개정안은 학대아동의 가정을 주기적으로 방문하도록 사후관리 규정을 구체화한다는 내용으로, 지난달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아동복지법' 개정안(지자체장은 보호대상아동의 양육상황을 '월 1회 이상' 정기 점검하고 가정을 방문하게 한다)과 비슷하다.

노웅래 민주당 최고위원이 이날 발의한 '아동학대 무관용 처벌법'은 아동학대 치사에 대한 처벌을 현행 5년 이상에서 10년 이상으로, 중상해의 경우 3년 이상을 6년으로 2배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역시 정춘숙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6월 발의한 아동복지법(아동학대치사죄의 기본형량을 5년 이상에서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아동학대중상해죄는 3년에서 5년으로 상향) 핵심 내용과 유사하다.

이혜진 한국아동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입양되면 입양했던 기관도 (가정에) 관여할 수 없다. 아동학대가 이뤄지면 경찰서만 조사가 가능하고 입양 기관들이 할 수 있는 건 크게 없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사무총장은 또 "아동이 참정권이 없어서 정책 우선순위에 밀린다. 항상 사건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부랴부랴 관심을 가지고 시간이 지나면 잊히는 상황이 되풀이된다. 법안도 관심 있을 때만 엄청 발의됐다가 잠잠해진다. ('정인이 사건'은) 지난해 일어난 일인데 최근에 방송이 된 후 이슈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느 기관이나 경찰 문제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국민 인권 수준도 변화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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